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세보증보험 한도 축소 예고
세입자 가입 거절‧임대인 역전세 우려
임대인에 보증금 지급 위한 대출 필요

서울 송파구 다세대·연립(빌라) 일대.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다세대·연립(빌라) 일대. ⓒ연합뉴스

정부가 ‘빌라왕’, ‘건축왕’ 등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해 ‘전세보증보험 한도 축소’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전세보증보험 가입 거절과 역전세 우려에 빌라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 혼란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임대인의 신원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증금 지급을 위한 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해 전세보증보험 한도를 축소했다. 전세사기 범죄가 주로 높은 전세보증보험 한도를 노리고 벌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세보증보험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도 대폭 주저앉을 전망이라 전세보증보험 한도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임차인(세입자)이라면 전세보증보험 한도가 축소되면서 보험 가입이 거절될 수 있으므로 바뀐 전세보증보험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임대인(집주인) 역시 전세보증보험 축소로 2년 전보다 가격이 내리는 ‘역전세’ 발생에 유의해야 한다.

정부는 올 초부터 공시가격의 140%로 낮췄다. 또한 5월부터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100%에서 90%로 축소한다. 즉 앞으로 빌라는 전세보증보험 한도가 공시가 140%, 전세가율 90%가 적용된다.

올해는 공시가가 더 떨어져서 보증 한도가 많이 축소된다. 전세금반환보증 보험에 가입할 때 공시가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공시가가 하락하면 전세보증 기준에 맞는 전셋값도 그만큼 떨어진다. 이번에 바뀌는 전세보증보험은 세입자가 가입하는 보험으로, 임대사업자는 법으로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게 돼 있다. 임대사업자가 가입하는 임대보증금 보험은 한도 변경이 없다.

빌라에 전세를 살고 있거나 전세를 찾는다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를 꼭 확인한 뒤 보증보험 한도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 전세를 갱신하려 한다면 보증보험에 맞춰 보증금을 조정해야 한다. 보증보험 한도를 모르고 갱신했다가 나중에 거절될 수 있다. 임대인 또한 공시가를 미리 확인해 보증보험 한도를 예상해야 ‘역전세’에 대비할 수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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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의 신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해야

부동산 전문가는 갭투자를 막기 위해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한도를 축소했지만, 모든 대책에는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임대인이 주민등록등본을 위조한다던가 공문서를 위조하는 것에 대해 세입자들이 속절없이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18일 “최근 전세 사기 발생의 시점을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성이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발표 이전과 이후로 구분 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전세난은 연내 지속될 수 있고, 전세수요가 늘면 역전세 상황이 해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세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임대인의 신원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조회 시스템을 구축해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역전세난이 발생한 임대인을 위해서는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도록 대출 지원을 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광교에서 열린 청년 전세 사기 예방 캠페인에 참가해 임차주택 시세와 집주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안심전세앱’ 설치를 독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사진 왼쪽)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광교에서 열린 청년 전세 사기 예방 캠페인에 참가해 임차주택 시세와 집주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안심전세앱’ 설치를 독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부, 법률 지원·긴급 주거 지원·버팀목 전세대출 등 지원책 마련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의 사고 피해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전세 사기 피해로 도움이 필요한 때를 대비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법률 지원과 긴급 주거 지원, 기금 저리 대출 등의 지원책을 마련했다.

먼저 전문가가 필요한 경우 변호사나 법무사 등이 제공하는 법률상담과 더불어 법률구조공단 소송 연계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전세 피해 관련 무료 법률 상담을 원하면 각 지자체에 마련된 전세 피해 지원센터를 방문해 상담할 수 있다. 서울과 인천센터는 사전 예약해야 한다.

기준 중위 소득 125% 이하에 해당하는 구조 대상자는 보증금 반환청구 소송 등을 무료로 진행할 수 있다. 전세 피해로 긴급 거처가 필요한 임차인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 지방공사 공공임대 주택을 활용한 긴급 주거 지원 방안도 마련됐다. 시세의 30% 수준의 월 임대료로 최대 2년간 거주할 수 있다. 각 전세 피해 지원센터 또는 지자체를 통해 유선 상담·신청하면 된다.

전세 피해자들을 위한 버팀목 전세대출도 있다.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경·공매 낙찰로 임차권이 소멸해 보증금을 받지 못한 임차인은 소득과 보증금에 따라 대출금리 1.2%~2.1% 사이로 최대 2억 4000만원 또는 임차보증금의 80% 중 적은 금액을 대출한도로 적용해 버팀목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거주 중인 지자체의 시·도청 또는 전세 피해 지원센터를 방문해 전세 피해 확인서를 발급받아 은행에 대출 신청하면 된다. 신청 자격은 부부합산 총소득 7000만원 이하거나 부부합산 순자산 가액이 5.06억원 이하인 경우다. 지원 기간은 2년이며 총 4회 연장할 수 있다.

‘안심전세포털’에서 계약 체결 전 유의 사항 숙지해야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선 전세 계약 체결 전 유의 사항을 숙지해야 한다. 포털에 ‘안심전세포털’을 검색한 후 메인페이지에 들어가면, 상단 두 번째 ‘전세사기 피해 예방’ 탭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탭에서 전세 계약 체결 전후 유의 사항뿐만 아니라 계약 종료‧갱신 시 유의 사항과 전세 사기 유형별 사례, 대처방안을 알아볼 수 있다.

안심전세포털에서는 국토교통부가 공인중개사‧집 주인 정보, 주택 시세 조회, 보증료 계산기 등의 기능이 담긴 애플리케이션 ‘안심전세 APP’ 다운로드와 관련해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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