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영상 뽀개기] 지니TV·ENA 드라마 ‘남남’

드라마 ‘남남’ 스틸컷 ⓒ 지니TV
드라마 ‘남남’ 스틸컷 ⓒKT스튜디오지니 

 모녀관계는 참으로 알쏭달쏭하다. 때론 누구보다 꿍짝이 맞는 쇼핑 메이트이자, 허물없는 대화를 스스럼없이 나누는 친밀한 사이였다가, 어느 순간 세상 잔인하게 서로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험악한 상황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간결하게 말하면 애증의 관계라 할 수 있는데, 사실 그 말로 다 담아낼 수 없는 것이 모녀사이이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남남>(지니TV·ENA)은 낯선 모녀를 통해 모녀 관계의 본질과 핏줄 중심의 가족 관계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엄마의 성적 욕망 그대로 보여줘
무엇보다 <남남>의 주인공과 에피소드는 파격적이다. 극을 이끄는 주인공 캐릭터가 기존 드라마에서 흔히 보던 것과 판이하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진희(이수영)는 경찰대를 나온 엘리트 경찰이다. 여기까진 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직업 중 하나이니 특별할 게 전혀 없지만, 29살인 그녀의 엄마가 이제 40대 중반이라는 점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또 다른 주인공인 그녀의 엄마인 은미(전혜진)는 10대 고등학생 시절 진희를 낳아 기른 고딩맘이자 싱글맘이다. 그래서 두 주인공은 겉으로 보기에 모녀라기보다는 나이차가 많이 나는 자매처럼 보이기도 한다

범상치 않은 주인공들은 특별한 모녀 관계를 보여준다. 특히 19금이 붙은 드라마 1, 2회는 어린 딸을 옆에 두고 끊임없이 남성에게 추파를 던지는 엄마, 자위하는 엄마와 이를 곁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딸의 모습을 담아낸다. 더욱이 자위하는 모습을 딸이 보게 되면서 긴장을 형성하는 에피소드에서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하게 행동하지만, 오히려 딸은 민망함과 고민에 휩싸인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던 자위하는 여성이라는 터부시했던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전면에 드러내는 동시에, 그동안 감춰졌던 것이 사실은 별개 아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엄마의 성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이처럼 남다른 드라마의 초반 에피소드는 <남남>이 여타 드라마가 그리는 모녀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일종의 선전포고이다.

드라마 ‘남남’ 스틸컷 ⓒKT스튜디오지니 
드라마 ‘남남’ 스틸컷 ⓒKT스튜디오지니 

친부에 집착 않고 모녀 관계 집중

여기에 부계 혈통과의 관계맺음 역시 특이하다. 우연히 은미는 첫 사랑이자 진희의 생부인 진홍(안재욱)을 만나는데, 그녀는 잘 사는 것 같은 진홍의 모습에 심술이 나서 둘 사이에 딸이 있음을 밝힌다. 그런데 이후 전개가 더 색다른데, 은미는 생부인 진홍과 진희와의 관계에 선을 그으며 ‘내 딸’이라고 강하게 말하고, 진홍 역시 핏줄에 신경은 쓰이지만 진희에게 존댓말을 쓰면서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진희는 진홍이 자신의 생부인 것을 알고 놀라지만 그녀 역시 생부라는 사실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한다. 그리고 진희는 진홍을 생부라기보다는 은미가 사귀는 새로운 남자 친구로서 위치 짓는다. 그렇게 ‘은미(엄마) – 엄마의 남자 친구(진희의 생부) - 딸(진희)’이라는 낯선 관계가 형성된다. 더 나아가, 진홍의 동생이자, 은미의 고등학생 시절 갈등 관계를 형성했던 지은은 진희의 이모이자 고모가 되는 이중의 호칭으로 불린다. 엄마의 친구였기에 이모로 첫 인사를 나눴지만, 결국 생부의 여동생인 걸 알고는 고모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은미는 단칼에 고모가 아닌 이모라고 선언한다. 이는 진희를 혈연으로 인해 진홍이라는 부계 중심의 가족 관계에 묶어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지은 역시 핏줄에 당기면서도 진희에게 급하게 다가가지 않으며 마음으로만 애틋함을 가진다. 이처럼 <남남>은 부계 혈통에 집중하지 않으며, 오롯이 모녀에 초점을 맞춘다. 일일 드라마나 주말 드라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몰랐던 자식의 존재를 알고 난 후 핏줄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은 이 드라마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동안 험한 파고를 함께 겪어 온 엄마와 딸의 관계에만 집중한다.

낯설지만 다양한‘가족’ 현실

<남남>은 평범한 일상 속 범죄를 다루면서 ‘모녀 크러쉬/모녀 파워’도 보여준다. 극에서 경찰이라는 진희의 직업, 그리고 누구보다 강인하게 묘사되는 은미의 성격은 숨겨진 노인 학대와 아동 학대라는 가정 폭력, 그리고 심각한 스토킹 범죄를 끄집어낸다. 이때 진희와 은미는 무서워 벌벌 떠는 나약하고 수동적인 모습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범죄를 밝히고 적극적인 대처로 범죄자를 응징하는 망설임 없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티격태격하지만 애틋한 <남남>의 진희와 은미 모녀는 어쩌면 리얼 예능 프로그램인 <고딩엄빠>(MBN)가 그리는 긍정적인 미래상이자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물리치료사라는 직업을 갖고 홀로 숱한 편견 속에서 자녀를 키워낸 은미, 그리고 겉으로 철없어 보이지만 누구보다 본인을 아끼는 엄마의 진심을 알고 뭐든 잘하고 열심히 하는 경찰대 출신의 진희로 이루어진 가족은, 장르는 다르지만 자극적인 갈등과 문제가 있는 장면을 보여줌으로 종종 우려와 논란을 일으키는 <고딩엄빠>에 등장하는 10대의 임신과 출산의 결과가 지향하는 모범적인 가정이라 이해할 수 있다.

드라마 <남남>이 그리는 모녀관계와 그들이 주변과 맺는 관계들은 아직은 낯설고 신기한 모습이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가족은 그 모습은 점차 다양해지지만 가족의 본질은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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