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검사의 독립적 수사 방해…반성 없어”
전익수 “위력 행사 없어”…유족 “엄벌 내려달라”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 수사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고 이예람 중사 사건 수사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의 수사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에 대해 특별검사팀(특검)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함께 기소된 군 관계자들에게도 징역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 측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 심리로 진행된 전 전 실장 등의 결심공판에서 이번 사건을 "군 조직의 수직·폐쇄적 특성을 보여주는 권력형 범죄"로 규정하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면담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전 실장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군무원 B씨에게는 징역 2년6개월을, C중령에 대해서는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었던 이예람 중사는 2021년 3월 선임인 장모(25)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군 검찰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군 검찰을 지휘 및 감독했던 전 전 실장은 당시 자신에게 사건 보안 정보를 전달한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군 검사에게 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하거나 수사 내용을 확인하려 하는 등 위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전 전 실장은 군 검사에게 전화해 "영장이 잘못됐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특검은 면담강요 혐의로 지난해 9월 기소했다.

B씨는 장 중사의 구속심사 상황 등 수사 관련 정보를 전 전 실장에게 누설한 혐의를, C중령은 이 중사의 사생활을 왜곡해 이 중사의 죽음이 개인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처럼 기자들에게 전파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이 사건 공소사실 관련해 문제의식이 전혀 없고 조금의 반성도 하지 않는다"며 "예의를 갖춰가며 억울함을 토로한 것이며 (군 검사가) 부담을 안 느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군 검사에게 개인 휴대전화를 걸어 증거 내놓으라고 압박해도 진정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군 내 형사사건 수사 공정성·독립성을 지키고 신뢰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인지 되물을 수 밖에 없다. 피고인 엄벌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뚜렷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예람 중사 사건과 관련해 군검사가 피고인 측근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을 기재한 것을 알고 거리낌 없이 전화를 걸어 몰아붙였다"며 "실체적 진실을 밝힐 의무를 부여 받은 군검사에게 부당한 위력을 행사해 범국민적 기대에 역행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전 전 실장은 발언 내용이 면담강요나 위력행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범행 대상이 피해자가 아닌 군 검사여서 범죄 구성요건에도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해 왔다.

이날 최후 변론에서도 전 전 실장 측은 "구속영장 청구서의 내용을 알고 사실 확인 차 질문을 하고 억울함을 호소했을 뿐, 수사 무마나 수사 정보 인지 등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영장이 청구되고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수사를 중단시킬 수 있었겠느냐"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주완 씨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 중사 사건 수사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의 결심 공판이 끝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주완 씨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 중사 사건 수사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의 결심 공판이 끝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 중사의 부친은 결심공판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예람이는 조직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신념을 버리지 않고 자결했다"며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잘못은 맞지만 죄는 아니라고 하는데 바로 이런 태도가 군에서 예람이가 죽은 핵심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재판이 시작된 6개월의 시간은 우리 군과 군 사법제도가 얼마나 황당한 무법천지였는지 재판부와 국민들이 알 수 있었던 참담한 시간이었다"며 "이 재판은 예람이 사망 이후, 또 사망 이전 이뤄졌던 다른 재판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중사의) 사망 원인을 조작하려고, 또 부실수사의 책임을 면해보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이들을 엄벌에 처하기 위해 우리 가족과 시민단체가 싸워온 것"이라며 "문제가 생기면 윗사람이 조직부터 챙기는 추악한 행태를 밝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게 하는 것이 예람이가 죽음으로 호소한 피맺힌 절규"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앞으로 2심에 이어 대법원에 가서도 싸울 것"이라며 "수많은 피해자들이 죽은 이유에 대해 재판부가 잘 고려해서 엄벌을 내려 이 같은 비극의 반복을 막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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