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해 논란 ‘박원순 다큐’
“군부가 하면 군부독재고 다른 사람들이 하면 괜찮은 건가” 발언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을 다룬 다큐멘터리 '첫 변론' 포스터 ⓒ박원순을믿는사람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을 다룬 다큐멘터리 '첫 변론' 포스터 사진=박원순을믿는사람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을 부정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 ‘첫 변론’ 개봉이 8월 말로 미뤄졌다. 7월 후원자 대상 시사회를 먼저 진행하고 8월 말 정식 개봉한다는 계획이다. 다큐 제작자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우려해 개봉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표현의 자유를 막는 야만적이고 폭압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박 전 시장의 죽음을 다룬 다큐멘터리 ‘첫 변론’을 제작한 김대현 감독은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다큐멘터리 극장 개봉을 8월 말로 잡고 있다. 7월은 다큐 후원자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여는 것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첫 변론’ 개봉일은 박 전 시장 사망 3주기인 7월 9일 전후로 예정되어 있었다. 또한 제작진 측은 지난달 제작발표회에서 개봉 전 기자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열겠다고 발언했으나, 개봉 예정일을 2주가량 앞두고 일정과 시사회 초대 대상 모두 변경됐다.

1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박원순다큐멘터리제작위원회와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이 '박원순 다큐멘터리 '첫 변론''제작 발표회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1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박원순다큐멘터리제작위원회와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이 '박원순 다큐멘터리 '첫 변론''제작 발표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다큐멘터리 제작자 김대현 감독  사진=여성신문

김대현 감독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우려해 개봉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막는 야만적이고 폭압적인 행위”라고 했다.

그는 개봉 반대 측에 “다큐멘터리가 개봉된 후 다큐 내용에 대한 문제를 비판하면 흔쾌히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그러나 다큐를 상영하지도 말라는 말을 표현의 자유 관점으로 바라보면 문제가 많다. 군부에서 하면 군부독재니까 나쁜 거고 다른 사람들이 하면 괜찮은 건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저는 박원순 측과 정치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창작자다. 창작자는 이런 다큐도 만들 수 있고 저런 다큐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될, 만들면 안되는 창작자야’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고 야만적이고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이 소속된 박원순 다큐멘터리 제작진 ‘박원순을믿는사람들’은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였던 성추행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수차례에 걸쳐 부정하고 있다. ‘첫 변론’ 트레일러 영상을 포함해 이들이 유튜브 채널에 게시하는 영상들은 피해자의 진술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아 2차 가해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법원과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박 전 시장이 업무와 관련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박 전 시장의 배우자 강난희씨가 인권위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11월 1심 패소 판결을 받았다.

‘박원순 다큐멘터리 개봉 규탄 기자회견 연서명’ 구글 폼
‘박원순 다큐멘터리 개봉 규탄 기자회견 연서명’ 구글 폼

한편,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첫 변론’을 두고 “가해자 주변인들이 가해자의 명예회복을 자처하며 스스로를 변호하고 있다”며 개봉취소를 요구하는 연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가 원치 않는 신체접촉과 성적인 의미를 내포한 메시지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이미 직장 내 성희롱은 성립한다. 그러니 ‘그럴 의도가 아니셨을 거다’, ‘그럴 분이 아니다’라는 말은 아무런 힘을 가지지 못한다. 또한 피해자의 표정과 행동이 어땠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누구나 일터에서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다 드러내지 않는다”며 “평범한 직장인들의 삶을 더 이상 모욕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오는 25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연서명은 23일 현재 33개 단체와 500여명의 개인이 참여한 상태다. 구글 폼(https://forms.gle/RYDfyx64fRn9zWJz6)을 통해 연서명에 참여할 수 있으며, 주최 측은 연서명 마감 후 오는 27일 오전 ‘첫 변론’ 개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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