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3시간 만에 포획된 얼룩말 세로
어린이대공원 “세로, 부모 잃은 뒤 유대감 상실”
얼룩말 자유롭게 뛰놀 수 없는 동물원…환경 개선 필요
손성일 원장 “동물 종류 줄이고 방사장 늘릴 것”

서울 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해 주택가를 활보하던 얼룩말 “세로”가 탈출 3시간 만에 포획돼 대공원으로 돌아갔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해 주택가를 활보하던 얼룩말 ‘세로’가 탈출 3시간 만에 포획돼 대공원으로 돌아갔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해 주택가를 활보하던 얼룩말 ‘세로’가 탈출 3시간 만에 포획돼 대공원으로 돌아갔다. 어린이대공원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힌 가운데 얼룩말에 적합하지 않은 동물원 환경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탈출 3시간 만에 붙잡힌 얼룩말 세로…“부모 잃어 유대감 상실”

어린이대공원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23일 2021년생 수컷 얼룩말 ‘세로’는 공원 내 우리 주변에 설치된 목재 시설물을 부수고 탈출했다, 서울 광진소방서는 오후 2시43분 “거리에 얼룩말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경찰 및 동물원 사육사 등과 합동포획 작전을 벌였다.

이들은 주택가 골목길에서 그물망, 경찰 차량 등으로 세로를 포위한 뒤 마취총을 이용해 일곱 차례 근육이완제를 투약했다. 쓰러진 세로는 화물차에 실려 탈출 약 3시간30분 뒤인 오후 6시10분쯤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손성일 어린이대공원 원장은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세로가 갑자기 동물원을 탈출한 이유를 ‘부모님을 잃은 뒤 유대감을 상실하면서 얻은 스트레스’로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상 부모 얼룩말과 붙어 다녀 ‘껌딱지’로 불리던 세로가 부모 얼룩말이 사망한 뒤 온순하던 성격이 급변해 내실로 들어오지 않고 캥거루와 싸우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사육사들이 특별 간식과 장난감을 주는 등 특별 관리에 들어갔으나 결국 세로가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손 원장은 “추후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리터링 강화·펜스 높이 강화·세로의 짝이 될 암컷 얼룩말 입양 등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동물들 욕구 채울 수 없는 한국 동물원…환경 개선이 근본 대책

헝가리의 한 동물 공원에서 3살 된 그래비(제국) 얼룩말이 우리 안에 서 있다. ⓒ뉴시스
헝가리의 한 동물 공원에서 3살 된 그래비(제국) 얼룩말이 우리 안에 서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세로와 같이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동물들이 갑자기 탈출하는 사건은 이전부터 꾸준히 발생해왔다. 2005년에는 서울 어린이대공원 코끼리 6마리가 4시간여 동안 대낮 도심을 활보했으며, 2010년엔 과천 서울대공원의 말레이곰 ‘꼬마’가 인근 청계산으로 달아났다. 2018년에는 대전 오월드의 퓨마 ‘뽀롱이’가 탈출해 인근 산에서 사살됐다.

이를 두고 규모가 작고 공간이 협소한 동물원 환경 자체가 동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는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동물원 허용면적의 몇 십 배 넓은 초원에서 무리지어 생활하는 얼룩말을 인위적인 환경에 가둬놓는다는 것 자체가 탈출욕구를 높이는 근본적인 원인이다”며 사육동물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는 동물원의 실태를 꼬집었다.

이 대표는 세로가 깊게 의지하던 부모 얼룩말을 잃어 이상행동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야생이었으면 무리생활에서의 교류와 자연에서 호기심을 채우는 과정을 통해 슬픔을 덜 수 있겠지만 동물원은 이러한 환경을 맞춰줄 수 없다. 이번 사건이 동물들을 구경거리로 소비하기 위해 원 서식지에서 데려와 가두는 동물원의 구조 자체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강산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또한 세로 사건을 언급하며 “서울시 차원에서 동물권 보장에 대한 폭넓은 공론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과거 동물 고유의 서식지를 최대한 재현하는 생태 동물원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이제는 인간의 손길과 보호가 최소한으로 필요한 동물에 한해 동물원을 운영하는 방식 등 발전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입장을 표했다.

손성일 어린이대공원 원장은 이같은 지적에 모두 동의하며 동물들에게 보다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도록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손 원장은 “외국과 비교해 서울 어린이대공원을 비롯한 우리나라 동물원이 협소한 것이 사실”이라며 “정기적으로 동물 종류를 우리나라 토종동물 중심으로 줄이고 동물들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도록 방사장을 넓힐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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