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그로시(왼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4일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IAEA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종합보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IAEA 홈페이지
라파엘 그로시(왼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4일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IAEA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종합보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IAEA 홈페이지

일본 정부가 다음달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 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방류 시기에 대해 올여름 방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그는 “안전성 확보와 풍평(불안 심리에 의한 소비 위축) 대책 상황 등을 확인하고 (방류 개시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도 이날 회의를 열고 지난달 28~30일 실시한 방류 시설 최종 검사에 관한 증명서를 오는 7일 발부하겠다고 말했다. NHK는 “처리수(일본에서는 오염수가 아닌 처리수라고 부름)를 희석하기 위해 대량의 바닷물을 끌어올리는 펌프, 문제 발생 시 방류를 중단하는 긴급차단밸브, 해저 터널 성능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류 시설 공사 완료, 원자력규제위의 최종 검사 증명서, IAEA의 방류 계획 검증 최종 보고서 등이 갖춰지면서 일본 정부는 언제라도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할 수 있게 됐다. 일본 정부는 다만 이달은 국내외 설득 작업을 거친 뒤 다음달 방류를 시작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핵폐기물이 아니다

도쿄전력이 오염수를 저장한 탱크 ⓒ[AP/뉴시스]
도쿄전력이 오염수를 저장한 탱크 ⓒ[AP/뉴시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원자로의 연로봉을 식히기 위해 물을 공급했다. 이는 오염된 물을 뜻한다. 도쿄전력은 이 오염수를 거대한 탱크에 저장했다. 이 탱크는 1,000개에 이른다.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원자력 발전소는 폐수(냉각수)를 바다로 방출하는 것은 일상적인 관행이지만, 후쿠시마 오염수는 폭발의 부산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통의 핵 폐기물과는 다른 것이다.

도쿄전력은 지난 2013년 도시바가 개발한 다핵종처리설비(ALPS..advanced liquid-processing system)로 처리한 이른바 '처리수'를 30년 동안 태평양으로 방출한다는 계획이다.

처리된 물은 다른 처리를 거치고, 그것이 바다로 방출되기 전에, 남은 물질의 농도를 줄이기 위해 바닷물로 희석된다. 도쿄전력은 밸브 시스템이 원액 폐수가 실수로 배출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 정부는 최종 삼중수소 수준인 리터당 약 1,500 베크렐이 핵폐기물 배출 규제 당국이나 세계보건기구가 식수를 위해 요구하는 수준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말한다. 도쿄전력은 탄소-14 수준도 기준을 충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중수소는 제거할 수 없다

[후쿠시마=AP/뉴시스]일본 후쿠시마(福島)의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26일 오염된 처리수를 희석해 바다로 방류하기 위한 시설 공사가 완료돼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후쿠시마=AP/뉴시스]일본 후쿠시마(福島)의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26일 오염된 처리수를 희석해 바다로 방류하기 위한 시설 공사가 완료돼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도쿄전력은 "방사성 폐수에는 일부 위험 요소가 포함돼 있지만 이 중 대부분은 물에서 제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방사성 삼중수소다. CNN은 "삼중수소(수소-3)를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은 현재 없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오염된 물이 매우 희석되어 수십 년에 걸쳐 천천히 방출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방출되는 삼중수소의 농도가 다른 국가들이 허용하는 양과 동등하거나 더 낮을 것이며 국제 안전 및 환경 규정을 충족할 것이라는 것을 뜻한다.

IAEA 보고서에서 처리된 물을 바다로 방류하는 것이 "사람과 환경에 무시할 만한 방사능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삼중수소의 위험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캐나다 원자력 안전 위원회는 삼중수소 자체가 피부에 침투하기에는 너무 약하지만 "매우 많은 양"을 섭취하면 암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방사선에 대한 피폭은 건강상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모든 사람이 매일 소량의 삼중수소에 피폭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일본이 처리된 물을 탱크에 보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이것이 새로운 처리 기술을 개발할 시간을 벌고, 남은 방사능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해저와 해양 생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와이 대학의 해양 생물학자인 로버트 리치먼드 교수는 BBC 뉴스데이에 출연해 "우리는 일본이 물, 퇴적물, 생물체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감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 일으키는 부적절한 방사능, 생태학적 영향 평가를 보았다"고 말했다.

나가사키 대학 핵폐기연구센터의 원자력 공학 교수인 스즈키 타츠지로는 BBC에 "이 계획이 잘 진행된다면 반드시 심각한 오염으로 이어지거나 대중에게 쉽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즈키 교수는 그러나 "도쿄전력이 2011년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염수의 잠재적인 유출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NN은  잠재적인 위험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2년 한 연구는 참다랑어가 후쿠시마에서 태평양을 가로질러 캘리포니아까지 방사성 핵종(핵 폐수와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을 옮겼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BBC는 4일(현지시각)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뒤 "일본과 주변국에서 걱정과 분노가 치솟고 있으며 논쟁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쿠시마 어민들, 그로시에게 “우리부터 납득시켜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5일 후쿠시마를 방문해 시장과 어민대표들을 만나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트위터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5일 후쿠시마를 방문해 시장과 어민대표들을 만나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트위터

IAEA 사무총장이 직접 후쿠시마 어민들을 설득했지만 이들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일본 국인 경제산업성은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5일 후쿠시마 현지에서 어민들을 상대로 방류 안전성을 강조하는 설명회를 가졌다.

노자키 데쓰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우리(어업인)가 반대하는 가운데 해양 방류 공사가 진행되는 데 긴장감을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어민인 미하루 도모히로 씨는 이날 마이니치신문에 “정부로서는 오염수의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IAEA 보고서가 필요했겠지만, 우리를 먼저 납득시켜야 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어민 단체는 지난달 말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특별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어민 설명회에서 “(오염수) 마지막 한 방울을 안전하게 방류할 때까지 IAEA는 20년이든 30년이든 후쿠시마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IAEA는 후쿠시마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해 방류 현장 등을 확인하며 안전성을 지속해서 살필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둘로 나뉜 한국... 정부와 국민 각각 다른 의견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대통령실은 5일 IAEA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과 관련해 '안전기준 부합'이라는 결론을 낸 데 대해 IAEA의 평가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최우선에 둘 것"이라며 "원자력 안전 분야의 대표적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IAEA의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앞으로 IAEA와 일본 정부가 제시한 실시 및 점검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IAEA와 일본 정부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지속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IAEA는 최고의 권위를 가진 국제기구"라고 강조했다.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직접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4일 "지금까지 국제기준을 적용하여 각 회원국의 원자력 분야 안전성과 관련된 주요 현안에 있어서 전문성 있는 점검과 지원 임무를 아주 성실하게 수행해 온 국제기구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우리 해양·수산물 오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달 27~29일 전국 만 18세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나라 해양과 수산물을 오염시킬까 걱정되는지'를 물은 결과(4점 척도) 78%가 우려된다고 답했다. '매우 걱정된다'가 62%, '어느 정도 걱정된다' 16%로 나타났다.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는 11%,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는 9%였고, 2%는 의견을 유보했다.

이 조사는 한국갤럽이 6월 27~29일 전국의 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유선전화 RDD 5% 포함)하는 방식으로 자체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이며 10.9%(총 통화 9,197명 중 1,007명 응답 완료)이다.

한국의 어민들은 올들어 부산과 전남 여수, 전남 완도 등에서 잇따라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해상시위를 벌였다.

중국 "강력 반발… 보복조치 시사"

[오쿠마=AP/뉴시스]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에 있는 원전 1호기와 2호기, 3호기의 2012년 3월 11월 모습(왼쪽부터)
[오쿠마=AP/뉴시스]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에 있는 원전 1호기와 2호기, 3호기의 2012년 3월 11월 모습(왼쪽부터)

중국 정부는 "IAEA 보고서는 해양 방출을 위한 통행증이 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환구시보와 시나닷컴 등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4일 저녁 담화발표를 통해 “IAEA 보고서는 평가 작업에 참여한 모든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고, 모든 전문가의 만장일치로 승인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담화는 “IAEA의 성급한 보고서 발표에 유감”이라며 일본이 해양 방출을 강행하면 “모든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고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은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따라 후쿠시마 등 10개 도·현으로부터의 일본산 식품 수입을 중단했다. 홍콩과 마카오 당국은 오염수의 방출이 시작되면 새로운 금수조치를 발동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우장하오 주일 중국대사도 이날 도쿄의 주일중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AEA 보고서에 대해 “일본이 바다에 오염수를 배출하는 여권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류가 원자력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 원자력 사고로 오염된 물을 바다로 방류한 사례가 없다”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는 60가지 이상의 방사성 핵종이 포함돼 있으며, 그 중 다수는 현 단계에서 효과적인 처리 기술이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는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몇 주 전부터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일본 화장품과 식품, 유아용품 등을 대상으로 한 불매 운동 리스트가 돌고 있다. 

중국 관연 글로벌타임스는 일부 누리꾼들은 일본 원료를 사용하는 중국 제품도 리스트에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IAEA가 자초한 논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3일 각료회의 후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 오염수의 "해상 방류가 현실적"이라며 오염수를 희석하는 설비공사와 규제 대응을 거쳐 2년 뒤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월 13일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뉴시스·여성신문

IAEA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검토하면서 3차례 하기로 했던 오염수 시료 분석을 1차례만 끝낸 상태에서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IAEA는 환경 모니터링 결과를 ‘확증’하기 위해 실시한 ‘환경 시료’ 분석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보고서를 공개했다. 

IAEA 핵심 시료들의 분석이 모두 끝나기도 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사실이 드러나자, 보고서의 신뢰성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IAEA 최종보고서 발표 대응 기자회견'을 갖고 "IAEA 보고서는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제시한 자료에 근거해, 오염수 해양투기만을 전제로 한 편협한 검증이었다"고 주장했다. 

저지행동은 "최소한의 대안에 대한 검토도 없이 일본 정부의 요청대로 오염수 해양투기에 면죄부만 주는 역할 외에 스스로 무엇을 했는지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후쿠시마 앞바다를 방문하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올려 "일본의 계획이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우리 일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여기에 있다. 여기에 있다. 마지막 한 방울이 안전하게 배출될 때까지 여기에 있을 것이다"라고 썼다.

IAEA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내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 샘플에 대한 2·3차 분석 작업은 IAEA 산하 방사화학연구소(TERC)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수행한다.

IAEA는 오염수 샘플에 대한 1차 분석 작업을 수행했고, 관련 검토 내용을 이 보고서에 포함시켰다.

1차 분석에는 오스트리아 빈 인근의 자이버스도르프에 있는 TERC 등 IAEA 산하 연구소 3곳과 한국 KINS,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LANL), 프랑스 방사선방호원자력안전연구소(IRSN), 스위스 슈피츠 실험실(LS) 등이 참여했다.

IAEA는 이들 연구소(기관)가 수행한 1차 분석 결과를 토대로 유의미한 수준의 추가 방사성 핵종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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