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소음순·대음순 성인인증 단어로 지정
블로그·지식인·사진·영상 검색 막혀
청원인 “여성 청소년 알권리 침해”
네이버 “불법 성인 콘텐츠 노출 막아야”

네이버가 ‘소음순’, ‘대음순’을 ‘청소년 노출 부적합 단어’로 지정했다. 청소년 이용자들이 네이버에서 청소년 노출 부적합 단어로 결정된 키워드를 검색하면, 지식백과나 관련 기사, 플레이스(장소) 등 내용만 볼 수 있다. 성인인증을 해야 해당 단어와 관련된 사진, 영상, 블로그, 지식인 등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네이버

네이버가 ‘소음순’, ‘대음순’을 ‘청소년 노출 부적합 단어’로 지정해 여성 청소년의 알권리와 의료 정보 접근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네이버는 “청소년이 불법 성인 콘텐츠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 내린 조치”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환은 되고 소음순은 안 된다? 네이버의 모순된 검색제한 정책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청원이 19일 올라왔다. 이 청원은 20일 오전 10시 기준 국민청원 사전동의 충족요건인 100명을 채웠고, 현재 국민청원 관리자가 청원 내용을 검토 중이다.

청원인은 “2021년 7월16일부터 갑자기 네이버의 검색어 중 소음순, 대음순과 같은 여성의 신체 명칭에 대한 검색이 성인인증 로그인을 통한 방식으로 제한됐다”면서 “이는 여성 청소년들의 신체에 대한 알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소음순’, ‘대음순’을 청소년 노출 부적합 단어로 지정해 여성 청소년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청원이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청소년 이용자들이 네이버에서 청소년 노출 부적합 단어로 결정된 키워드를 검색하면, 지식백과나 관련 기사, 플레이스(장소) 등 내용만 볼 수 있다. 성인인증을 해야 해당 단어와 관련된 사진, 영상, 블로그, 지식인 등 콘텐츠를 볼 수 있다. 현재 네이버가 지정한 청소년 노출 부적합 단어에는 ‘섹스’, ‘엑스터시’ 등이 있다.

소음순이 청소년 노출 부적합 단어로 결정됨에 따라, 청소년들은 여성 성기 관련 질문과 답변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게 되는 등 다양한 의료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워졌다.

다음과 구글 검색 서비스는 소음순과 대음순을 청소년 노출 부적합 단어로 지정하지 않았다. 

다음과 구글에서는 소음순과 대음순을 청소년 노출 부적합 단어로 지정하지 않았다. ⓒ다음·구글

청원인은 “네이버가 사실상 의료지식을 얻을 수 있는 창구를 차단했다”면서 “어른들은 정상적인 신체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과 지식전달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에서 성교육 전문강사가 강연하는 시대다. 대한민국 교육과 역행하는 네이버의 ‘여자의 신체명칭에 대한 검색 결과 제한’ 조치는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해야 할 일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음란물’을 제한해 청소년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는 것이지, 정상적인 신체 명칭을 검색해 얻는 ‘유익하고 건전한 의료지식’의 전달과 습득마저도 차단하고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여성신문에 “단어를 검색할 때 불법촬영물이나 포르노그래피 등 불법 콘텐츠가 노출되는지에 따라 청소년 노출 부적합 단어를 선정했다”며 “청소년 노출 부적합 단어는 불법 또는 성인 콘텐츠 노출 키워드에 해당될 경우 지정·관리하고 있으며, 성별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어 “의학적인 정보가 필요하다고 하면, 지식백과나 기사 등 정제된 콘텐츠에서 확인하면 된다. 검색 시 나오는 의료기관 등에 문의하는 것도 좋다”면서 “청소년들이 혹여나 온라인상에서 잘못된 의료 정보를 습득할 수 있고, 자칫 불법 콘텐츠를 접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양지혜 사무처장은 “청소년들은 2차 성징으로 신체적 변화를 겪고, 온라인으로 의료 정보를 습득하곤 한다. 여성 성기에 대한 검색 금지는 여학생들의 의료 정보 접근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양 사무처장은 “한국 사회가 여성의 몸을 신체 일부분이 아닌 포르노그래피로 여기고 있기에 벌어진 일”이라면서 “남성의 고환과 몽정 등은 신체 일부 혹은 건강한 생리 현상으로 여겨지지만, 여성의 성기나 월경은 성적 대상화되곤 한다. 결국 여성의 몸을 음란하게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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