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젠더법학회·한국여성변호사회·민변 여성인권위원회 동계공동학술대회
'주거침입 강제침입' 대법 판결 의미 분석
“피해자의 주거환경에 따라 적용법조·처벌수위 달라질 수 있어”

대법원. ⓒ뉴시스·여성신문
대법원. ⓒ뉴시스·여성신문

성폭력범죄에서 주거침입의 의미를 대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살펴본 결과 전문가들은 출입 여부 판단 시 출입방법이라는 일률적인 기준이 아닌 공간의 성격에 따라 사적·공적공간의 판단기준을 바탕으로 법원이 제시한 고려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피해자의 주거환경에 따라 적용법조와 처벌수위가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젠더법학회·한국여성변호사회·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는 18일 비대면 방식으로 ‘2022년, 젠더판례 톺아보기’ 동계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번 학술대회에선 성폭력범죄에서 주거침입의 의미를 대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2022년 9월 성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상가 1층 엘리베이터 앞까지 피해자를 따라간 행위는 가중처벌 대상인 건조물 침입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해쳐져야 주거침입이 성립한다고 본 것.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는 2021년 4월 5일 오후 10시20분께 한 상가 건물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B(16)양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고, B양을 따라가 다른 상가 건물 1층에서 B양의 신체를 강제로 만져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양 외에도 10대 여성 2명을 따라가 아파트 현관이나 계단에서 강제로 추행한 혐의, 신체 일부를 불법 촬영한 혐의 등도 받았다. 공연음란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은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3년8개월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결론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B양을 따라서 상가 건물 1층에 들어간 것은 사실상의 평온 상태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인 민고은 법무법인 새서울 변호사는 이날 발제를 통해 “공간의 성격을 고려해 침입여부의 기본적인 판단기준을 설정하고 법원이 제시한 다양한 고려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거 등의 사실상 평온을 해치는 행위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 변호사는 “성폭력처벌법위반죄를 형법상 강제추행죄와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경합범보다 중하게 처벌하는 이유는 피해자의 사생활이 보호돼야 하는 피해자의 사적 공간이자 그 어떤 장소보다 안전함이 요구돼야 하는 공간에서 성폭력범죄를 범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이러한 취지가 달리 해석되지 않도록 침입 여부 판단 시 출입방법이라는 일률적인 기준이 아닌 공간의 성격에 따라 사적공간은 거주자의 의사, 공적공간은 출입방법이라는 기본적인 판단기준을 바탕으로 법원이 제시한 고려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거침입과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동일한 경우에 주거침입과 성폭력범죄의 결합범을 인정해 피해자의 주거의 평온과 안전, 성적 자기결정권을 함께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의 주거환경에 따라 적용법조·처벌수위 달라질 수 있어”

안지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여성폭력방지팀장은 “범행 목적과 피해의 범위가 완전히 동일함에도 피해자의 주거환경에 따라 적용법조와 처벌수위가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팀장은 “대상판결 선고 이후 아직까지 대법원이 출입, 통제장치가 불충분한 주거지에 성적 목적으로 출입한 경우를 판단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법원이 위 사례를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의 예시’로 보아 새로운 해석을 할지, 아니면 아파트와 같은 출입, 통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사례에 아파트에 대한 해석을 그대로 적용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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