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올림픽이 ‘성평등 올림픽’이 되려면
2022 베이징올림픽이 ‘성평등 올림픽’이 되려면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1.11.22 18:11
  • 수정 2021-11-23 0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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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인권연구소, ‘스포츠와 성평등’ 포럼
‘성평등 올림픽’으로의 여정은 현재진행형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2024 파리 올림픽이 성평등 스포츠 축제가 되려면 언론과 중계진의 젠더감수성 향상, 나아가 여성의 몸과 ‘여성성’에 대한 근본적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 ⓒIOC 홈페이지 캡처
‘성평등 올림픽’으로의 여정은 현재진행형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2024 파리 올림픽이 성평등 스포츠 축제가 되려면 언론과 중계진의 젠더감수성 향상, 나아가 여성의 몸과 ‘여성성’에 대한 근본적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 ⓒIOC 홈페이지 캡처

‘2020 도쿄 올림픽’은 ‘성평등 올림픽’으로 남았다. 그러나 올림픽 보도·중계의 성평등 수준은 기대 이하였다. 경기력과 무관하게 선수의 외모나 여성성을 부각하는 관행이 반복됐다. 오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2024 파리 올림픽은 달라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언론과 중계진의 젠더감수성 향상, 나아가 여성의 몸과 ‘여성성’에 대한 근본적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스포츠인권연구소(대표 문경란)는 20일 오전 10시 ‘제6회 스포츠인권포럼’을 개최했다. ‘스포츠와 성평등 - IOC 성평등 스포츠 전략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스포츠인권연구소 성평등스포츠세미나팀의 서정화 전 모굴스키 국가대표, 차해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전 YTN 앵커가 발제했다.

도쿄올림픽 보도 살펴보니
여성 경기력보다 외모
·모성 강조
성별 고정관념 강화 보도 여전

 

스포츠인권연구소가 20일 연 ‘제6회 스포츠인권포럼’에서 서정화 전 모굴스키 국가대표가 도쿄올림픽 보도·중계를 젠더 관점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포츠인권연구소 발표 내용 캡처
스포츠인권연구소가 20일 연 ‘제6회 스포츠인권포럼’에서 서정화 전 모굴스키 국가대표가 도쿄올림픽 보도·중계를 젠더 관점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포츠인권연구소 발표 내용 캡처

도쿄올림픽 중계방송에서 여성 선수의 신체가 시각적으로 대상화된 경우는 5.7%로 남성(0.6%)의 10배 수준이었다. 여성 선수의 69.6%가 신체 노출이 심한 복장으로 경기를 펼쳤다. 남성이 노출 경기복을 입은 사례는 53.5%에 불과했다.

선수의 성별에 따른 호명 방식도 크게 달랐다. ‘여자’ 선수라며 성별을 부각해 표현한 비율은 13.6%였다. ‘남자’ 선수로 표현한 사례는 2.0%뿐이다. 여성 선수를 ‘소녀’, ‘숙녀’ 등으로 부른 사례가 29번 나왔지만 ‘소년’은 4번만 등장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더 레프리젠테이션 프로젝트’(The Representation Project)가 도쿄올림픽 첫째 주(7월 24일~30일) 미 NBC 올림픽 중계 내용을 젠더 관점으로 분석한 결과다.

스포츠인권연구소가 20일 연 ‘제6회 스포츠인권포럼’에서 차해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전 YTN 앵커가 도쿄올림픽 보도·중계를 젠더 관점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포츠인권연구소 발표 내용 캡처
스포츠인권연구소가 20일 연 ‘제6회 스포츠인권포럼’에서 차해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전 YTN 앵커가 도쿄올림픽 보도·중계를 젠더 관점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포츠인권연구소 포럼 발표 내용 캡처

여성 선수의 외모를 부각하는 보도 행태도 여전하다. 한국 언론은 ‘도쿄 얼짱’, ‘육상 여신’, ‘미녀 선수’ 등 제목을 단 기사를 쏟아냈다. 중계방송에서도 여성 선수를 가리켜 ‘삐약이’, ‘여우처럼 경기한다’는 멘트가 나왔다. 차 대표는 이러한 보도가 선수의 경기력보다 성별에 주목하고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IOC의 미디어 가이드라인은 ▲여성 선수 본인이 아닌 남편이나 파트너, 자녀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삼갈 것 ▲여성 선수의 성과에 대한 공로를 코치나 측근에게 돌리지 않을 것 등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언론 보도 현실은 아쉬웠다. 선수가 ‘엄마’임을 부각하는 보도가 많았다. ‘아빠’임을 강조하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스포츠인권연구소가 20일 연 ‘제6회 스포츠인권포럼’에서 차해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전 YTN 앵커가 도쿄올림픽 보도·중계를 젠더 관점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포츠인권연구소 발표 내용 캡처
스포츠인권연구소가 20일 연 ‘제6회 스포츠인권포럼’에서 차해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전 YTN 앵커가 도쿄올림픽 보도·중계를 젠더 관점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포츠인권연구소 포럼 발표 내용 캡처

선수 성별에 따른 중계·보도의 양적·질적 차이도 분명했다. 여성 경기는 30분 분량 하이라이트, 남성 경기는 생방송으로 2시간 이상 보도하는 식이다. 중계진 구성도 성차별적이었다. 우리나라 지상파 3사 도쿄올림픽 중계방송 캐스터 33명 중 31명(94%)이 남성이었다. 이중 SBS는 아예 여성 캐스터를 배치하지 않았다. 차 대표는 “2018 평창올림픽 중계방송 325건 중 93%는 남성이 진행했고, 중계진 중 여성은 24.5%에 그쳤다. 3년 뒤 도쿄올림픽은 이보다 더 후퇴했다”고 꼬집었다.

IOC는 △중계방송 시 여성과 남성의 경기를 모두 편성하고 △기사와 출판에서 여성과 남성이 수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동일한 비중으로 소개되도록 하며 △여성 경기나 여성 선수를 보도할 수 있는 스포츠 행사 방송권 확보를 위해 모든 협상 능력을 동원하고 △여성과 남성 스포츠 이벤트가 비슷한 기간에 열리도록 일정을 조율하며 △기관이 방송사를 고용할 경우, 유치 제안 단계에서 여성 스태프에 중요한 역할이 할당되는지 확인하고 △여성 선수·코치를 인터뷰할 수 있도록 인터뷰이 목록을 점검할 것 등을 권고하고 있다.

여성은 예쁘고 날씬해야 하며
나약하고 까다롭다는 편견이
여성의 스포츠 참여 방해해

스포츠인권연구소가 20일 연 ‘제6회 스포츠인권포럼’에서 차해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전 YTN 앵커가 도쿄올림픽 보도·중계를 젠더 관점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포츠인권연구소 발표 내용 캡처
스포츠인권연구소가 20일 연 ‘제6회 스포츠인권포럼’에서 차해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전 YTN 앵커가 도쿄올림픽 보도·중계를 젠더 관점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포츠인권연구소 포럼 발표 내용 캡처

전문가들은 ‘진짜’ 성평등 올림픽을 위해선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여성의 몸’에 대한 편견이다. 여성 프로 선수들조차 마르고 보기 좋은 몸매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도쿄올림픽 여자 수영 금메달리스트인 호주 수영 선수 케이트 캠벨은 11월 초 언론에 “남성 코치들은 ‘여성 선수는 마를수록 좋다’며 몸매를 대놓고 비판하고 체중이 늘면 다른 선수들 앞에서 꾸짖었다”며 우울증까지 앓았다고 고백했다. 최옥숙 충남대 강사는 “선수들은 언론이 ‘운동으로 다져진 몸’을 촬영하고 싶다면서 상의 탈의를 요청할 때 가장 힘들다고 한다”며 일상적인 외모 평가, 심지어 성희롱에 시달리는 현실을 들려줬다.

체육 현장엔 여전히 ‘여성은 나약하고 까다롭다’는 편견이 존재한다. 최 강사는 남성 코치들이 여성 선수에게 “여자들은 운동에 100% 에너지를 쏟아내지 못한다”, “쉬고 나면 체중이 늘어서 온다”, “너 왜 그래? 생리하냐” 등 편견 섞인 태도를 보일 때가 많다고 했다. “여성은 약하고 자기관리를 못한다는 편견이 여성 스포츠 지도자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으로 이어진다”고도 지적했다.

‘여성은 스포츠를 못하거나 싫어한다’는 고정관념은 이렇게 단단해지고 어린 여성들에게 주입된다. 우리나라 10대 여성의 49%는 체육 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주3회 이상 운동하는 경우도 14.40%에 그쳤다(문화체육관광부, 2020 국민생활체육조사). 같은 연령대의 남성은 23.50%만이 체육활동을 안 한다고 답했다. 서정화 전 모굴스키 국가대표는 “성평등 스포츠를 위해서는 여성의 몸에 대한 고정관념, 스포츠에 대한 성별 고정관념부터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럼 발제자들은 정부, NGO, 스포츠 관련 기관이 적극적인 성평등 스포츠 정책과 구조, 메커니즘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OC의 성평등 스포츠 전략 보고서인 ‘IOC 성평등 리뷰 프로젝트’, 이를 기초로 만들어진 ‘스포츠에서의 성평등, 공정과 포용 재현을 위한 IOC 미디어 가이드북도 소개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조혜련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육진흥본부 공공교육부장, 나경희 시사인 기자, 최옥숙 충남대 강사가 참여했다.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가 사회를 맡았다.

스포츠인권포럼은 월례포럼으로, 운동선수 및 지도자, 체육교사, 스포츠 단체 및 정책 관계자, 연구자, 여성·시민·인권운동 활동가, 법조인, 언론인 등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포럼 영상은 스포츠인권연구소 유튜브 채널 스포츠인권TV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eVWTVNLes9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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