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향자 국회의원·‘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
삼성 임원 출신 국회의원이 ‘블록체인 정당’ 깃발 든 이유
“이합집산 아닌 무에서 유 창당한 최초 여성 현역 의원”
“돈키호테 정신 새겨…국회 의석 50석 넘어 제1당으로”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향자 무소속 의원.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향자 무소속 의원.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야물게 하시오!”

양향자 무소속 의원(광주 서구을)이 지난달 26일 신당 ‘한국의희망’ 창당 선언 후 지역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 의원은 “지역구인 호남 광주에선 창당을 구국 운동만큼 대단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역 어르신들을 뵈면 걱정도 해주시지만 기대도 크다. 강단 있고 확실하게 잘해보라고 하신다”고 밝혔다.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정당’인 한국의희망은 ‘좋은 정치, 과학 정치, 생활 정치’ 3대 가치를 내걸었다. ‘2450’(2024년 국회 의석 50석) 목표도 세웠다. 국회의원의 모든 특권은 박탈하겠다고 선언했다. 신당의 공약으론 블록체인 플랫폼 정당과 정치학교, 과학기술 패권국가 비전 제시 등 10가지를 내세웠다.

한국의희망이 정당의 기능을 제대로 갖추고 역량 있는 정치인이 출마한다면 국회 의석 50석이 아니라 제1당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오만해 보일 수 있어서 조심스럽지만 돈키호테 정신이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이미 기본 소양을 갖춘 분들이 발기인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지금 출마해도 손색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내 정치학교를 통해 역량과 품격을 갖춘 분들이 전국에 출마한다면 저희는 50석이 아니라 제1당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의 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인 양향자(왼쪽 네번째) 무소속 의원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의 희망 창당발기인대회에서 대표발기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한국의 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인 양향자(왼쪽 네번째) 무소속 의원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의 희망 창당발기인대회에서 대표발기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한국의희망 발기인엔 최진석 KAIST 교수·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임형규 전 SK그룹 부회장 등 과학기술·철학·정치학·과학기술·문화예술·법조·의료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14명이 이름을 올렸다.

양 의원은 현역 여성 의원이 기존 정치 세력 내의 이합집산이 아닌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당은 자신이 최초라고 자부했다. 그는 “여성이 창당하는 데 바탕부터,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처음이라고 본다”며 “보통 창당이라고 하면 원래 있던 당이 이합집산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없던 역사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이번 창당이 정치 역사의 한 획이 될 것이라고 많이 말씀하신다”며 “보통 단체에서 비례대표를 만들어서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 보자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해서 성공한 예시가 거의 없다”고 얘기했다. 이어 “그렇게 위성정당이라고 하는 괴물이 탄생했다”며 “정치 역사에 큰 오점이라고 생각한다. 헌정사를 혼란스럽게 오염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고졸 출신 첫 여성 임원이면서 호남 지역 유일한 여성 당선인인 양 의원은 독자 노선을 개척하면서 ‘돈키호테 정신’을 새긴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어려운 것은 남들이 가려고 하지 않는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주변에선 ‘네가 무슨 돈키호테냐’고 말한다”며 “그러나 기술이든 정치든 기존에 있던 것을 조금 고쳐서는 혁신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이어 “이제라도 새로운 길로 건너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향자 무소속 의원.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향자 무소속 의원.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다음은 양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 창당 발기인 대회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정당법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절차를 차근차근 밟고 있습니다. 17개 광역 중 최소 5개 광역에서 1천 명의 동의를 해야 창당이 됩니다. 당 조직도를 구축하며 오는 8월 28일에 열리는 창당대회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치학교 개교 오리엔테이션은 9월에 있습니다. 정식 수업은 추석 이후 시작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광주 서구을 지역구 의원으로서 지역에 가고 있습니다.”

- 언제부터 창당을 결심했습니까?

“제가 정치권에 들어올 때부터 ‘정당’이라고 하는 시스템이 ‘국민의 대의제가 맞나’ 싶었습니다. 정당이 대통령 한 사람을 당선시키는 데만 올인 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당에 대권 후보가 있다는 것은 자살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인물만 보는 정당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내년 총선도 사실 ‘정권 탈환이냐, 재창출이냐’의 싸움입니다. 심지어 정당에서 정치 지도자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빌려오기도 합니다. 대통령만 만들 수 있다면 정당을 부수고 합칩니다.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제가 정계에 입문하면서 첫 메시지로 외쳤던 ‘청년을 위한 정당’의 모습도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 있으면서 정당을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당내서 저같이 기업 출신인 사람은 항상 비주류로 인식됐으니까요. 그때 창당밖엔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민주당 탈당 후 입당 제의는 없었습니까?

“기존의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정치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개인으로서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재선할 거면 국민의힘이 수도권을 제안해 주신 것도 보편적 인식 속에선 저한테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국회의원 한 번 더 하자고 정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 한국의희망이 추구하는 ‘과학 정치’는 무엇입니까?

“대한민국은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로 넘어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정치인의 역량이 격상돼야 하고 정당의 플랫폼이 투명해져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당이 돼야 합니다. 예전엔 식당이나 은행에서 대기 줄을 설 때 반칙이나 새치기가 있었는데 기계가 등장하면서 완전히 민주화가 됐어요. 반칙이 횡행하고 돈 봉투가 날아다니는 것도 기술이 해결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습니다. 그걸 제가 하겠다는 것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 불안’입니다. 한쪽에선 국민 불안을 활용해서 자신들의 내년 선거 목적으로 둡니다. 극심한 포퓰리즘 행위입니다. 포퓰리즘은 회색 논리에서 표출되는 걱정과 분노인데 이를 야기해서 ‘내년 총선에서 어떻게 우리가 우위를 차지해 볼까’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국민을 덜 불안하게 해드릴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결국은 과학적으로 설명해 낼 수밖에 없습니다. 제대로 된 과학기술 전문가를 두고 과학적 근거로 결과물을 냈으면 거기에 대해 분석하고, 부실한 부분은 무엇이고, 로드맵을 세우는 등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근데 국민 불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만 함몰돼 있습니다. 덴마크나 스웨덴 같은 선진국은 항상 전문가가 나와서 수시로 브리핑합니다. 우리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브리핑 했지만 더 섬세하게 설명합니다. 그래서 국민이 정부를 100%로 신뢰합니다. 우리도 이런 사회가 돼야 합니다.”

- 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인물을 영입할 계획도 있습니까?

“제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지금도 각계각층에 많은 분이 들어와 계십니다. 앞으로 더 영입해야겠지만 실제로 당의 정치학교를 통해 육성할 계획이 있습니다. 특히나 정치는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영역입니다. 제가 삼성을 다닐 때 한 달에 한 번 성평등 의무 교육을 들었는데 이를 정치학교 커리큘럼에도 넣어 제대로 교육하려고 합니다.”

- ‘남녀 동수’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저는 ‘남녀 동수’라기 보다는 특정 성이 60% 이상 차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진국의 예를 들면 아이슬란드는 법으로 정치 영역에서 단일성이 60%를 못 넘게 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여성 의원 비율이 47.2%까지 올랐습니다. 성평등 국가가 자연스럽게 실현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오히려 동수로 생각하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 국회의원의 모든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는데 ‘불체포특권’도 해당합니까?

“모든 특권은 필요 없습니다. 불체포특권도 마찬가지로 국민과 국회의원을 다르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국회의원이 유일하게 특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을 위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입법 활동입니다. 근데 왜 우리나라가 불체포특권이 필요했냐면 정치 보복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진보와 보수가 싸우는 것을 보면 검찰이 폭거를 저지르고 있다고 보는 것인데 사실 그런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불체포특권을 내려놔 버리면 검찰이 굳이 그런 권력을 쓸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근본을 보면 쉽습니다.”

- 내년 총선서 광주 서구을에 출마하십니까?

“저는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입니다. 제 기반을 없애고 다른 곳에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이 아니라 정당이니까 정당의 요구가 있을 때 출마 논의를 하겠습니다.”

- 지역구 현안은 무엇입니까?

“호남 지역의 낙후를 극복하려면 결국은 정치 환경이 바뀌어야 합니다. 한국의희망이 호남 정치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노력을 할 것입니다. 토대를 바꿔야 미래 산업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다행히 저는 세 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호남, 여성, 기술. 좋은 정치적 조건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재선하는 것은 과정일 뿐이지 결국엔 나라를 구하는 일에 제 모든 것을 바치려고 합니다.”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향자 무소속 의원.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향자 무소속 의원.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1967년 전라남도 화순 출신으로 광주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으로 입사했다. 입사 초기엔 도면을 만드는 단순 작업을 수행했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메모리사업부 SRAM 설계팀 책임연구원이 됐다. 이후 사내대학 삼성전자기술대에서 반도체공학 학사학위를 얻었고 2008년 성균관대에서 전기전자컴퓨터 공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4년 삼성전자 최초로 상고 출신 여성 임원(상무)에 올랐다. 2016년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입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대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21대 총선에서 6선의 중진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이후 탈당해 지난해엔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양 의원은 지난달 26일 신당 ‘한국의희망’ 창당 선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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