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폭력상담소·페미니즘당·직장갑질119 등
27일 다큐 ‘첫 변론’ 개봉 규탄 기자회견
“제작진, 가해자에 너그럽고 피해자 의심하는 이중잣대”
피해자 거짓말쟁이로 모는 주장 사라져야 일상 회복 가능

한국성폭력상담소·페미니즘당·직장갑질119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부정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첫 변론‘ 개봉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27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었다. ⓒ박상혁 기자
한국성폭력상담소·페미니즘당·직장갑질119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부정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첫 변론‘ 개봉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27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었다. ⓒ박상혁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을 부정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 ‘첫 변론’이 8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정당과 시민단체, 760명의 시민들은 ‘성폭력 피해자에 2차 가해를 중단하라’며 다큐멘터리 개봉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성폭력상담소·페미니즘당·직장갑질119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7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부정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첫 변론‘ 개봉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다큐멘터리의 원작 ‘비극의 탄생’을 손에 들고 저자인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에 박 전 시장을 두둔하는 측에는 너그럽고 피해자를 지지하는 측에는 의심하는 ‘이중잣대’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박상혁 기자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다큐멘터리의 원작 ‘비극의 탄생’을 손에 들고 저자인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에 박 전 시장을 두둔하는 측에는 너그럽고 피해자를 지지하는 측에는 의심하는 ‘이중잣대’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박상혁 기자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다큐멘터리의 원작 ‘비극의 탄생’을 손에 들고 저자인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에 박 전 시장을 두둔하는 측에는 너그럽고 피해자를 지지하는 측에는 의심하는 ‘이중잣대’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손 기자는 다른 사람이 목격한 성희롱 사건은 다른 사람이 보고 있었으니 성희롱이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했고, 목격자가 없으면 증거가 없어서 사실로 입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자의 세계관에서 피해자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자신의 피해사실을 입증할 수 없었다”며 “손 기자의 책에는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기자로서 갖춰야 할 젠더 관점이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자신의 휴대폰을 여섯 차례나 포렌식하며 수사기관과 인권위원회에 피해를 입증하려 노력했고 또 입증해냈다. 하지만 ‘비극의 탄생’은 박 전 시장의 직장 내 성희롱 가해가 인정된 것에는 어떠한 평가도 하지 않으면서 직접적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만 비난한다. ‘성역이 없어야 한다’는 책 표지가 무색하게도 기자는 가해자와 가해자 주변의 성역은 절대로 침범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직장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사회 초년생 여성일 뿐이다. 피해자가 왜 자기 일상을 버리고 2차 가해를 하는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반박해야 하냐.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한 여성 노동자의 살아갈 권리를 빼앗지 마라”며 다큐멘터리 개봉 철회를 요구했다.

박은하 직잡갑질119 젠더폭력특별대응위원회 위원장은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구애 갑질’이라고 설명했다. ‘강압적 구애’, 또는 ‘구애 갑질’은 직위상 상급자들이 부하 직원에 구애하는 것으로 그 과정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동반되기도 한다. ⓒ박상혁
박은하 직잡갑질119 젠더폭력특별대응위원회 위원장은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구애 갑질’이라고 설명했다. ‘강압적 구애’, 또는 ‘구애 갑질’은 직위상 상급자들이 부하 직원에 구애하는 것으로 그 과정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동반되기도 한다. ⓒ박상혁

박은하 직잡갑질119 젠더폭력특별대응위원회 위원장은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구애 갑질’이라고 설명했다. ‘강압적 구애’, 또는 ‘구애 갑질’은 직위상 상급자들이 부하 직원에 구애하는 것으로 그 과정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동반되기도 한다.

권력을 동반한 구애 갑질은 피해자가 저항하거나 단호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가해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에 업무적 또는 인사 상 불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가해자는 죽었지만 망령이 돼 피해자를 괴롭히고 있다”며 “박원순이 살아생전 어떤 사람이었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다. 그는 성폭력 가해자이고 피해자의 노동환경을 지옥으로 만든 사람”이라며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그의 죽음을 변호하는 건 명백한 2차 가해”라고 강조했다.

김세정 돌꽃 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다큐멘터리 ‘첫 변론’의 개봉은 박원순은 죽었지만 그의 위력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와 사법부는 가해자의 사망으로 피해 사실을 보수적으로 판단했음에도 성희롱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성희롱·성폭력 판단에 ‘행위자의 동기나 의도가 무엇인지는 중요치 않으며, 피해자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대처와 진술을 배척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이러한 판단을 무시하며 2차 가해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노무사는 “서사가 부여돼야 할 것은 가해자의 과거가 아니라 피해자의 오늘과 내일”이라며 “피해자가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몸을 일으키고, 급하게 채비를 하고, 부산스러운 출근길을 거쳐, 정신없이 일하고, 고단하게 퇴근해, 친구와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고단하지만 가끔 행복한 보통의 일상을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 성폭력 피해자와 함께 비서실에서 일했던 이대호 전 서울특별시 미디어비서관은  “모든 사람의 의심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공론장에서만큼은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몰고 가해자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주장이 사라져야 피해자가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행위는 피해자의 삶의 의지를 꺾는다. 정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고인의 유족이 진행하고 있는 행정소송에 증거로 제시하라”며 개봉 철회를 촉구했다. ⓒ박상혁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자와 함께 비서실에서 일했던 이대호 전 서울특별시 미디어비서관은 “모든 사람의 의심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공론장에서만큼은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몰고 가해자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주장이 사라져야 피해자가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행위는 피해자의 삶의 의지를 꺾는다. 정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고인의 유족이 진행하고 있는 행정소송에 증거로 제시하라”며 개봉 철회를 촉구했다. ⓒ박상혁 기자

이날 자리에는 2016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박 전 시장 성폭력 피해자와 함께 비서실에서 일했던 이대호 전 서울특별시 미디어비서관이 참석했다.

그는 “사건 이후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비난과 신상 유포, 불필요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인권위 조사 결과가 나오면 2차 가해가 매듭지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에 큰 절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의 의심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공론장에서만큼은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몰고 가해자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주장이 사라져야 피해자가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행위는 피해자의 삶의 의지를 꺾는다. 정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고인의 유족이 진행하고 있는 행정소송에 증거로 제시하라”며 개봉 철회를 촉구했다.

앞서 주최 측이 진행한 ‘첫 변론’ 개봉 철회 촉구 연서명에는 46개 단체와 760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서명에 참여한 시민 중 250여 명은 ‘직장 내에서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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