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에서 이 모 공군 여성 부사관이 안치된 영안실을 유가족들은 영정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홍수형 기자
4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에서 이 모 공군 여성 부사관이 안치된 영안실을 유가족들은 영정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홍수형 기자

여성가족부는 최근 성추행 사망 사건 관련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공군이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와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한 체계와 절차를 갖췄으나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22일 밝혔다.

여가부는 지난 16일과 18일 양일간 공군 본부와 제20전투비행단, 제15특수임무비행단을 방문해 제도 운용 현황과 인사 담당자, 성고충전문상담관 등을 면담한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여가부에 따르면 공군은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와 피해자 지원을 할 수 있는 규정과 매뉴얼은 갖추었지만 평소 이 규정과 매뉴얼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매뉴얼 일부 내용이 불명확하거나 매뉴얼에 대한 공군 관계자들의 이해도가 부족으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시 즉시보고는 있었으나 피해자 보호 조치를 포함해 사건 처리에 관한 사후 조치보고 규정이 미비했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재발방지대책을 단순 교육이나 워크숍 등으로 인식하는 등 사후 대책도 미흡했다.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성고충전문상담관의 업무 권한이 약해 피해자 지원에 한계가 발생했다. 성고충전문상담관이 지휘관에게 피해자 보호에 필요한 사항을 보고한 후 이를 조치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도 없었다. 동성 변호인 및 수사관 배치, 가해자 및 피해자 분리 등 매뉴얼상 피해자 보호 규정이 원칙으로 명시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이 미흡했다.

성고충심의위원회의 경우 위원회 운영과 관련한 규정은 있지만 위원회는 운영된 적이 없다. 성희롱·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징계위원회가 소집되더라도 외부위원은 징계를 의결할 권한이 없어 내부 위원의 의견만으로 징계 수준이 결정됐다.

여가부는 현장점검 결과를 국방부와 공유하고, 국방부 민·관·군 합동위원회와 '성폭력 예방제도 개선 전담 TF' 등에서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할 때 이번에 지적된 사항들을 반영하도록 요청할 전망이다. 또한 여성폭력방지위원회 등을 통해 재발방지대책의 이행 상황 등을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앞서 충남 서산 공군 부대에서 근무하던 이모 중사는 지난 3월2일 선임인 장모 중사로부터 회식 자리에 불려나간 뒤 귀가하는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다음날 부대에 신고했다. 이 중사는 자발적으로 부대 전속을 요청하고 이틀 뒤 두 달여간 청원휴가를 갔다. 이 중사는 지난 18일 청원휴가를 마친 뒤 전속한 부대로 출근했지만, 22일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지기 전까지 가해자 장모 중사 외에 노 모 준위와 노 모 상사 등으로부터 2차 피해도 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군검찰은 이 세 명을 구속했다. 장 중사에 대해서는 지난 21일 군인등강제추행치상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보복협박 등)으로 보통군사법원에 구속기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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