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 스틸. ⓒ㈜영화사그램 제공
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 스틸. ⓒ㈜영화사그램 제공

“나는 하나님을 믿는 동성애자다.” 스물여섯, 강원(송강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커밍아웃한다. 그와 같은 기독교 대학을 나온 친구 아현(서아현 감독)은 강원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기로 한다.

다큐 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는 다름을 인정하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려 분투하는 사람들의 여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기독교인답게’, ‘여자답게’, ‘남자답게’ 살라는 압력에 괴로워하면서도 유머와 재기발랄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동시에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들춰 보이는 영화다. 성소수자들이 혐오사회에서 겪는 차별이 결혼·출산을 하지 않는 여성, 비정규직 청년이 겪는 차별과 무척 닮아있음을 보여준다.

서 감독은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K-장녀’로 자랐다. “성소수자 정체성과 기독교 신앙이 양립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가까운 친구의 커밍아웃은 세계관의 지진 같았다. 누군가도 나처럼 새로운 세계를 마주할 수 있도록 강원의 이야기가 전해지면 좋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

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 스틸. ⓒ㈜영화사그램 제공
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 스틸. ⓒ㈜영화사그램 제공

영화는 감히 ‘용기를 내기만 하면 다 잘될 거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강원은 게이를,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남성을 갈라치기하고 ‘비정상’ 딱지를 붙이는 사회에 분노하고 울고 좌절한다. 아현은 취업에 실패하고, 부모의 눈치를 보고, 개인회생 상담까지 받으면서 괴로워한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두 사람은 어쨌거나 다시 일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웃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저희가 20대와 30대를 통과하는 청춘으로서 그리고 한국 사회에 속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시간이 있었던 것 같다. 강원이 퀴어로서 한국 사회에 속하지 못했다면, 저 또한 비혼 여성으로서 그리고 정규직을 가져보지 못한 청년으로서 한국 사회에 속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우리가 각자의 이유로 이 사회 안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도 서로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시간으로서 기록되길 원했기에 영화 안에 이야기를 넣게 됐다.” (서 감독)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웃음이 될 영화다.

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 스틸. ⓒ㈜영화사그램 제공
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 스틸. ⓒ㈜영화사그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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