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나라에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해서 여성의 어려움을 덜어 주면 저출산 문제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작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서 공식 제안한 바 있으며, 올해 3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한해 최저임금 적용받지 않도록 하자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면서 노동계와 여성계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철회됐으나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적극 검토하라고 주문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정서적 거부감이 적은 국가를 중심으로 우선 협의하며,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업체가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고용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았으며, 서울시는 올 하반기 ‘외국인 가사(육아)인력’ 시범사업을 앞두고 있다.

지난 7월 31일 고용노동부 주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에서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지난 7월 31일 고용노동부 주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에서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보통 시범사업은 본격적으로 정책이나 사업을 시행하기에 앞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발견해 보완적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서울시 시범사업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이해된다.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이렇게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사회적으로 도입을 원하는 여성들로부터의 집단적 요구도 없었는데, 남성 정치인들이 여성을 위한 정책으로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기저에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싼 비용으로 장시간 가사와 육아를 해결해주기 때문에, 늦게까지 일하는 한국식 기업 풍토에 맞고 부담이 가벼워진 여성은 아이를 낳을 여유를 가질 수도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가정은 인권침해적 요소 이외에도 여성간 소외와 남성의 돌봄 무임승차 강화라는 중대한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31일 고용노동부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를 앞두고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수진 기자
7월 31일 고용노동부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를 앞두고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수진 기자

우선, 동남아 국가의 여성은 서울에 있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국가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는 돌보지 못한다는 점에서 모성의 소외를 경험한다. 둘째,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최소 2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지불할 수 있는 계층은 소수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대다수 여성은 정책 이용에서 현실적으로 소외된다. 셋째,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유입되면 현재 일하고 있는 중고령층의 가사근로자들은 일자리로부터 배제되거나 근로조건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일자리의 소외다. 넷째, 상주형 가사도우미는 남성이 가사와 돌봄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일가족 양립의 주요한 흐름으로부터 이탈을 촉진하고 남성의 돌봄 무임승차라는 문제를 심화시킨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을 역임하는 기간 동안 ‘여성이 행복하면 모두가 행복하다’는 슬로건 아래 여성가족정책 뿐만 아니라 교통·주택·문화정책 등 도시생활 전반에 걸쳐 여성의 시각과 경험을 결합하여 균형 잡힌 시정을 펼치는 ‘여행프로젝트’(여성이 행복한 서울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한 바 있다. 이 여행프로젝트는 대다수 여성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드러내고 이를 시정에 반영한 젠더거버넌스의 좋은 정책사례로 인정을 받아, 2010 UN 공공행정대상을 수상하기까지 하였다. 그렇게 여성의 관점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행복한 서울을 만들겠다던 오 시장은, 2023년 고소득층에게만 혜택이 집중될 외국인 가사도우미제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여성친화적 서울의 지향은 소수를 위해 다수가 차별을 감내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여행프로젝트의 두 개의 중요한 기둥이었던 ‘일있는 서울’, ‘돌보는 서울’을 다시 들춰보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