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남성 선수 비율 균형 맞춘 ‘성평등 올림픽’?
경기력과 상관 없는 외모‧여성성 부각 멈춰야

한국 양궁 여자 대표팀 안산, 장민희, 강채영 선수가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양궁 여자 대표팀 안산, 장민희, 강채영 선수가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23일 막을 올린 '2020 도쿄 올림픽'은 여성과 남성 선수 비율의 균형을 맞춘 ‘성평등 올림픽’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여성 선수에 대한 성차별 보도 행태는 여전하다. 경기력과는 상관 없는 외모나 여성성을 부각하는 언론과 스포츠 중계의 낡은 관행을 멈춰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태극낭자, 활시위 세리머니>
<금메달 획득한 태극 낭자들>
<양궁 태극낭자 올림픽 9연패 위업… 33년 동안 적수 없었다>

강채영, 장민희, 안산 선수로 구성된 한국 양궁 여자 단체팀이 25일 금메달을 목에 걸자 언론은 일제히 속보를 내보냈다. 9연패의 대기록을 세운 선수들의 실력과 그 간의 노력, 협회의 지원을 소개하면서 다수의 언론은 이들을 ‘태극낭자’라고 표현했다. 경기를 중계하던 스포츠 캐스터와 해설자들도 ‘태극낭자’를 연호하며 환호했다. 심지어 도쿄2020 올림픽 및 패럴림픽 대회 공식 한국어 트위터 계정도 여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 소식을 전하며 ‘#태극낭자’ 해시태그를 달았다. 트위터 상에서 논란이 일자 해당 트윗은 삭제됐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낭자’는 과거 ‘처녀’를 높여 이르던 말이다. 남성 선수를 ‘태극도령’이나 ‘태극총각’으로 부르지 않으면서 유독 여성 선수에게만 ‘낭자’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상황이다.

트위터에서는 ‘낭자’라는 표현을 더 이상 쓰지 말자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그냥 ‘선수’라 부르자”, “남성 선수와 똑같이 ‘태극전사’로 불러라”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외모되지, 실력 좋지…반짝반짝 ‘도쿄 얼짱들’>
<“미모 말고 실력도 있어요” 도쿄올림픽 미녀선수들 메달로 증명>
<“얼마나 예쁘길래”…독일 육상 여신, 도쿄 관심 한몸에> 

여성 선수의 외모를 부각하는 보도 행태도 여전하다. 여성 선수에게 ‘미녀’ ‘얼짱’ ‘여신’ ‘엘프’ ‘요정’ ‘여제’ 같은 수식어를 붙여 여성성을 부각하고 외모를 평가하는 기사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선수들의 경기력과 상관없는 ‘여성성’을 강조하는 언론 보도와 중계가 기존의 성별 고정관념을 여과 없이 드러낼 뿐만 아니라 이를 강화시킨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이어졌다. 

트위터 이용자(@J00_D4N)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2016 리우 올림픽 중계 성차별 발언 아카이빙’ 캡쳐.
트위터 이용자(@J00_D4N)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2016 리우 올림픽 중계 성차별 발언 아카이빙’ 캡쳐.

5년 전인 2016 리우 올림픽 기간에는 캐스터와 해설자가 중계방송 중 성차별 발언을 해 논란이 이어지자, 한 트위터 이용자(@J00_D4N)의 제안으로 ‘2016 리우 올림픽 중계 성차별 발언 아카이빙’이 만들어졌다.

앞서 2013년엔 언론 안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여성 스포츠 관련 언론보도 분석연구’를 통해 스포츠 보도의 성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사회적 경각심 확대와 자율적 가이드라인 마련, 여성 선수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교육, 스포츠 전문기자들의 여성 스포츠 이해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도쿄 올림픽의 여성 참가 비율은 48.8%로 올림픽 사상 처음 남녀 비율이 1 대1에 근접했다.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여성 선수의 비율도 40.5%로 5년 전보다 100여명 늘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전체 한국 선수 232명 중 여성은 104명(44.8%)이다. 성평등 정신을 강조한 IOC의 방침에 따라 이번 대회는 개회식에서 205개 참가팀 모두 여성과 남성 공동 기수가 나선 첫 번째 올림픽이 됐다. 개막식 선서자의 성비를 맞추기 위해 선서자도 기존 3명에서 6명으로 늘렸다. 숫자뿐인 ‘성평등 올림픽’을 넘어 서기 위해서는 여성 스포츠 선수에 대한 언론과 중계진의 젠더 감수성 강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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