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에 그래미 4관왕, 빌리 아일리시는 왜 ‘Z세대 아이콘’이 됐나
19세에 그래미 4관왕, 빌리 아일리시는 왜 ‘Z세대 아이콘’이 됐나
  • 최현지 기자
  • 승인 2021.05.01 15:35
  • 수정 2021-05-01 20: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30 여성스타] 빌리 아일리시
우울과 불안을 음악으로 승화
외모평가 등 성적 대상화 거부
‘젠더리스 패션’도 화제
바이든 공개 지지 등 정치적 소신도 밝혀

여성신문은 ‘#2030 여성스타’를 통해 대중문화를 이끌면서도 자기다움을 지키는 젊은 여성 스타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the Recording Academy
2020년 1월 26일, 빌리 아일리시는 제62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에서 만 19세라는 사상 최연소의 나이로 모든 본상 부문을 휩쓸며 4관왕에 올랐다. ⓒthe Recording Academy

2020년 제62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여성 최초로 주요 부문 4관왕에 올라 팝 역사를 새로 쓴 뮤지션이 있다. 당시 19세로 최연소 기록도 세웠다.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빌리 아일리시다.  

그는 데뷔 앨범 ‘웬 위 올 폴 어슬립, 웨어 두 위 고?(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의 수록곡 ‘배드 가이(Bad Guy)’로 올해의 노래 상을 받았다. 올해의 앨범상, 올해의 레코드상,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상 등 주요 부문 수상을 포함해 도합 그래미상 6관왕에 올랐다. 이 앨범으로 2020년 ‘빌보드 200’ 정상을 차지했다. 전 세계적으로 1200만장 이상 판매되면서 2019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앨범 기록을 세웠다. 자각몽, 밤공포증 등 어두운 주제를 음악으로 풀어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소녀다운’ 이미지를 정면으로 깨뜨린 앨범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올해 3월15일 제63회 그래미 어워즈에서도 ‘에브리띵 아이 원티드(everything I wanted)’,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로 2관왕에 올랐다. 2년 연속 올해의 레코드 부문을 수상하며 ‘빌리 아일리시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우울과 불안을 음악으로 승화하다

빌리 아일리시 데뷔 앨범 커버 ⓒBillieEilish
빌리 아일리시 데뷔 앨범 ‘웬 위 올 폴 어슬립, 웨어 두 위 고?(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커버 ⓒBillieEilish

빌리 아일리시는 2001년생이다. 친오빠인 피니즈 오코널과 함께 15살에 집에서 만든 노래 ‘오션 아이즈(Ocean Eyes)’가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알려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의 음악에 가장 열광하는 팬들은 또래인 Z세대다. 미국의 Z세대는 9·11테러, 2008 금융위기, 트럼프 정권의 차별과 혐오, 기후 변화에 대한 공포 등을 어린 시절부터 겪으며 우울과 좌절을 경험했다. 아일리시 역시 10대 시절 우울증과 수면 장애를 겪으며 자해를 하는 등 힘겨운 시간을 통과했다. 투렛 증후군(틱 장애)을 앓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일리시의 거의 모든 음악에는 음울하고 불안한 정서가 깃들어 있다. 우울했던 10대를 지나며 느낀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가사 역시 자기 혐오적이고 때로는 파괴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이런 내용을 특유의 몽환적이고 나른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저는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왜 제가 모르는 것들을 가지고 곡을 써야 하나요? 전 어두운 것들을 강하게 느낍니다. 이런 것을 주제로 얘기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정체성 드러내며 대상화 거부하는 Z세대 아이콘

ⓒAP/뉴시스·여성신문
빌리 아일리시는 노래보다 몸매가 부각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오버사이즈 패션, 젠더리스 패션을 선보인다. ⓒAP/뉴시스·여성신문

그가 ‘Z세대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패션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노래보다 몸매가 부각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오버사이즈 패션, 젠더리스(genderless: 성 구분을 파괴한다는 의미) 패션을 선보인다. 여성 뮤지션 성적 대상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행보다. 

아일리시는 외모 평가에 전면으로 맞선다. 2019년 5월 등장한 캘빈클라인 광고 캠페인에서 아일리시는 “세상이 나의 모든 것을 알게 되길 원치 않는다. 그래서 크고 헐렁한 옷을 입는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해 8월 진행한 브이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는 “내가 옷을 입는 방식을 칭찬하며 ‘당신이 소년처럼 옷을 입어서 기쁘다. 덕분에 다른 여성들도 소년처럼 옷을 입고 헤픈 여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여성이 얼마나 노출을 했는지보다 스스로 얼마나 편하게 느끼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나처럼 입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나를 지지하는 이상한 흐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2020년 그는 3분 길이의 단편 영화 ‘내 책임이 아니다(Not My Responsibility)’에 출연해 “나를 알고 있니? 내가 더 작았으면 좋겠니? 내가 약하길 바라니? 내가 더 부드럽길 바라니? 내가 더 조용했으면 좋겠니? 내 어깨가 널 화나게 하니?”라며 자신의 몸을 평가하는 이들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2020년 11월 발표한 신곡 ‘데어포어 아이 엠(Therefore I Am)’은 음악 외적 요소로 자신을 판단하고 비난하는 온라인상 ‘헤이터(hater)’들을 향한 직접적인 메시지를 담은 곡이었다. 그는 이 곡에서 혐오발언을 일삼는 이들에게 조소를 던지고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정치적 목소리도 높였다. 지난해 미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찬조 연설을 하기도 했다. 8월19일 유튜브에 '투표하세요'라는 영상을 올리고 “침묵은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우리의 삶과 전 세계가 달려있다는 생각으로 투표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우울과 불안, 기괴함과 자기 파괴적 요소까지도 가장 메이저한 문화 콘텐츠로 만들어낸 아일리시는 올해 20대가 됐다. 절망을 직시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는 당당한 Z세대인 그가 앞으로 보여줄 행보가 주목된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