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
돌봄노동자 92% 기간제 계약직
아이돌보미 10명 중 8명 퇴사
"돌봄노동자 증언 익숙해지는 현실 경계해야"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주최한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가 열렸다. ⓒ박상혁 기자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이수진 의원 등이 참석했다. ⓒ박상혁 기자

“돌봄노동자들의 증언이 더 이상 자극이 아니게 될까 두렵습니다.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익숙해지는 현실을 경계해야 합니다.”

돌봄노동자 증언대회 사회를 맡은 최혜지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증언에 나선 돌봄노동자들은 고충을 끊임없이 말해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답답해했다. 이들은 “우리 목소리를 정말 들어야 하는 분들이 여기 안 계신다. 커튼 뒤에서든 도청을 하든 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개최한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에선 국가가 돌봄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발언이 끊이지 않았다. 저출생 고령화 시대에 돌봄의 중요성은 높아졌지만 110만여명의 돌봄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법률원 부설기관 ‘노동자권리연구소’가 지난해 요양보호사·아이돌보미·장애인활동지원사 등 1200여명의 돌봄노동자를 설문조사한 결과 돌봄노동자 92%가 기간제 계약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여성가족부 아이돌봄지원사업의 일환인 아이돌보미 10명 중 6명은 100만~200만원 사이 급여를 받고 있으며, 68%는 업무에 필요한 교통비를 지급받지 못했다.

김한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아이돌보미 노동자들은 2021년 입사자 3479명에 퇴사자 2876명으로 10명 중 8명이 퇴사했다. 아이돌보미로 오주연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아이돌봄분과장은 “근무시간도 너무 적고 임금도 열악해 퇴사 하는 게 당연하다”며 여가부를 비롯한 국가가 나서 처우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주최한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가 열렸다. ⓒ박상혁 기자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에서 돌봄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 현실에 대해 토로했다. ⓒ박상혁 기자

시설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조길순 보건의료노조 안신시지부 지부장은 요양원에서 쓸쓸히 돌아가시는 어르신들을 지켜볼 때마다 “포옹 한 번 손 한 번 마음껏 잡아드리지 못한 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고 고백했다. 요양원에 들어온 어르신들은 가족과 멀어진 채로 평생을 시설에서 살다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요양보호사들은 이들에게 말벗이 되어주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 교감을 나눌 수 없다. 요양보호사 1명이 주간 평균 10명의 어르신을 돌보는 것은 물론이고 주말 13명, 야간에는 20명을 돌보는 상황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들은 과중한 노동 강도는 물론이고 어르신들의 성추행, 성희롱, 폭언 등에도 무방비로 노출돼있다. 각종 근골격계 질환에 법적으로 보장되어있는 유급병가를 이용하려고 해도 회사에서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조 지부장은 어르신 안전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인력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80만명에 달하는 방문돌봄노동자들은 “오늘부터 그 집 가지 마세요”라는 사측의 문자 한 통이면 출근하다가도 일자리를 잃는다. 어르신의 심기를 거스르거나 가족이 집으로 돌아오면 언제든지 계약 해지 통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방문돌봄노동자들은 월 60시간 이상 일해야 4대 보험 및 퇴직금, 장기근속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데, 사측은 59시간·59.5시간으로 계약할 것을 요구해 노동자로서 받아야 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방문요양보호사 이미영 서비스연맹 돌봄서비스노조원은 “두세번째 어르신 댁으로 근무지를 이동하는 교통비도 모두 자부담이고, 점심값도 아까워 싼 커피로 때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으로 돌봄 노동을 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돌봄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의 130%를 통상임금으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박주민·남인순·이수진·최혜영 등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의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참여해 돌봄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나서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진 의원은 “정치권이 저출산고령화사회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하면서도 국민들은 실효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간호사 출신으로 돌봄 노동이 얼마나 국민들에 필요한 서비스인지 알고 있다. 중장년 여성들이 포진된 돌봄노동자들의 저임금 과로노동 문제를 챙기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