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 신은 응급 의료진? 정부·공공기관 홍보물 속 성차별 여전
하이힐 신은 응급 의료진? 정부·공공기관 홍보물 속 성차별 여전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1.08.10 12:15
  • 수정 2021-08-10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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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3~5월 정부·공공기관·지자체 홍보물 모니터링
2016년 성별영향평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성별 고정관념 드러나는 홍보물 많아
인종·장애차별 표현도 여럿
성차별적 내용을 포함한 정부·공공기관 홍보물이 요즘도 눈에 띈다. 위부터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의 출근을 챙기는 구시대적 여성상 묘사(한국건강가정진흥원), 하이힐을 신고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여성 의료진(국방부), 회의하는 남성들 옆에서 복사 심부름을 하는 여성(법무부).  ⓒ한국건강가정진흥원/국방부/법무부/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성차별적 내용을 포함한 정부·공공기관 홍보물이 요즘도 눈에 띈다. 위부터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의 출근을 챙기는 구시대적 여성상 묘사(한국건강가정진흥원), 하이힐을 신고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여성 의료진(국방부), 회의하는 남성들 옆에서 복사 심부름을 하는 여성(법무부). ⓒ한국건강가정진흥원/국방부/법무부/국가인권위원회 제공

하이힐을 신고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의료진(국방부), 회의하는 남성들 옆에서 복사 심부름을 하는 여성(법무부),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의 출근을 챙기는 구시대적 여성상 묘사(한국건강가정진흥원), 한국인 노동자는 ’내국인‘, 외국인 노동자는 ’동포인력‘(고용노동부), 비장애인을 ’정상인‘으로 표기(한국보건산업진흥원)....

성·인종·장애 차별적 내용을 포함한 정부·공공기관·지자체 홍보물이 요즘도 적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사)한국YWCA연합회(성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애), 아시아인권문화연대(인종·이주민)에 위탁해 3~5월까지 홍보물 속 혐오표현 실태를 모니터링한 결과다.

분석 결과 “직접적인 혐오표현이 줄어들고 차별적 표현의 정도가 약해지고 있으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담은 표현이나 이미지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었다”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특히 성차별적 표현이 760건으로 가장 흔했다. 성별과 무관한 정책제도를 설명하는데 그래픽에는 남성만 등장하거나, 여성을 의존적, 부수적, 주변적 존재로 그리거나, 치마·붉은 계열 의상·하이힐·신체 굴곡 등 여성에 대한 고정적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하는 식이었다. 

인종차별적 표현도 150건 발견됐다. 아시아권 출신 외국인은 부정적으로, 서구권 출신 외국인은 긍정적으로 재현됐다. 미등록 외국인은 사회 문제와 연루되거나 위험한 존재로 묘사됐다. 장애인 대상 정책제도를 소개하면서 장애인을 의존적 존재, 시혜의 대상으로 그렸다. 

인권위는 “성, 장애, 인종 등에 있어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고, 편견과 고정관념을 담은 표현이나 이미지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으며, 차별·비하 표현이 구시대적 표현과 맞물려 혐오표현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정부·지자체 홍보물을 모니터링해보니, 아시아권 출신 외국인(어두운 피부색, 곱슬머리, 어두운 표정)은 부정적 이미지로 묘사되고 서구권 출신 외국인은 긍정적 이미지로 묘사되는 경향이 드러났다. ⓒ법무부/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인권위가 정부·지자체 홍보물을 모니터링해보니, 아시아권 출신 외국인(어두운 피부색, 곱슬머리, 어두운 표정)은 부정적 이미지로 묘사되고 서구권 출신 외국인은 긍정적 이미지로 묘사되는 경향이 드러났다. ⓒ법무부/국가인권위원회 제공
다문화가족의 청소년, 국내로 이주해 온 청소년(이주배경청소년)은 당당하지 않다는 편견을 가져올 수 있는 표현도 쓰였다.  ⓒ복지로 포털 화면 캡처/국가인권위원회 제공
다문화가족의 청소년, 국내로 이주해 온 청소년(이주배경청소년)은 당당하지 않다는 편견을 가져올 수 있는 표현도 쓰였다. ⓒ복지로 포털 화면 캡처/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정부 홍보물은 국가 정책의 소통창구다. 내용은 물론 단어, 표현, 이미지 선택에 따라 시민의 인식, 태도,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2016년부터 정부홍보사업에 대한 성별영향평가를 하고 있다. 주요 정책이나 사업이 성평등한 방향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매년 실시하는 제도다. 2020년부터 분기마다 홍보물 콘텐츠를 각 부처가 자율 점검하는 ‘정책정보 확인주간’을 통해 홍보물의 오류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담은 표현이 정부 홍보물 관리 체계에서 충분히 걸러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이번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홍보물 관련 규정 및 점검 절차·체계 보완, 공무원의 인권감수성 증진을 위한 교육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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