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입양맘·싱글맘·워킹맘 당사자
보호출산제·출생통보제 법안 발의
“아이 알 권리도 생명 지켜진 후에”
“패거리 정치 대신 민생 정치할 것”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김미애의원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김미애의원실

병원에서 태어난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아동은 2236명. 감사원은 최근 8년간(2015년~2022년) 출생 미신고 아동 조사 결과를 발표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여야는 뒤늦게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법안은 이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부산 해운대구을)이 2020년 12월부터 발의한 상태다. 

초선인 김 의원은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보호 출산에 관한 특별법안’(보호출산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출산한 산모가 신원을 숨기더라도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임신 및 출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을 보호하고, 아동이 안전한 양육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보호출산법과 함께 김 의원은 지난 3월 15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출생통보제)도 발의했다. 출생통보제는 출생신고 의무자의 신고와는 별개로 출생이 있었던 의료기관이 신생아의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그는 출생통보제만 단독 도입될 경우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보호출산제와의 병행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20일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발의 2년이 훌쩍 넘도록 사실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가 병행 도입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최소한 보호출산제가 먼저 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호출산제는 아동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임산부의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등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반면 출생통보제는 여야 간 이견이 없어 28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호출산제를 반대하는 여론에 대해선 김 의원은 “반대하는 분들은 언제든지 토론하자”며 “1년에 100여명의 아이들이 버려지고 있고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아이들까지 합치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아이의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알 권리는 일단 생명이 지켜진 다음에 있는 것 아니냐”며 “독일은 2014년 ‘신뢰출산제도’를, 프랑스는 1941년 ‘익명출산제도’를 도입해 한 해 약 600여명의 아이들이 살아난다. 국회가 신속히 입법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이 ‘아동 생명권’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입양 등으로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기 때문이다. 2011년 작은 언니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해 큰 조카와 같은 시기 막내딸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 그는 “저는 소수다. 하나의 생명이라도 지키고 싶으니까 사정사정해서라도 이 법안들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이 아기들의 울음소리를 저조차 외면할 수 없다.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는 것을 저라도 해야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그런 김 의원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김 의원은 “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딸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편이라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딸은 제가 다시 변호사 시절로 돌아가서 같이 시간을 많이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제가 국회의원으로 일하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며 베풂을 실천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읜 그는 가난으로 인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방직공장에서 여공 생활을 했다. 20대 때는 모은 돈으로 초밥집을 차리기도 했고 보험설계사로 일했다. 29세엔 동아대 법대(야간)에 들어가 34세에 사법시험을 합격했고 변호사가 됐다. 김 의원은 “저는 결핍이 더 풍요로운 인생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제가 그렇게 살아왔다”며 “물론 힘들지만 이 결핍을 잘 이겨내면 부족한 것에서 감사함을 더 많이 느낀다”고 얘기했다. 이어 “아이들도 자신의 상처를 잘 받아들이고 극복해 가는 것 같다”며 “함께 울고 기도하며 이겨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여성신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여성신문

다음은 김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 ‘보호출산제’ 도입을 촉구하며 여야 화합을 이끌었습니다.
“보호출산제는 태아의 생명권과 알 권리, 임신 갈등 산모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을 조화롭게 보호하는 유일한 법입니다. 반대 의견도 있고 최선책이 아닌 것도 알지만 지금에선 차선의 법입니다. 출산통보제만 도입하면 신원 노출을 꺼리는 산모가 병원에 안 갑니다. 출산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병행 도입하든지 보호출산제가 먼저 도입돼야 합니다. 반대하는 분들은 보호출산제가 아동 유기를 조장한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낙태할지, 낳아서 어떻게 할지 산모에게 해결책이 없기 때문에 저는 산모의 건강을 지키고 아이를 살리는 방향으로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내년 총선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부산 해운대 반여·반송·석대동 일대에 조성 중인 센텀2지구를 대한민국 최고의 ‘도심융복합 첨단산업지역’으로 완성하고 싶습니다. 저는 매달 국회 의원실에서 부산시와 부산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어 제2센텀 추진 과정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있습니다. 제2센텀은 부산의 미래이자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그러나 지역구에 낙후지역이 많습니다. 특히 반여, 반송동의 경우 정책 이주단지가 조성된 지 오래돼 여름철에는 하수도 악취로 주민들 고통이 큽니다. 지난해 해운대을 전역 반여, 반송, 재송동 3곳 모두 신규 국비 씨앗 예산 15억원(3곳, 총공사비 903억원)을 확보했고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공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 서울~부산 워킹맘으로서 힘든 점은 없습니까?
“국회의원은 일·가정 양립이 사실상 힘듭니다. 막내딸이 사춘기라 지난주 4일은 서울-부산 출퇴근했고 방과 후 공개 수업에도 참관했습니다. 힘들지만 아이를 위해 같이 공부하고 아침밥도 직접 차려줍니다. 소풍 도시락도 단 한 번도 남의 손에 맡겨본 적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눈 주위에 대상포진이 생겼습니다. 의사는 절대 안정을 취하라고 하지만 육아와 의정활동 무엇 하나 손을 놓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상임위 활동을 하고 있는데 성 불평등 국회를 타파할 복안은.
“팬덤 문화를 포함한 ‘패거리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녀의 문제라고 할 순 없지만 특히 남성들이 술 마시는 정치 문화에 익숙한 것 같습니다. 이런 구태 정치는 없어져야 합니다. 또 다양한 영역의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정당에선 인재 발굴을 꾸준히 시도해야 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많이 찾고 있는데 다들 정치라고 하면 별로 하고 싶지 않아 합니다. 정치인의 모습이 괜찮아야 정계에 입성할 텐데 반성을 많이 하게 됩니다.”

- 패거리 정치를 하지 않는 당내 소신파 의원으로 분류됩니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려면 집단주의 정치와 결별하고 오직 국민과 국가만 생각하는 민생정치를 해야 합니다. 사실 국회에서 소신을 지키기가 쉽진 않습니다. 할 말을 참기도 해야 합니다. 소위 ‘나경원 연판장 서명’ 때는 (나 전 위원장이) 처신을 잘못한 것은 맞다고 생각하지만 다수가 소수를 누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약자와의 동행’인 제 가치와 맞지 않아서 서명하지 않았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정리될 사안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저부터 정치 문화를 깨끗하게 바꾸고 싶습니다. 오직 일만 하니까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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