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유가족들, 특별법 촉구 단식 돌입
“왜 우리가 단식해야 하나...국회의원들이 싸워달라”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직무대행, 최선미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이 20일 오후 국회 앞에서 10.29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직무대행, 최선미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이 20일 오후 국회 앞에서 10.29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뉴시스·여성신문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꼭 제정돼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설치되길 오늘 단식으로 목숨을 건 어미가 소망합니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고(故) 박가영씨 어머니인 최선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이 20일 국회 앞 농성장에서 말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이날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들은 ▲6월 임시국회 내 특별법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특별법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조속한 심사 ▲참사 1주기 전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故) 이주영씨 아버지인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과 최선미 운영위원이 대표로 이날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이정민 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오후 2시께 국회 앞 농성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특별법은 우리 유가족들에게는 마지막으로 걸어볼 수 있는 희망의 생명줄”이라며 “우리는 지금 너무나 절박하다.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이대로 묻혀버린다면 앞으로의 우리 삶은 의미가 없어진다”고 호소했다.

또 “오늘 저는 단식투쟁을 시작하려고 한다. 곡기를 끊는다는 것은 저의 모든 행동과 삶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다.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끝없이 그 고통을 감내하겠다. 신속한 법안처리로 우리의 고통도 끊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직무대행, 최선미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 등 참석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 유가족 단식농성 시작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직무대행, 최선미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 등 참석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 유가족 단식농성 시작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최선미 위원은 “이런 참사가 나면 피해자와 유가족은 거리로 나와 슬프고 억울한 얼굴로 정부를 향해 분노해야 하고 그 뒤로는 경찰과 대치하며 분향소와 농성장을 차리고 노숙농성 행진 삭발 단식 등을 해야 한다”며 “정부는 유가족의 목소리를 정쟁으로 취급하며 국민들은 정부의 갈라치기에 휩쓸려 같은 국민인 유가족을 비난한다. 무슨 수학 공식 같다”고 말했다.

또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표가 돼 (유가족) 대신 싸워야 하는데, 각 정당은 유가족이 나와서 이렇게 단식까지 하게 될 때까지 뭐하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특히 특별법 처리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당신들이 권력을 쓰는 방법은 유가족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위로하며 정부를 향해 분노하고 국민들이 가져야 하는 법을 만드는 것”이라며 “특별법은 유가족만이 아니라 생존자, 목격자, 상인들, 이 시대 청년들이 안전한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이다. 다음 세대에 특별법을 반드시 돌려달라”고 외쳤다. 다른 유가족들도 릴레이 동조 단식과 159㎞ 행진을 이어갈 계획이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지난 2월2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10.29이태원참사진상규명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박상혁 기자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지난 2월2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10.29이태원참사진상규명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박상혁 기자

앞서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야4당 의원 183명이 지난 4월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골자로 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특별법’을 공동발의했다. 그러나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심사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특별법이 ‘정쟁 법안’이 될 수 있다며 처음부터 반대해온 국민의힘 의원들이 상정을 거부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남인순·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강성희 진보당 의원도 6월 임시국회 중 특별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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