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청소년 마약 대책 토론회
다이어트·성적향상…청소년 욕망 자극
청소년 관심 못 받는 예방교육…강사·프로그램 개발해야
청소년 마약사범, 처벌보다 치료 우선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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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필로폰 성분의 음료수를 건네고 이를 미끼로 학부모를 협박하는 일명 ‘대치동 학원가 마약음료 협박 사건’을 시작으로 청소년들이 마약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마약으로부터 청소년을 지킬 골든타임이라며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청소년 마약 근절 및 예방 대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자리에는 국회, 교육부, 서울경찰청, 식약처 등 정부 인사들과 경찰서 청소년정책자문단으로 활동하는 청소년 15명이 참석했다.

다이어트·근육증가·성적향상…청소년 욕망 자극하는 마약

청소년 마약 문제는 최근 몇 년 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10대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2022년 481명으로 5년 새 4배 급증했다.

김미숙 서울시 보건교사회장은 “몇 년 전 10대들의 중독을 다룰 때에는 흡연, 음주, 스마트폰, 도박 중독을 염려했으나, 최근 마약 사범 증가와 마약음료 사건으로 학교 현장이 혼란에 빠졌다”고 우려했다.

청소년들이 흔히 접하는 마약은 △나비 약(식욕억제제) △몸짱 약(근육강하제) △ADHD 치료제 △합성 대마 △펜타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외모나 성적에 영향을 끼치거나 생리통에 효과가 좋다는 등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

이들은 단순 개인 오남용에서 그치지 않고 텔레그램 등 SNS를 이용해 마약을 유통해 큰돈을 벌거나, 집단적으로 투약을 강요해 청소년을 중독시키는 등 다방면으로 마약 범죄에 가담하는 등 문제의 심각성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강동경찰서 청소년정책자문단으로 활동하는 강일고등학교 1학년 안현경 학생은 “트위터, 텔레그램 등 메신저에서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면 수많은 마약 판매 글이 나타난다. 인터넷 사용이 일상인 청소년들에게 마약 구매가 쉬워진 만큼 투약 범죄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마약에 대한 접근성 증가가 청소년 마약범죄를 불러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안 학생은 “각종 미디어 매체에서 흔히 ‘챌린지’라 불리는 영상을 보다 보면 마약을 흡입하는 제스처를 사용하는 것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영상들이 유명해져 10대 청소년들이 따라하다 보면 ‘실제로 마약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할 수 있다”며 “앞으로 더 교묘하게 발전할 마약 노출에 모두가 함께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동경찰서 청소년정책자문단으로 활동하는 강양고등학교 1학년 안현경 학생은 “트위터, 텔레그램 등 메신저에서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면 수많은 마약 판매 글이 나타난다. 인터넷 사용이 일상인 청소년들에게 마약 구매가 쉬워진 만큼 투약 범죄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마약에 대한 접근성 증가가 청소년 마약범죄를 불러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혁 기자
강동경찰서 청소년정책자문단으로 활동하는 강일고등학교 1학년 안현경 학생은 “트위터, 텔레그램 등 메신저에서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면 수많은 마약 판매 글이 나타난다. 인터넷 사용이 일상인 청소년들에게 마약 구매가 쉬워진 만큼 투약 범죄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마약에 대한 접근성 증가가 청소년 마약범죄를 불러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혁 기자

청소년 관심 못 받는 예방교육…강사·프로그램 개발 힘써야

우리나라는 2021년 학교보건법 개정 이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10회에 걸쳐 마약류를 포함한 약물 오남용 예방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에 약물 중독 내용을 포함시켜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마약류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수율은 99%에 달하며, 추후 약물 중독 예방교육을 위한 별도의 최소 이수 시간 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와 학생들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예방교육은 학생들에게 와 닿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학교에서 유료 마약범죄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경기도마약퇴치운동본부의 김이항 본부장은 “기존 교육은 형식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데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이 낮다. 마약류에 대한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강사를 육성하고 청소년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발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전문 강사 양성과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학교에서는 정부예산으로 진행하는 예방교육을 보완하고자 학교자체예산으로 유료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학교 예산은 한정돼있다. 사건이 심각한 만큼 중앙정부예산과 지자체예산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정부가 마약 근절 교육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마약사범, 처벌보다 치료 우선

마약을 남용한 청소년에게는 처벌이 아닌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립법무병원 조성남 원장은 “해외 연구에 따르면 마약사범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마약사범을 단속하는 비용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마약사범이 건강을 회복하고 일상생활에 복귀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수십 배까지 차이날 수 있다고 본다.”며 경제적 효용성 차원에서 감시·처벌보다 치료가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마약사범들을 가둬봐야 더 강한 마약을 찾을 뿐이다. 그들을 중독이라는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로 봐야 한다. 마약 중독을 병으로 보고 치료를 강화하는 예방 정책이 필요하다”며 마약 중독자에 대한 치료 프로그램 강화를 강조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관 모두가 청소년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동진 서울경찰청 아동청소년계장 경정은 “현재 청소년 마약 문제는 당장 막지 않으면 안 되는 골든타임에 놓여 있다”며 학교, 가정, 정부, 비정부기관 모두가 협력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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