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합계 출산율 0.78명
3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책 과제 및 추진 방향 발표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 설정에 나섰지만 성평등 빠져
전문가 “양성평등 없이 출산율의 증가는 없다”

연도별 합계출산율 현황 ⓒ서정숙 의원실 제공
연도별 합계출산율 현황 ⓒ서정숙 의원실 제공

0.78명. 정부가 지난 2월 22일 발표한 2022년 합계 출산율이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한 1.0명 이하 국가다. 끊임없이 추락하는 출산율을 붙잡아 보기 위해 정부는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성평등이 빠진 채로 저출산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정책은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를 기본으로 한다. 당시 저출산 원인으로 △노동시장 격차와 불안정 고용 증가 △교육에서의 경쟁 심화와 결혼‧출산 실현을 가로막는 주택 가격 △성차별적 노동시장과 돌봄공백 △전통적․경직적인 가족규범 및 제도의 지속 △청년층의 인식과 태도 변화 등이 꼽혔다. 특히 성차별에 대한 원인 분석이 이뤄지면서, 여러 목표 중 하나로 ‘성평등하고 공정한 사회’가 설정됐다.

이후 추진된 정책은 △영아수당 신설 △3+3 육아휴직제 △육아휴직 소득대체율 인상 △보편적 육아휴직 권리보장 등에 더해, △성평등 경영 공표제 도입 △성차별‧성희롱 피해의 실효적 구제절차 신설 △출산·양육기 경력단절 예방 서비스 확대 △경력단절 여성 인턴 지원 강화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3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여성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3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여성신문

그러나 2023년 3월 28일 발표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 방향’에 따르면,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목표 중 하나인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은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며,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이라는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돌봄·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지원, 건강에 집중한 정책을 선보이겠다고도 했다.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아이돌봄 서비스, 시간제 보육 확대 △유보통합 시행, 늘봄학교 전국 확대 △일·육아 병행 지원 제도 이행력 강화 △육아기 단축근로 및 유연근무 활성화가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는 ‘성평등’한 사회에 대한 비전은 빠져있다. ‘성평등’이라는 표현 자체가 자취를 감춰, 관련된 정책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저출산 해결을 위해서는 성평등이 필요하다. 오지혜 경상남도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양성평등 없이 출산율의 증가는 없다”라면서 “프랑스,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등 유럽의 국가들에서 출산율이 줄었다가 반등할 수 있었던 계기는 양성평등이라는 사회 가치관이 정책과 함께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영미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출산과 성평등주의 다층분석’이라는 논문을 통해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취업한 여성일수록, 성평등주의적 태도를 갖고 있는 여성일수록 성평등주의적 사회에서 더 많은 자녀를 출산한다”고 분석했다.

2018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성평등관점에서 본 저출산대응전략 연구 : 한국과 일본의 비교연구’에서도 성평등이 강조된다. 이 보고서는 “성평등한 가족생활과 가족문화로의 변화가 필요하며, 새로운 형태의 가족생활 양식이 요구된다”며 “특히 가족내 젠더관계의 변화가 없이는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본계획 체계 자체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완화전략이 아니라 불가피하게 찾아오는 사회 변화에 대한 적응 전략을 선택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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