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대심판정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이날 헌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 후 5년 이내 5회까지 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한 변호사시험법 7조 1항 등에 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 대해 선고한다. 2020.09.24. ⓒ뉴시스·여성신문
헌법재판소ⓒ뉴시스·여성신문

기혼여성과 아이를 낳은 생부가 생모없이 혼자 출생신고를 하기 어렵도록 한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다.

헌재는 최근 가족관계등록법 46조·57조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조항을 즉각 무효로 만들었을 때 초래될 혼선을 막고 국회가 대체 입법을 할 수 있도록 시한을 정해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헌재가 정한 법 개정 시한은 2025년 5월31일로, 이 조항들은 늦어도 이 시점까지는 개정돼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자 자유권·사회권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독자적 기본권임을 분명히 했다. 또 등록없이 방치돼야 했던 '혼인 외 출생자'(혼외자)의 출생신고 제약을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출생등록은 아동이 부모와 가족 등의 보호로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하게 한다"며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는 출생 후 아동이 보호받을 수 있을 최대한 빠른 시점에 아동의 출생과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를 국가가 관리할 수 있도록 등록할 권리"라고 밝혔다.

가족관계등록법 46조에 따르면, 혼외자의 출생신고 의무는 생모에게 있다.

57조는 생모와 불륜관계인 생부가 혼외자의 출생신고를 할 수는 있지만, 이는 생모가 소재불명이거나 특정할 수 없는 경우 등에 한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인은 기혼 여성과 불륜관계로 아이를 낳은 생부들과 이렇게 태어난 자녀들이다. 청구인들은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으로는 이렇게 출생한 아이를 여성의 법적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해 생부가 현실적으로 출생신고하기 어렵다며 헌재의 판단을 요청했다.

헌재는 이번 사안을 약 1년 간 심리한 끝에 가족관계등록법이 혼외 관계로 출생한 아이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가족관계등록법 조항이 효력을 즉각 잃는 것은 아니다.

헌재는 단순위헌으로 해당 조항을 없애면 '혼인 중이 아닌 여성'과 사이에서 아이를 낳은 남성이 아이에 대해 출생신고를 할 수 없게 된다고 보고 법 개정 시한을 부여했다.

헌재는 자녀들의 헌법소원은 받아들였지만 가족관계등록법이 생부의 권리까지 침해한 것은 아니라며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생부들의 헌법소원은 기각했다. 헌재는 "남편 아닌 남자인 생부에게 자신의 혼인 외 자녀에 대해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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