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사랑한 ‘원더우먼’...그 뒤엔 이 여성이 있었다
세계가 사랑한 ‘원더우먼’...그 뒤엔 이 여성이 있었다
  • 최현지 기자
  • 승인 2021.04.17 15:43
  • 수정 2021-04-20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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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우먼’ 대본 쓴 최초 여성 작가
미국 작가 조이 험멜 타계...향년 97세
여성 연구자 덕에 70여년 만에 업적 재조명
2018년 세계적 권위 만화상 ‘빌 핑거 상’ 수상
“젊은 여성 독자들이 세상에 나가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갖길 바랐다...
악·폭력 미화 않고도 흥미진진한 이야기 쓸 수 있어”
‘원더 우먼’ 원작 만화를 집필한 최초의 여성 작가 조이 험멜이 지난 4월5일(미국 현지 시간) 타계했다. ⓒWikipedia/DC Comics
‘원더 우먼’ 원작 만화를 집필한 최초의 여성 작가 조이 험멜이 지난 4월5일(미국 현지 시간) 타계했다. ⓒWikipedia/DC Comics

만화·드라마·영화 등으로 제작돼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고, DC코믹스의 여성 히어로 중 많은 팬을 거느린 ‘원더 우먼’. 원작 만화를 집필한 최초의 여성 작가 조이 험멜(Joye Hummel Murchison Kelly)이 이달 5일(현지 시간) 97세로 타계했다.

험멜은 1944년 당시 19세의 나이로 『원더 우먼』 만화 대본을 집필하는 작업을 했지만, 70여 년간 업적을 인정받지 못했다. 

험멜은 1941년 ‘원더 우먼’ 캐릭터를 처음 만든 심리학자 윌리엄 몰튼 마스턴 박사 밑에서 1944년부터 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마스턴 박사의 대본을 타이핑했지만, 이후에는 70개 넘는 원더 우먼 모험 시리즈의 대본을 직접 썼다. 원더 우먼은 슈퍼 히어로의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는 여성 히어로가 됐다. 

하지만 험멜의 대본은 마스턴 박사의 이름으로 출간됐다. 1947년 마스턴 박사가 사망하자, 험멜은 작업을 중단했다. 이후 험멜의 이름은 만화계에서 거의 잊혀졌다. 가족과 지인 몇 명만이 그의 작업을 알고 있었지만, 험멜은 자신의 작업을 대내외에 알리지 않았다.

질 르포어 교수의 책 '원더우먼 허스토리' ⓒ윌북
질 르포어 교수의 책 '원더우먼 허스토리' ⓒ윌북

그러다 2014년 질 르포어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가 『원더우먼 허스토리(The Secret History of Wonder Woman)』라는 책을 통해 험멜의 작업을 재조명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험멜은 2018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코믹콘(Comic-Con)에서 94세의 나이로 대중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으로도 불리는 아이스너상(Eisner Awards)에서 최고의 만화책 집필자에게 수여하는 ‘빌 핑거 상(Bill Finger Award)’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험멜은 자신이 대본을 쓰던 당시 지켰던 규칙을 설명했다. “시체를 보여주지 않을 것, 누군가에게 칼을 꽂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것, 총 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것, 어떤 인종에도 반대하지 않을 것” 등이었다. 

원더 우먼의 줄거리에 대해서도 “악한 남성이 있고 선한 여성이 그를 막는다. 독자는 악한 남성이 아닌 선한 여성을 존경하게 되는 이야기”고 설명했다. 

같은 해 샌디에이고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험멜은 “(마스턴 박사가) 최초에 원더 우먼을 만들 때는 단순히 모험 이야기를 쓴 게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원더 우먼을 읽는 사람들이 영감을 받기를 바랐다”며 “이 이야기를 읽는 젊은 여성이 공부할 의욕을 갖게 되기를 바랐고, 세상으로 나아가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참여가 세상을 더 낫게 만들 것이라고 믿었다”고 덧붙였다. 

미국 대중문화 관련 매체 '더 메리 수'에 따르면 험멜은 “가정생활이 아니었다고 해도 원더 우먼이 남성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히어로가 됐다는 걸 알았다면 작업을 중단했을 것”이라고 이후에 밝히기도 했다.

질 레포레 교수가 쓴 책  『우리가 몰랐던 원더 우먼의 역사』에 등장하는 조이 험멜의 대본.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캡처
질 레포레 교수가 쓴 책 『원더우먼 허스토리』에 등장하는 조이 험멜의 대본.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캡처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 등은 최근 험멜의 부고를 전했다. 르포어 교수는 8일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험멜은 자신의 목소리를 원더 우먼 이야기 안에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선구자적인 인물이며, 악과 폭력을 미화하지 않고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쓸 수 있다고 믿었다”라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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