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남극 맥머도 기지 탐사보도
회사 측에 고발하니 오히려 해고 등 보복인사
미 국립과학재단 "여성 59% 괴롭힘·폭행 피해"

미국 국립과학재단이 운영하는 남극 맥머도 기지 ⓒ미국 국립과학재단
미국 국립과학재단이 운영하는 남극 맥머도 기지 ⓒ미국 국립과학재단

남극의 미국 주요 연구 기지인 맥머도 기지에서 일하는 많은 여성들은 고립된 환경에서 성폭력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AP는 법원 기록과 내부 소통자료, 12명이 넘는 전·현직 직원들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성희롱이나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고용주들에 의해 최소화 됐다고 전했다.

미국 남극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국립과학재단(NSF)은 2022년 보고서에서 이 곳에서 근무하는 여성의 59%가 빙판 위에서 괴롭힘이나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AP에 자신들의 경험을 털어놓은 남극 근무자들은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기계공 리즈 모너혼은 2021년 기지에서 한때 교제했던 남성으로부터 성폭력을 넘어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모너혼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작업복이나 스포츠 브래지어 속에 항상 망치를 갖고 생활했다고 밝혔다.

그는 "살아남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어디서라도 그가 근처에 다가오면 휘두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 식당 직원은 2019년의 동료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상사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여성은 두 달 뒤 해고됐다. 

또다른 여성은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지만 다시 가해자와 한 작업장에게 일하게 됐다. 

AP애 남극의 성폭력을 고발한 리즈 모너혼  ⓒ[AP/뉴시스]
AP에 남극의 성폭력을 고발한 리즈 모너혼. ⓒ[AP/뉴시스]

맥머도 기지에는 레이도스 등 연구용역을 수주한 다수 업체의 직원들이 머문다.

기지 인구는 남반구 겨울에 200∼300명이고 여름철에는 1천여명으로 늘어나는데 70%는 남성이다.

현지에 경찰이나 유치장은 없고 무장한 연방 법집행관 한 명이 치안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AP통신은 이 같은 여건에서 여성들이 성폭력에 쉽게 노출되고 피해를 호소하더라도 묵살당하거나 불이익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성추행범과 분리되지 않고 곁에서 계속 일하게 된 사례, 강간 피해가 괴롭힘 정도로 희석된 사례, 성폭행 범죄를 상사에게 보고했다 도리어 해고된 사례 등이 보고됐다.

NSF는 성폭력 사태에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NSF가 작년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맥머도 기지에 있던 여성 59%가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했다고 설문에서 답변했다. 여성 72%는 그런 행동이 남극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NSF는 레이도스에 성추행이나 성폭행 등 심각한 보건·안전 사건을 즉각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성폭력 신고를 받을 사무소를 개설하고 피해자에게 보안 하에 변호인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24시간 상담 전화를 개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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