[유창선의 발언] 서울시장 보궐선거, ‘10년전 그 사람들’의 대결
[유창선의 발언] 서울시장 보궐선거, ‘10년전 그 사람들’의 대결
  • 유창선 시사평론가
  • 승인 2021.02.09 13:30
  • 수정 2021-02-15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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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보궐선거 '그 때 그 사람들'의 대결로 가고 있어
나경원-오세훈-안철수 야권 '빅3' 박원순 서울시 탄생 조력자
박영선-우상호 각각 박원순과의 단일화에서 패한 '3수생', '재수생'
새로운 정치를 열 리더십들의 등장이 필요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예비경선을 통과한 오신환-오세훈-나경원-조은희(왼쪽부터)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서울시장 선거 본경선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경선 후보자 기호 추첨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예비경선을 통과한 오신환-오세훈-나경원-조은희(왼쪽부터)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서울시장 선거 본경선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경선 후보자 기호 추첨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과 부산의 시장을 선출하는 4.7 보궐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이 되는 선거인지라 여야 각 정당과 후보들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에 들어갔다. 3월이면 각 정당들의 후보도 확정되고, 여권과 야권의 후보단일화 여부도 결론이 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뜨거워진 분위기에 비해 막상 시민들의 관심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10년 전 ‘그 때 그 사람들’의 대결로 가고 있어 유권자들에게 식상함을 안겨주고 있다.

먼저 ‘심판론’을 내걸고 있는 야권의 모습을 살펴보자. 이번 보궐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치러지는 선거임을 감안하면 야당들의 그러한 심판론은 수긍할만 하다. 그런데 문제는 심판하겠다고 나선 야권이 그만한 심판자로서의 자격을 인정받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당장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후보 경쟁은 나경원-오세훈 전 의원 간의 경쟁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나 전 의원은 10년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패했던 전력이 있고, 오 전 의원은 그 때 보궐선거를 있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야권 단일후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10년전 선거 때 출마하려다가 박원순 후보의 손을 들어주며 양보했었다. 안 대표는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때도 바른미래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3위에 그치는 부진한 결과를 낳았다. ‘박원순 서울시 10년’의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야권의 ‘빅3’가 모두 박원순 서울시의 탄생을 만든 조력자들이었음은 아이러니한 역사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왼쪽), 박영선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8일 서울 마포구 복합문화공간 그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 청년창업 및 일자리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왼쪽), 박영선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8일 서울 마포구 복합문화공간 그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 청년창업 및 일자리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후보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영선 전 장관 또한 10년전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섰지만, 당시 무소속 박원순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패했다. 그리고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때도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박 시장에게 패하여 본선에 나가지 못했다. 서울시장 ‘3수생’인 셈이다. 우상호 의원도 2018년 서울시장 경선에 나섰다가 실패한 ‘재수생’이다. 게다가 그가 상징하고 있는 ‘586세력’은 진영정치의 책임자로 지목되면서 이제는 뒤로 물러설 때가 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니 여야 불문하고 조금도 새로움을 찾아보기 어려운 선거가 되고 있다. 그나마 국민의힘의 조은희-오신환, 무소속의 금태섭, 시대전환의 조정훈 같은 주자들의 부상 여부가 변수로 꼽힐 뿐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이런 과거회귀적 풍경은 우리 정치의 지체 현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1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우리 정치의 시계는 그 때의 시간에 멈춰버린 셈이다.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진영대결의 정치를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삶을 책임질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되는 환경을 생각하면 무척 답답한 노릇이다. 코로나 위기라는 역사적 경험을 거친 우리는 더 이상 화석화된 이념이나 가치만을 부여잡고 있을 것이 아니라 환경, 기후위기, 양성평등, 성 소수자의 문제, 미래 먹거리의 문제, 성장과 복지의 균형적 병행 전략의 문제,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 대한 전망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의제들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정치를 갈망하고 있다.

1970년대 초반 김영삼 의원과 김대중 의원이 ‘40대 기수론’을 내걸고 경쟁을 벌였을 때 나이가 각기 44세와 45세였다. 당시 양김이 들고 나온 ‘40대 기수론’은 한국 야당의 세대교체와 체질개선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그로부터 반세기의 세월이 지난 오늘, 한국정치의 세대교체는 멎어버렸고 변화는 지체되고 있다. 물론 ‘청년정치’는 적어도 구호로는 요란했다. 21대 국회에도 7080년대생들이 30대와 40대가 주축이 된 젊은 정치를 표방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의 정치적 사고는 대부분 독립적이지 못하다. 나이가 젊은 것은 알겠는데, 그들이 사고와 가치에 있어서 586 세대와 무엇이 다른지는 좀처럼 알 길이 없다. 종종 586 선배 세대의 생각과 행동을 그대로 빼어닮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강준만 교수의 지적처럼 ‘한술 더 뜨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자기들 세대의 정치적 소명 보다는 생존의 기술부터 익힌 탓이다. 진영의 일원으로서의 충성도를 확고히 보여야 지지자들로부터 환호받고 권력으로부터 총애받는다는 노회한 생존법을 이들은 너무도 일찍 터득해버렸다. 그러니 우리에게 남은 것은 진영에 충성하는 정치요, 우리가 잃은 것은 과거 세대로부터 독립하는 정치였다. 586 세대는 ‘민주 대 독재’의 이분법적 사고 속에서 성장해왔기에 다분히 이념화된 의제들이 그들의 절대적 가치였다. 그러나 포스트 586들은 선배들에 비해 훨씬 다양하고 개방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해왔다. 열린 사고는 이들 시대가 가질 수 있는 크나 큰 강점이다. 하나의 가치에만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가치들을 존중하는 공존의 지혜를 이들은 가질 수 있다.

1970년 9월 신민당 임시전당대회에서 7대 대선 후보로 지명된 김대중과 이를 축하하는 김영삼 ⓒ김대중평화센터
1970년 9월 신민당 임시전당대회에서 7대 대선 후보로 지명된 김대중과 이를 축하하는 김영삼 ⓒ김대중평화센터

 

코로나 시대가 우리에게 던져준 질문은 ‘어떻게 지속가능한 삶을 만들 것인가’ 라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를 겪은 오늘, 사회구성원들의 공생과 동행의 과제는 약자들의 문제를 우선하는 진보정치만의 의제가 아니고, 보수정치, 중도정치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이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 시대는 서로 다른 이념을 가졌던 정치가 의제의 공유를 통해 합의를 모색하는 정치 본연의 연대 기능을 강화할 가능성을 열어준 셈이다. 포스트 586 세대에게는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 나갈 책임이 있다.

물론 정치의 변화가 세대의 교체만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세대라는 연령적 구분이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구분을 보장할 수는 없다. 연령적으로 젊은 세대라 하더라도 낡은 가치와 행태에 갇혀있는 한, 입으로만 청년정치를 표방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새로워야 할 세대가 낡은 권력질서의 우산 속에서 안주하는 것은 시대가 부여한 자신들의 정치적 소명을 포기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그 자리들은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의지를 가진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주는 것이 낫다. “오래된 것은 죽어가고 있으나 새로운 것은 아직 탄생하지 못했다”던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은 오늘 우리 정치의 현실을 잘 표현하고 있다. 4월 보궐선거를 거쳐 2022년의 대통령선거로 가는 길에 새로운 정치시대를 열어갈 젊은 반란자들이 많이 등장하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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