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알 권리 VS 자녀 생명권... 보호출산제 논의 본격화
부모를 알 권리 VS 자녀 생명권... 보호출산제 논의 본격화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2.10.28 18:08
  • 수정 2022-10-31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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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정법률상담소, 보호출산제 주제 심포지엄

베이비박스, 익명출산, 신뢰출산 등 임산부가 신원을 밝히지 않고 출산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보호출산제에 대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에서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강당에서 ‘보호출산제 도입 - 자녀의 생명과 권리 그리고 친생모의 익명성 여부 논의’를 주제로 창립 66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보호출산은 임산부가 일정한 상담을 거쳐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출산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아동의 부모를 알 권리와 원가정에서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는 한편 임산부와 아동 모두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어 도입과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상용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주제발표를 맡았다. 김상용 교수는 베이비박스, 익명출산, 신뢰출산에 대해 설명했다. 베이비박스는 미혼모 등이 아무와도 접촉하지 않고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는 시설을 말한다. 익명출산은 임신여성이 의료기관에서 자신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밝히지 않고 자녀를 출산할 수 있는 제도다. 신뢰출산은 임신한 여성에게 의료기관에서 익명으로 자녀를 출산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한다는 점에서는 익명출산과 같지만, 생모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반드시 남겨야 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에서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강당에서 ‘보호출산제 도입 - 자녀의 생명과 권리 그리고 친생모의 익명성 여부 논의’를 주제로 창립 66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에서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강당에서 ‘보호출산제 도입 - 자녀의 생명과 권리 그리고 친생모의 익명성 여부 논의’를 주제로 창립 66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김 교수는 “베이비박스와 익명출산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베이비박스에 영아를 두고 가는 것을 허용하거나 의료기관에서 익명출산을 하도록 할 경우 자녀는 ‘자신의 친생부모를 알 권리’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유기되는 영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생모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시설이 불가피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베이비박스는 익명출산으로 대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익명출산은 임신여성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와 상담을 제공하여 안전한 출산을 돕는다는 점에서 베이비박스보다 우수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기록을 남기는 것도 가능하므로, 자녀의 친생부모를 알 권리도 실현될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정미화 법무법인 남산 대표 변호사가 좌장을 맡고, 신옥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소라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영실 애란원 원장,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박성민 HnL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이 토론발표를 했다.

신옥주 교수는 독일식의 신뢰출산제가 우리나라에 필요하다면서 신뢰출산제를 도입할 경우 고려할 점에 대해 유기적·전문적 상담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경우 성, 재생산과 관련이 있는 상담을 원하는 모든 사람의 상담권이 보장된다. 신 교수는 “신뢰출산상담의 경우, 내담자가 갖고 있는 임신 갈등 상황인 사회적 사유, 경제적 사유, 장애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그에 따른 맞춤형 방안들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라미 교수는 여성의 재생산권 관점에서 해당 문제를 살펴봤다. 그는 “여성인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거쳐서 익명출산까지 오기 이전 단계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익명출산제도 도입에 있어서 아동 최상의 원칙을 우선적으로 적용해 관련된 문제점을 검토하고, 임신 중단할 권리의 보장을 통해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 가능성을 줄여나간다면 여성인권과 아동인권의 조화로운 보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영실 원장은 위기임신여성을 위한 법·제도 및 지원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그가 제안한 내용으로는 △상담지원하는 법과 거점센터를 국가제도 아래 마련하는 것이 필요 △보편적 출생등록제 우선적 도입 △여성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국가아동으로 등록하거나 익명출생등록하는 방안 도입 등이 있었다.

오영나 대표는 우리나라의 과거 해외입양이 익명출산으로 이뤄졌다며 “부모를 모른다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큰 방황과 고통을 겪게 하는지를 우리는 뼈저린 고통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는 아이를 책임질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보호출산제는 맨 나중의 순서로 적용돼야 하는 제도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원가정 보호 및 가정 보호 우선 원칙이 아동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며 아동이 가정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학대당한 사례를 언급했다. 또한 “미혼한가정 지원 등 원가정 지원 정책과 보호 출산제는 서로 모순, 저촉되지 않고 양립 가능하며 운영하기에 따라 상호 보완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생모와 생부가 혼인 관계가 아닌 경우 대부분 생부는 익명이 보장된다”며 “생부는 아기에 대해 책임이 있는 자이기도 하고 이 문제를 야기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보호출산제 반대는 생부의 익명은 보호하지만 생모의 익명은 보호하지 않는 남녀차별 상황을 법적으로 고착시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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