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금지’→‘여성 생명 위험 시 허용’
전문의 3명 동의 필요
성폭력·근친상간 등 예외 인정 안돼

AP통신은 28일(현지시간) 몰타 의회가 만장일치로 임신부의 생명에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AP통신 온라인 기사 캡처
AP통신은 28일(현지시간) 몰타 의회가 만장일치로 임신부의 생명에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AP통신 온라인 기사 캡처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유일하게 임신중지 시술을 전면 금지하던 몰타가 거센 반발 여론에 부딪혀 임신중지를 합법화했다. 단, 임신부의 생명에 위험이 있는 경우만 허용하고, 이마저도 여러 조건을 달아 여전히 여성의 기본권을 보호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AP통신, 가디언 등 다수의 현지 언론은 28일(현지시간) 몰타 의회가 만장일치로 이같은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여성이 임신중지를 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위험이 있고, 전문의 세 명과 상담해 임신중지가 필요하다는 동의를 받아야 시술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법안이다. 또 여성의 생명이 당장 위독한 경우에만 전문의 상담 절차 없이 임신중지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탈리아 남쪽에 있는 몰타는 가톨릭 신자 비중이 90%가 넘는 국가다. 몰타에서 성폭력으로 인한 임신을 포함해 모든 경우 임신중지는 불법이었다. 이번 개정안도 성폭력,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을 임신중지 허용 사유로 명시하지 않았다. 기존 법은 임신중지를 한 여성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을, 시술을 맡은 의료인에 대해 4년 이하의 징역과 의사 면허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했다.

시대착오적 법 개정 논의에 불을 붙인 것은 한 외국 여행자였다. 미국 여성 안드레아 프루덴테는 2022년 몰타 여행 중 임신 중 태아가 사망해 자궁에서 빼내지 않으면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진단(계류유산)을 받았다. 긴급 임신중지 시술이 필요했지만, 몰타 법에 따르면 태아의 심장이 뛰는 한 임신중지는 불법이었다. 프루덴테는 스페인으로 긴급 이송되고서야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해 12월 몰타 시민 수천 명이 임신중지 금지법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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