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인권 위해 활동하는 성소수자부모모임
성평등 건설현장 위해 싸우는 김경신 타워크레인 기사
인천시 ‘퀴어영화 검열’ 맞선 인천여성영화제 공동 수상

‘56년 만의 미투’ 당사자 최말자씨가 6월16일 부산여성의전화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여성신문
‘56년 만의 미투’ 당사자 최말자씨가 6월16일 부산여성의전화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여성신문

성폭력에 저항하다 가해남성의 혀를 절단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았고, 정당방위를 인정받고자 2020년 재심을 청구한 ‘56년 만의 미투’ 당사자 최말자(77)씨가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올해의 보이스’로 뽑혔다.

성소수자 당사자 운동을 넘어 성소수자와 함께 사는 방법을 앞장서 실천하는 ‘성소수자부모모임’, 남성 중심의 건설현장을 성평등하게 바꿔내고 여성건설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김경신 타워크레인 기사, 동성애 영화 배제를 요구한 인천시의 검열에 굴하지 않고 시민의 자유를 연대로 지켜낸 인천여성영화제도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2019년부터 매년 우리 사회의 진일보에 영감을 준 개인과 단체를 ‘올해의 보이스’ 수상자로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서지현 검사,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정치하는엄마들, 청소년페미니스트 시민단체 ‘위티’, 2018총여학생회폐지반대와재건을위한네트워크, 추적단 불꽃, 래퍼 슬릭, 김진숙 지도위원, 임현주 아나운서,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국가정관리사협회가 이 상을 받았다. 올해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한국여성재단이 수상 후보를 함께 추천했고, 최종 수상자 4팀을 선정했다. 

최말자씨는 성폭력 피해자에서 여성인권운동가로 변신해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줬다. 성폭력 정당방위 인정을 위해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했고, 잇따른 법원의 기각 결정에도 수사·사법기관의 여성폭력에 관한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고자 애써왔다. 최말자씨는 “우리는 지금까지 무언가 없는 것을 얻어낼 때 꼭 싸워왔고 얻어냈다. 나 혼자가 아닌 많은 국민들과 우리를 대변하는 한국여성의전화가 있기에 재심을 통해 정당방위를 인정받는 것 또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날까지 끝까지 최선의 노력과 혼신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성소수자부모모임은 2014년 이래 성소수자의 인권을 알리고 당사자와 그 가족을 돕기 위해 활동해 왔다. 이들의 여정을 담은 다큐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이 2021년 개봉해 화제가 됐다. 100번째 정기모임과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퇴행하는 듯 여러모로 힘든 요즈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훨씬 끈질기게 길을 내고 더욱 크게 목소리를 내며 세상의 변화를 일구어 나가려고 한다. 그간의 활동에 대한 연대와 지지 그리고 성소수자부모모임의 앞으로를 격려하고 응원해 주시는 뜻으로 여기며 ‘올해의 보이스’ 상을 받겠다”라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김경신 타워크레인 기사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김경신 타워크레인 기사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김경신 타워크레인 기사는 건설 현장에 없었던 여성 화장실과 탈의실, 휴게실 등 편의시설과 성희롱 예방 교육을 요청하고, 단기 근로자의 출산 휴가 부여 문제 등 오래된 업계 내 성차별 인식 전환, 여성 건설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김 기사는 “이 상은 건설 현장에도 여성노동자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보다 성평등하고 안전한 건설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건설산업연맹 여성위원회에 주신 상이라고 생각하고 끈질기게 여성건설노동자들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제19회 인천여성영화제 포스터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제19회 인천여성영화제 포스터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특별상을 받는 인천여성영화제는 올해 19회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인천시의 상영작 검열과 퀴어영화 배제 요구에 직면했다. 시 예산 지원 없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시민들의 지지와 연대 속 지난 7월 행사를 개최했다. 인천여성영화제 측은 “인천시의 요구는 지금, 여기 여성영화제가 왜 필요한지 존재 이유를 새삼스럽지만 분명하게 확인시킨 셈”이라며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규모와 방식으로 애쓰고 있는 수많은 지역여성영화제에 주는 상이라 생각한다. 우리, 환란의 시대를 함께 살아내자”라는 소감을 전했다.

수상자는 상패와 상금 100만원을 받는다. 시상식은 오는 24일 영화제 개막식에서 열린다.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24일~30일까지 서울 마포구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등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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