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개인전 ‘End of Summer’
9일까지 서울 용산구 디스위켄드룸

서울 용산구 디스위켄드룸에서 열린 이 작가의 개인전 ‘End of Summer’ 전시 전경. ⓒ디스위켄드룸 제공
서울 용산구 디스위켄드룸에서 열린 이 작가의 개인전 ‘End of Summer’ 전시 전경. ⓒ디스위켄드룸 제공
서울 용산구 디스위켄드룸에서 열린 이 작가의 개인전 ‘End of Summer’ 전시 전경. ⓒ디스위켄드룸 제공
서울 용산구 디스위켄드룸에서 열린 이 작가의 개인전 ‘End of Summer’ 전시 전경. ⓒ디스위켄드룸 제공

그리스 신화의 신들 사이에서 유니콘을 타고 은하수를 누비는 강아지, 산책길에 만난 지옥의 파수견(犬) 케르베로스... 이승희 작가는 반려견들과 함께하는 일상에서 얻은 영감을 신화나 설화, 혹은 판타지의 한 장면처럼 표현했다.

9일까지 서울 용산구 디스위켄드룸에서 열리는 이 작가의 개인전 ‘End of Summer’에선 발랄하고 환상적인 회화와 조각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승희, Blue Moon (liae’s smile), 2023, acrylic on canvas, 117 x 92 cm. ⓒ디스위켄드룸 제공
이승희, Blue Moon (liae’s smile), 2023, acrylic on canvas, 117 x 92 cm. ⓒ디스위켄드룸 제공

1994년생인 작가는 영국 런던 예술대학교, 첼시 컬리지 오브 아트에서 파인아트를 전공하고 홍익대 동양화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21년 문래예술공장에서 개인전 ‘신과 개의 마음’을 비롯해 ‘고양 아티스트 365’(2021, 고양아람누리), ‘Blue eyes’(2020, 온수공간)를 개최했다. 주요 참여 단체전으로는 ‘Image tracking’(2022, 전시공간), ‘This Title Is Not Available In Your Region’(2022, GASP gallery, 뉴욕), ‘Blue’(2020, 을지로 of) 등이 있다. 2021년 서울문화재단 BNEXT 비넥스트 시각예술부문과 고양문화재단 고양우수작가로 선정됐다.

작가는 여러 문화를 거쳐 전해져 온 ‘개’에 얽힌 신화와 설화적 요소를 빌어 초현실적인 순간을 그리고자 했다. 개가 먹다 흘린 사료 조각들 사이에서 별이 듬성듬성 박힌 밤하늘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빠르게 움직이는 개 꼬리에서 사랑과 믿음의 메시지를 수신하는 식이다.

이승희, End of Summer, 2023, acrylic, acrylic medium, water based marker and pigment powder on canvas, 210 x 120, 210 x 240, 210 x 120 cm (from left). ⓒ디스위켄드룸 제공
이승희, End of Summer, 2023, acrylic, acrylic medium, water based marker and pigment powder on canvas, 210 x 120, 210 x 240, 210 x 120 cm (from left). ⓒ디스위켄드룸 제공

화사하다 못해 쨍하고 세련된 색채, 캔버스 표면에 두꺼운 마티에르로 물성을 드러낸 대형 회화 작품들이 인상적이다. ‘End of Summer’는 여신을 훔쳐보다 사슴 인간이 되어 자신의 사냥개에 물려 죽는 악타이온, 자신이 사랑했던 오리온을 화살로 쏘는 아르테미스 여신, 그 사이로 유니콘을 타고 달리는 개의 모습이 뒤섞인 대작이다. 이렇게 미래를 점치는 타로카드, 소원을 비는 해우소, 별자리 설화. 그리스 신화 등 요소를 차용해,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동시에 작가 본인의 “‘사랑을 찾는 여정’을 그린 작품들”이다. 반려인의 ‘핑크빛 기류’를 알아차린 강아지를 생동감 있게 묘사하거나, ‘물 건너온 남자’를 만날 거라는 점쟁이의 말을 떠올리고 그림 속 남성 인물을 외국인으로 그렸다. 동물의 몸 일부와 자연적 이미지를 결합해 3D 프린터로 모델링해 만든 입체 작업도 있다. 관객은 작품 앞에서 소원을 빌거나 ‘행운의 에너지’를 전달받을 수 있다.

이승희 작가. ⓒ디스위켄드룸 제공
이승희 작가. ⓒ디스위켄드룸 제공

박지형 디스위켄드룸 큐레이터는 “이승희의 회화는 다양한 무게를 가진 객체들이 평평한 지평 위에서 우정과 사랑을 나누고 인간-비인간이라는 이분법적인 의미의 경계선을 넘어 새로운 관계를 창발시키는 순간의 생명력과 신비함을 담아낸다”고 말했다. 또 “이승희가 제안하는 여정이 고정관념과 편향적 기준을 넘어 다양한 객체들 사이의 대안적 연대로 이어질 수 있기를 조심스레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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