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제792회 정기연주회
14일 롯데콘서트홀서 열려

알리스 사라 오트가 지난 14일 저녁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제792회 정기연주회 무대에서 협연하고 있다. ⓒKBS교향악단 제공
알리스 사라 오트가 지난 14일 저녁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제792회 정기연주회 무대에서 협연하고 있다. ⓒKBS교향악단 제공

‘맨발의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35)가 한국에 왔다.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제792회 정기연주회. 소녀 같은 검은 단발에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흑백 의상을 입은 오트가 환한 미소로 등장했다. 이날도 맨발로 무대에 섰고, 맨발로 피아노 페달을 밟았다.

일본계 독일인 피아니스트인 오트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여성 클래식 음악가 중 하나다.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음반 10장을 발매했고, 베를린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LA 필하모닉 등 주요 악단과 연주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와 디자이너를 겸하는 다재다능한 연주자이자, 지난 2019년 희귀난치성질환인 다발성 경화증(MS) 투병을 고백하고 음악 활동을 이어가며 희망을 나누고 있다.

오트와 KBS교향악단의 협연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 지난해 임윤찬의 밴 클라이번 국제콩쿠르 결선 연주곡 중 하나였고, 2018년 조성진이 이탈리아의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국내에서 협연해 호평받았던 곡이다. 청중의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는 곡이고, 누가 어떻게 연주하냐에 따라 새로운 뉘앙스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는 곡이다.

오트의 해석은 퍽 산뜻했다. 1악장에선 장엄하고 화려한 오케스트라 연주에 눌리지 않고 명징한 피아노 독주로 존재감을 보였다. 여리고 낭만적인 연주로 2악장의 문을 열더니, 쉴 새 없이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주고받으면서도 맑고 청량한 소리를 유지했다. 좀 더 묵직하고 위풍당당한 연주를 기대했던 일부 청중은 아쉬워했지만 오트의 감각적인 해석과 자유분방한 템포, 멋진 무대매너에 만족한 청중들은 긴 박수갈채를 보냈다. 오트는 앙코르로 베토벤 바가텔 제25번 a단조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했다. “싫어했지만 이제는 좋아하게 된 곡”이라는 장난스러운 소개도 덧붙였다. 

KBS교향악단 제792회 정기연주회 지휘를 맡은 크리스티안 라이프. ⓒKBS교향악단 제공
KBS교향악단 제792회 정기연주회 지휘를 맡은 크리스티안 라이프. ⓒKBS교향악단 제공
알리스 사라 오트와 크리스티안 라이프 지휘자가 지난 14일 저녁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제792회 정기연주회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알리스 사라 오트와 크리스티안 라이프 지휘자가 지난 14일 저녁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제792회 정기연주회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이날 지휘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상임지휘자 출신의 크리스티안 라이프가 맡았다. 첫 내한 무대에 선 라이프는 장발을 흩날리며 춤추듯 열정적인 몸짓으로 연주자들과 교감했다. 1부 첫 곡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제3번’에 이어 2부에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앙코르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간주곡을 들려줬다. 후반부에선 의외의 실수가 반복되며 다소 긴장감이 떨어졌으나 연주자들의 열정과 하모니가 주는 감흥이 큰 연주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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