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회손 처벌 감수할 만큼 분노”
“전세사기는 살인죄... 15년도 적어”

나쁜 집주인 홈페이지. ⓒ여성신문
‘나쁜 집주인’ 홈페이지 메인 화면. ⓒ‘나쁜 집주인’ 홈페이지 캡쳐

전세사기 피해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임대인 중에는 일명 ‘무자본 갭투기’로 수중에 한 푼 없는 사기꾼들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재산을 은닉하면서까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나쁜 집주인’도 있다. 

김연신(55)씨는 서울에 살다가 제주도 남원읍 의귀리에 내려가 전원주택을 구했다. 하지만 전세 기간이 끝나고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결국 집이 경매로 넘어갔고, 낙찰돼 7500만원을 배당받았다. 전세보증금 1억5000만원 중 절반 밖에 돌려받지 못한 셈이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안 주려 ‘위장 이혼’까지 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의 집주인은 이혼 전, 전 재산이던 덤프트럭을 아내 명의로 이전했다. 위자료라는 명분이었다. 이후 집주인은 김씨에게 “재산이 없는 상태라 전세(보증)금을 못 준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집주인 부부가 실상 함께 경제생활을 하고 있고, 보증금을 줄 돈으로 편의점을 개업해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민사소송을 하면서 보니 덤프트럭 판 돈이 편의점에 갔다. 편의점 개업할 돈은 있는데 전세 보증금을 줄 돈은 없는 건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기 싫어서 안 준 것이다”며,

“아이와 엄마가 같이 살고, 남편은 편의점 근처에 원룸을 얻었다. 이혼했으면 당연히 아이를 키우는 사람한테 양육비를 줘야하는데 그런 흔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남편이 아내 카드로 생활 중이다”고 했다.

17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 현관문 앞에 전세사기 수사 대상 아파트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이날 해당 주택에서는 30대 여성이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그는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뉴시스
17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 현관문 앞에 전세사기 수사 대상 아파트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이날 해당 주택에서는 30대 여성이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그는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뉴시스

집주인 ‘위장 이혼’ 시인해도 소송 결과 그대로... 신상 공개 감행

김씨는 집주인을 상대로 ‘강제집행면탈죄’ 형사소송도 했다. 강제집행면탈죄는 채무자가 의도적으로 자산을 숨겼을 때 적용될 수 있는 범죄다. 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났다. 집주인이 자기 입으로 위장 이혼이 맞다고 말한 영상도 증거로 제출했지만 소송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같은 결과에 분노한 김씨는 최근 ‘나쁜 집주인’ 홈페이지에 자신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집주인의 신상을 공개했다. ‘나쁜 집주인’은 전세사기 등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악성 임대인을 고발하는 목적으로 개설된 웹사이트다. 일전 ‘배드 파더스’와 같은 단체가 유사한 활동을 했었지만 명예훼손으로 판명돼 사이트를 폐쇄한 바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우려가 있지 않냐는 질문에 김 씨는 “다 감수할만큼 (집주인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 화가 나서 제보했다”며 “전세금을 안 주는 것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면 최대 15년까지 선고될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지난 25일 임차인들에게 보증금 70억원을 가로챈 일명 ‘빌라의 신’ 전세사기 일당에 5~8년이 선고되는 데 그쳤다. 김 씨처럼 임대인 1명에게 피해를 본 경우 범죄단체조직죄는 적용되지 않아 형량은 더 줄어든다.

피해자들은 15년형도 적다는 입장이다. 김 씨는 “피해자가 몇백명씩 나오고 돌아가신 분도 있다. 이건 살인죄다”면서 “전세사기 피해자는 가정이 무너지고 극단적 선택, 이혼, 유산 등 엄청난 피해가 있음에도 (처벌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 15년은 적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제가 20대일 때도 전세사기는 계속 있었다. 국가 제도가 제대로 서지 않으니 사기꾼은 계속 진화하는 거다. 큰 죄로 다스리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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