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철 여행육아] ⑤

놀이방에서 다양한 장난감들과 함께 노는 아이 ⓒ오재철 작가
놀이방에서 다양한 장난감들과 함께 노는 아이 ⓒ오재철 작가

주말이면 온 가족이 함께 대형 마트로 나들이를 간다. 식생활에 필요한 먹거리, 일상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과 당장 쓸모는 없지만 갖가지 매력적인 물건들까지···, 일명 ’마트 놀이‘는 애도, 어른도 늘 즐겁다. 마트 놀이에 나서면 아란이도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장난감 코너로 달려간다. 집에는 없는, 형형색색의 장난감 사이에서 자리를 옮겨가며 행복의 눈길을 보내는 아이. 이쯤되면 아이와의 실랑이가 슬슬 걱정된다. 아이가 장난감 코너에서 떠나지 않고, 떼를 쓰는 통에 아주 혼이 났다는 육아 선배들의 조언으로 이미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던 터.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집으로 가자고 말해본다. 그런데 아이가 순순히 장난감 코너를 떠나는 게 아닌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돌아간다. 참 운이 좋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 다음번 마트 놀이 때도, 다른 백화점의 코너를 갔을 때도 아이는 순순히 장난감 코너를 떠났다. 부모인 우리와 단 한 번의 실랑이도 없이, 조금 더 머물겠다는 칭얼거림도 없이, 장난감을 사달라는 조름도 없이 조용히... 늘 미련 없이 장난감 코너를 떠났다. 처음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부모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착한 아이를 만났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내 아이는 평소 그리 순종적인 아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주관이 꽤 강한 쪽에 가깝다. 그럼 대체 왜?

’물욕이 없는 아이인 건가? 그렇지는 않아 보이는데. 
아… 어쩌면? 여행 길 위에서 ‘놓고 떠나는’ 연습이 되었던 건 아닐까?‘

렌트카를 타고 여행하거나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하다보면 다양한 게스트 하우스나 호텔 등에서 잠을 자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숙소들은 대부분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이 따로 있다. 많은 장난감들과 함께···. 게스트 하우스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는 다음 날,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하게 된다. 그럼 다음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또 다른 장난감을 만나게 된다. 더 좋은 장난감일 때도 있고, 덜 좋은 장난감일 때도 있지만 중요한 건 또 다른 장난감을 분명히 만난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그 장난감들을 마음껏 가지고 놀 수도 있다. 그렇게 몇 번의 이동을 통해서 아이는 어쩌면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 놓고 떠나도 또 다른 즐거움을 만날 수 있구나!’ 

여행하는 아이는 길 위에서 부모가 예상치도 못한 성장을 하고 있었다. 놓고 떠나는 연습이 되어 있는 아이는 하나의 즐거움이 사라져도 또 다른 즐거움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사실과 여유를 경험을 통해서 익힌다. 그 여유덕분에 일상에서 조바심이 줄어들고 결국 그런 생각의 차이가 아이의 삶을 조금 더 행복한 방향으로 이끌어 주지 않을까? 

오재철 여행·사진작가.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해 상업사진가로 일한 오 작가는 저서 『함께, 다시. 유럽』, 『꿈꾸는 여행자의 그곳, 남미』,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등을 펴냈다. 
오재철 여행·사진작가.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해 상업사진가로 일한 오 작가는 저서 『함께, 다시. 유럽』, 『꿈꾸는 여행자의 그곳, 남미』,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등을 펴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