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발생하기 전 마우이섬  ⓒ하와이 관관청
산불이 발생하기 전 마우이섬 ⓒ하와이 관관청

하와이 최대 관광지 하와이의 산불이 진화단계에 접어 들었다. 하와이 소방당국은 마우이섬 내륙지역의 산불은 65% 진화됐으며 라하이나는 85% 정도 불을 껐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도 대부분 진화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까지 공식 사망자는 최소 106명이다. 실종자는 1300명이라고 미국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조시 그린 하와이주 지사는 산불에 따른 인명 피해 규모를 확인하는데 9일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린 지사는 하루에 사망자가 10~20명이 발견될 수 있으며 앞으로 10일 동안 두배 가까이 늘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망자 99명 가운데 현재까지 3명만 신원이 확인됐다. 하와이 당국은 사망자들의 신원확인을 위해 주민들에게 DNA 샘플을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화재 원인...전기 합선 가능성

[라하이나=AP/뉴시스] 10일(현지시각) 하와이 라하이나의 건물과 자동차들이 산불로 모두 불에 타 잔해만 남아 있다.
[라하이나=AP/뉴시스] 10일(현지시각) 하와이 라하이나의 건물과 자동차들이 산불로 모두 불에 타 잔해만 남아 있다.

마우이섬의 화재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와이 육군 주방위군 사령관 케네스 하라 소장은 브리핑에서 "무엇 때문에 불이 났는지 알수 없다. 기상청을 통해 적색경보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랜 시간 건조한 상태였기 때문에 연료와 나무 및 모든 것이 메말랐다"라고 말했다..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진 원인만 파악되고 있다. 오랜 시간 건조했던데다 허리케인이 강타하면서 순식간에 확산됐다.

라하이나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마우이 주민 헤세머는 CBS 방송에 출연해 "바람이 통제 불능이었다. 모든 곳에서 전선이 무너졌다"라고 말했다.

조시 그린 하와이주 지사는 "모든 기상조건의 집합들이 발생화 확산에 기여했다"고 CNN에 밝혔다. 그린은 "가뭄과 함께 지구 온난화가 확실히 결합된 결과이며 수백 마일 떨어진 해상에서 허리케인이 발생해 큰 바람을 일으켰다"라고 평가했다.

미국 기상청은  하와이 섬 남쪽 수백 마일 지점에서 태평양을 가로질러 이동하던 허리케인 '도라(Dora)가 불길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 기상청에 따르면 도라는 시속 60마일(96km) 강풍으로 송전선과 주택들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마우이 전기를 운영하고 주 전체의 95%를 서비스하는 전력 회사 하와이안 일렉트릭이 폭풍에 앞서 산불 위험을 줄이기 위한 비상 계획에 포함된 예방 안전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전력회사가  강풍이 예상되는 지역에 전기를 차단하지 않았으며 불꽃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우이 일렉트릭 대변인은 "허리케인이 오기 전에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화하기 위한 몇 가지 조치가 취해졌다"고 반박했다. 

침묵한 세계 최대 사이렌 시스템

[라하이나( 하와이)=AP/뉴시스] 하와이 마우이섬의 거센 산불로 8일 라하이나섬 부두에서 바라본 하늘이 연기와 불꽃으로 가득차 있다. 허리케인 도라 때문에 강풍으로 진화용 헬기가 뜨지 못해 산불이 더욱 확산되었고 병원마다 화상환자가 넘쳐나고 있다
[라하이나( 하와이)=AP/뉴시스] 하와이 마우이섬의 거센 산불로 8일 라하이나섬 부두에서 바라본 하늘이 연기와 불꽃으로 가득차 있다. 허리케인 도라 때문에 강풍으로 진화용 헬기가 뜨지 못해 산불이 더욱 확산되었고 병원마다 화상환자가 넘쳐나고 있다

CNN은 "100여 년 만에 가장 치명적인 산불이 발생하고 마우이가 전력과 통신이 끊겼으나 세계 최대 규모의 사이렌 시스템은 침묵했다"라고 보도했다.

마지 히로노 하와이주 상원의원은 CNN과 인터뷰에서 "이 비극에 대해 어떤 변명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이렌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법무장관이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우이섬에는 재난 및 재해를 대비해 80개 가량의 경보용 사이렌이 있다. 하지만 화재 첫날인 지난 8일 경보 사이렌이 울린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애덤 웨인트라우브 하와이 재난방재청 대변인은 AP 통신에 "화요일이 마우이의 경고 사이렌이 울렸다는 것을 알려주는 부서의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카운티는 휴대전화, 텔레비전 및 라디오 방송국에 보내는 긴급 경보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질 토쿠다 하와이주 의원도 "주의 경고 사이렌이 울리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휴대전화에 전송되는 경고가 대량 정전의 영향을 받아 사람들이 유용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설상가상으로 소화전에 물이 부족해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는 능력을 방해했다고 말했다. 연방재난관리청(FEMA) 관계자는 소화전의 물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있다고 확인했다.

미국에서 5번째 치명적인 화재

사망자가 1152명으로 미국 역사상 가자 치명적인 위스콘신주 페쉬티고 산불 ⓒ위키피디아
사망자가 1152명으로 미국 역사상 가자 치명적인 위스콘신주 페쉬티고 산불 ⓒ위키피디아

하와이 산불은 현재까지 미국에서 5번째로 치명적인 산불로 기록됐다. 세계에서는 10번째로 사망자가 많다. 

미국 화재예방협회(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NFPA)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진 야생 화재는 위스콘신주 페쉬티고의 1871년 화재로 1,152명이 사망했다.

두 번째는 1918년 10월 미네소타주 클로케에서 발생한 화재로 453명이 사망했으며 1894년 9월 미네소타주 힝클리 산불 사망자는 418명, 1894년 9월 미시간주 섬지역 산불로 282명이 숨졌다.

마우이 산불 사망자는 현재까지 106으로 미국에서 다섯 번째의 치명적인 산불로 기록됐다고 NFPA는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다른 치명적인 산불로는 1997년 24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와 칼리만탄 화재, 1987년 중국의 다싱안링 현에서 191명의 목숨을 앗아간 흑룡 화재, 180명의 목숨을 앗아간 호주의 2009년 검은 토요일 산불, 100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리스의 네오스 부타스의 2018년 아티카 산불 등이 있다.

세계적으로는 10번째로 희생자가 많은 화재로 기록됐다.

아직 찾지 못한 사람이 많아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손실 최대 10조원

[라하이나=AP/뉴시스] 하와이 라하이나의 건물과 자동차들이 산불로 모두 불에 타 잔해만 남아 있다.
[라하이나=AP/뉴시스] 하와이 라하이나의 건물들이 산불로 모두 불에 타 잔해만 남아 있다.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최대 75억달러(약 10조원)에 이를 수 있으며 심각한 지역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미국 CNN이 보도했다.

금융정보 업체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낸 보고서에서 이번 산불로 인한 경제적 영향의 초기 추산치로 30억달러(약 4조원)에서 75억 달러를 제시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애덤 카민스와 케이티 니드 이토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마우이섬의 "연간 생산 규모는 100억달러(약 13조4천억원)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경제비용) 가격표는 천문학적"이라고 적었다.

이들은 마우이 산불의 경제비용이 과거 주요 허리케인 피해보다는 작지만, 산불이 인구 밀집 지역을 강타한 탓에 산불 재난 중에서는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마우이 산불 경제 비용에서 가장 큰 부분은 직접적인 재산 피해로 인한 것이다. 이번 산불로 주택 등 건물 2천채 이상이 파괴됐는데 이를 반영한다.

보고서는 "마우이의 평균 주택 가격은 100만달러(약 13억4천만원)를 웃돈다. 주택 관련 영향만으로도 (경제적 비용) 추정치가 수십억달러 수준이 된다"며 "몇몇 호텔이나 소매점 피해를 더하면 액수는 상당히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생산 손실 규모는 10억달러(약 1조3,400억원)로 추산됐으며 차량 손실과 인프라 피해가 나머지 대부분을 차지했다.

단기적으로는 지역 경제를 떠받쳐온 관광 수입이 심각하게 줄고, 일자리가 감소하며, 세입 감소로 지방·국가 재원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기적으로는 집값 상승도 예상된다.

경제적 위험은 마우이섬 뿐만 아니라 하와이 전체에 미칠 전망이다.

폐허 속 스노쿨링 관광...분노하는 주민들

[라하이나=AP/뉴시스] 하와이 라하이나의 자동차들이 산불로 불에 타 재가 쌓인채 방치되고 있다.
[라하이나=AP/뉴시스] 하와이 라하이나의 자동차들이 산불로 불에 타 재가 쌓인채 방치되고 있다.

100여 년 만에 가장 치명적인 미국 산불의 희생자들을 위해 수색 구조대가 폐허와 물을 트롤로 건설하는 동안 마우이의 열대 해변을 즐기는 관광객들의 부조화스러운 광경은 일부 주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고 로이터통신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관광객들은 역사적인 휴양지 라하이나의 사망자 수가 100명을 넘기고 매일 증가하는 동안 스노클링과 같은 휴일 활동을 즐기는 관광객들의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하와이 배우 제이슨 모모아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 공동체는 치유하고, 슬퍼하고,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관광객들에게 여행을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논란이 일자 라하이나에서 18km 떨어진 곳에서 자선 스노클링 투어를 개최한 회사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당분간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와이 관광청은 현재 방문객들에게 현지인들의 회복을 돕기 위해 자원이 사용될 수 있도록 화재의 영향을 받은 섬의 일부인 웨스트 마우이로 가는 불필요한 여행을 삼갈 것을 관광객들에게 요청했다. 

하와이는 지금 화재 진압과 실종자 수색에 정신이 없지만 이후가 더 문제다. 

마우이 개발위원회에 따르면 관광산업이 부의 80%를 창출해 왔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관광객 290만명이 인구 16만5천명이 사는 마우이를 방문해  56억9천만 달러(약 7조6천억원)를 지출했다.

현재 마우이섬의 호텔은 대부분 이재민들의 숙소로 이용되고 있다. 

하와이 주민들에게 중요한 역사 유적지이기도 했던 인기 휴양지 라하이나가 산불이 초토화된 이후 관광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하와이  경제 개발 및 관광부에 따르면 일요일 마우이로 가는 항공사 승객 수는 지난해 같은 시간에 비해 81% 가까이 감소했다.

산불이 휩쓴 지 1주일, 생존자들은 호텔로 이동하고 있고 음식, 식수와 필수품 등 구호품이 쏟아지고 있다. 이재민 외에 동물 3000여 마리도 생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십자는 이재민 575명이 와일루쿠의 전쟁기념관 등 5곳에 분산 배치됐다고 말했다. 그린 주지사는 수천 명이 최소 9개월간 머물 집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3000명이 연방지원을 신청했으며 지원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방재난관리청은 음식, 식수, 응급처치 등 의료품 구입 등에 사용할 지원금으로 이재민 1인당 700달러(약 93만원)를 지원하고 있다.

주민들은 당장 화재진압에 몰두해야 하겠지만 삶의 터전진 관광지가 잿더미로 변해 앞으로의 삶도 걱정해야 한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이번 산불로 "짧지만 심각한 경기 침체"가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계 하와이주 실비아 장 루크 부지사는 "하와이가"전례 없는 산불로부터 회복하는 기간은 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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