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고발했다 징계받은 교사들, 모두 학교 떠난다
“서이초 사건, 교사 보호 시스템 없는 게 근본 문제”
“학생인권조례 무관… 없는 지역도 교권 침해 발생해”
“민원 필터링 시스템 및 교권침해행위 처벌법 만들어야”
“교권까지 바라지도 않아… 최소한의 안전만 지켜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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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극단 선택으로 숨진 20대 교사를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박상혁 기자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2년차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며 ‘남 일’이 아니라는 교사들의 울분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성폭력 피해를 알렸다 교육청으로부터 징계나 겁박을 당해 교단을 떠난 교사들 역시 “교사 보호 시스템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성폭력 피해를 고발했다가 교육청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던 경북 지역 교사 A씨. 시민들의 탄원서까지 모으며 최선을 다했지만 지난 20일 징계의 무효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이번에도 A씨를 힘들게 한 것은 패소 자체보다 교육 당국이었다. 패소 바로 다음날인 지난 21일, 교육청은 또 A씨에게 징계위원회 출석을 요구했다. 일전에 소송 비용을 모금했다가 ‘공무원법 위반’으로 악의적으로 신고된 건에 관해서였다.

A씨는 “더는 못 버티겠다”며 교단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청은 도움이 필요할 때는 철저히 외면하다가 벌 줄 때만 득달같이 달려와 사지로 내몬다”며 “더 버티기도 힘들고 버틸 이유도 못 찾겠다”고 호소했다.

교원평가 성희롱 피해를 알렸다가 교육청 감사실로부터 징계 겁박을 당했던 세종시 교사 B씨는 지난 19일 학교에 결국 사직원을 제출했다.

그는 “죽지 않으려고 사직했다”며 “원래는 2학기에 복직하려고 했지만, 언제 또 교육청에 불려갈지 몰라 불안한 환경에서 계속 근무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학교가 교사 죽이고 내쫓는 것…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로 일해”

이들은 서이초 사건에 대해 교육 당국이 위험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시스템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은 게 근본적 원인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A씨는 “결국 직장이 우리를 죽이고 내쫓는 것”이라며 “성범죄 피해보다 직장에서 받는 2차 3차 피해들이 더 힘들다. 직장에서 나를 보호해주고 이해해주면 죽을 생각까지는 안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서이초 선생님도 그러셨을 거다. 안 봐도 너무 잘 알겠다”고 말했다.

B씨는 “수업 중에 누가 들어와 칼로 (교사를) 찔러 죽여도 이상하지 않다. ‘일터’니까 적어도 해를 가할 수 있는 사람을 막는 보호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무방비 상태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민원도 정식으로 받아야 하는 사안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내용이 뭐가 됐든 개인한테 바로 전달되는 시스템”이라며 “관리자급이 막아주려는 경우도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교육권 침해행위 강력 처벌해야…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안전 보장받길”

이들은 이러한 ‘교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사회 분위기 개선도 개선이지만, 제도가 마련되고 시행돼야 한다. 민원도 중간 기구가 설치되거나 교육부 산하에 관리부서를 따로 둬서 필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학부모의 부당요구나 폭언 등을 처벌하는 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학생인권이 강화되며 교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B씨는 “교육부가 학생인권조례를 들먹이고 있는데, 아무 상관도 없다. 세종시만 해도 조례 미시행 지역이었는데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교사 보호 제도가 없는, 교육권 침해 행위가 처벌받지 않는 현실이 문제”라고 콕 집어 말했다.

이들은 교단을 떠나지만, 교사들의 권리를 위해 계속해서 힘쓸 생각이다.

“교사라서가 아니라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안전과 인권은 존중받아야 한다. 교권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받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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