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운명도 나의 것, 뮤지컬 ‘아이다’의 여성들
사랑도 운명도 나의 것, 뮤지컬 ‘아이다’의 여성들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2.05.24 22:27
  • 수정 2022-05-25 0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딛고 돌아온 대작 ‘아이다’
비극적 로맨스...여성들의 성장기
가창력·연기·퍼포먼스 삼박자
배우들도 “역대 가장 좋은 느낌”
8월 7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2022 뮤지컬 ‘아이다’ 중 아이다(김수하)와 전체 앙상블이 선보이는 ‘The Gods Love Nubia’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2022 뮤지컬 ‘아이다’ 중 아이다(김수하)와 전체 앙상블이 선보이는 ‘The Gods Love Nubia’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아이다’의 여성들은 강하고 아름답다. 예쁘기만 한 공주님도, 남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는 갈대도 아니다. ‘아이다’를 비극적 로맨스로만 요약할 수 없는 이유다. 혼란스럽고 폭력적인 시대에도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는 여성들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춤추고 사랑하며 운명의 주인으로 거듭나는 여성들을 만나는 시간이다.

‘아이다’는 이집트가 정복 전쟁에 나선 혼란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시공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다. 베르디의 동명 고전 오페라를 재해석했다. 팝의 거장 엘튼 존과 뮤지컬 음악의 전설 팀 라이스가 뭉쳐 강인함과 섹시함, 비장함이 공존하는 안무, 아름답고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였다. 거대하고 화려한 무대 세트, 음영과 조명을 활용한 뛰어난 연출, 이국적인 의상, 멋진 군무도 인기 비결이다.

금지된 사랑 이야기다. 적대국 이집트에 노예로 끌려온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윤공주, 전나영, 김수하)는 자신을 잡아 온 이집트 개선장군 라다메스(김우형, 최재림)와 사랑에 빠진다. 처음부터 서로에게 이끌린 두 사람이 깊은 감정을 나누는 과정을 애절하고 아름다운 음악과 연기로 표현한다. 

이 사랑은 반역이다. 짊어진 게 많은 어린 연인은 수없이 주저하고 번민한다. 결국 사랑이 이긴다. 아들을 일인자로 만들려는 아버지의 큰 그림을 따라 달려왔던 라다메스는 아이다를 만난 후 제 삶을 돌아본다. 이들의 앞날은 죽음이지만, 사랑과 자유를 위한 주체적 선택의 결말이다. 

“우리의 복잡한 인생들/야망들로 가득해/그 속에서 우리들의 사랑/어떻게 살아 있을까/이런 믿기 어려운 인생/그런 삶은 난 싫어/단지 우리 시간이 자유롭기를 바랄 뿐...”(넘버 ‘Elaborate Lives·복잡한 삶’ 중)

2022 뮤지컬 ‘아이다’ 중 아이다(김수하)와 라다메스(김우형)이 선보이는 ‘Elaborate Lives’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2022 뮤지컬 ‘아이다’ 중 아이다(김수하)와 라다메스(김우형)이 선보이는 ‘Elaborate Lives’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아이다에겐 더 험난한 여정이다. 사랑에 빠져도 제 뿌리를 잊을 수 없다. 살아남은 공주를 희망으로 여겨 추대하는 누비아인들의 기대에도 부응해야 한다. 사랑과 애국심 사이에서 분투하는 아이다의 섬세한 감정 묘사가 인상적이다. 아이다와 누비아 노예들이 패전국민의 설움과 희망을 합창하는 웅장한 넘버 ‘Dance of the Robe(예복의 춤)’, ‘The Gods Love Nubia(신은 누비아를 사랑하시네)’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철없는 공주에서 파라오로 성장하는 암네리스(아이비, 민경아)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첫 등장(‘My Strongest Suit·드레스는 나의 힘’)은 천박하다 싶을 만큼 화려하고 허영에 찬 모습이다. 뻔한 악녀 같지만, 점차 의연하고 위엄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직속 노예가 된 아이다가 범상치 않은 의지와 능력을 지녔음을 알고 호감을 보인다.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어”라고 담담히 노래한다. 국제 정세를 파악하고 명분 없는 비극적인 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아이비, 민경아 배우의 뛰어난 가창력과 매혹적이고 열정적인 연기, 퍼포먼스가 빛을 발한다.

2022 뮤지컬 ‘아이다’ 중 암네리스(아이비)가 선보이는 ‘My Strongest Suit’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2022 뮤지컬 ‘아이다’ 중 암네리스(아이비)가 선보이는 ‘My Strongest Suit’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2022 뮤지컬 ‘아이다’ 중 아이다(윤공주), 라다메스(최재림), 암네리스(민경아)가 선보이는 ‘Every Story is a Love Story’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2022 뮤지컬 ‘아이다’ 중 아이다(윤공주), 라다메스(최재림), 암네리스(민경아)가 선보이는 ‘Every Story is a Love Story’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아이다’ 출연 배우들이 24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홀 신한카드홀에서 프레스콜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세르 역 박성환, 라다메스 역 최재림, 암네리스 역 아이비, 아이다 역 김수아, 윤공주, 전나영, 암네리스 역 민경아, 라다메스 역 김우형, 조세르 역 박시원. ⓒ뉴시스·여성신문
뮤지컬 ‘아이다’ 출연 배우들이 24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홀 신한카드홀에서 프레스콜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세르 역 박성환, 라다메스 역 최재림, 암네리스 역 아이비, 아이다 역 김수아, 윤공주, 전나영, 암네리스 역 민경아, 라다메스 역 김우형, 조세르 역 박시원. ⓒ뉴시스·여성신문

‘아이다’는 지난 2019-2020 그랜드 피날레 마지막 시즌 준비 중 코로나19로 중단됐다. 작별인사를 못 했던 배우들이 돌아왔다. 박시원, 박성환(조세르), 유승엽(메렙), 김선동(파라오), 오세준(아모나스로)과 제4회 한국 뮤지컬 어워즈 앙상블상을 수상했던 전체 앙상블이 무대에 선다.

코로나19로 타격받았던 공연계가 조금씩 살아나며 ‘팀 아이다’ 분위기도 달아올랐다. 24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김우형은 “배우들끼리 눈을 바라보며 대화해 보자고 했다. 감성이 객석에 잘 전달된 것 같다. 감히 역대 가장 좋은 질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나영은 “서로 응원해주고 힘을 줄 수 있는 팀 아이다가 되어 너무 좋다”고 했다. ‘아이다’ 첫 출연인 민경아는 “많이 떨었지만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 관객 모두가 아이다를 응원하러 온 것 같았다”고 했다.

‘아이다’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의 원 멤버이자 2005년 한국 초연부터 함께 해온 트레이시 코리아(해외협력연출 및 안무), 2010년부터 호흡을 맞춰온 이지영 연출, 문병권 안무가, 오민영 음악감독도 함께한다. 오는 8월 7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