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뮤지컬 ‘시스터즈’(SheStars!)
이난영·김시스터즈·윤복희 등
한국대중음악 여성 스타 전성기 재현
11월12일까지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쇼 뮤지컬 ‘시스터즈 (SheStars!)’에 1인 다역으로 출연하는 홍서영, 신의정, 이서영, 유연, 이예은, 하유진 배우. ⓒ신시컴퍼니 제공
쇼 뮤지컬 ‘시스터즈 (SheStars!)’에 1인 다역으로 출연하는 홍서영, 신의정, 이서영, 유연, 이예은, 하유진 배우. ⓒ신시컴퍼니 제공

이난영, 김숙자, 윤복희, 김명자, 고재숙, 김인순.... 한국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언니들이 돌아왔다. 서울 종로구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쇼 뮤지컬 ‘시스터즈 (SheStars!)’다.

여성들의 춤과 노래로 승부하는 ‘쇼 뮤지컬’이다. 조선악극단 여성 단원으로 구성된 ‘저고리시스터즈’, 아시아 걸그룹 최초로 미국에 진출해 성공한 ‘김시스터즈’, 60년대 슈퍼 걸그룹 ‘이시스터즈’, 대중음악의 전설 ‘윤복희와 코리아 키튼즈’, 20세기 후반 한국 대중음악계를 휩쓴 ‘바니걸즈’, 인순이가 리드보컬이던 디스코 그룹 ‘희자매’ 등 춤과 노래로 당대 대중음악을 지배한 걸그룹들의 전성기 무대를 재현한다.

‘You’re My Sunshine’, ‘울릉도 트위스트’, ‘커피 한잔’, ‘검은 장미’, ‘한 마리 새가 되어’, ‘거위의 꿈’ 등 히트곡을 연이어 들려준다. 특별한 무대 장치나 효과는 없어도 미러볼 조명 아래 반짝이는 의상, 10인조 브라스 밴드의 연주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실제 걸그룹들의 결성 배경과 사연, 당대 공연 사진·영상도 나와 생생함을 더한다. 미8군 무대, 60년대 라스베가스 호텔, ‘아리랑’ 공연을 금한 일제 강점기의 경성조선극장, 청년들이 신중현의 ‘미인’ 같은 금지곡을 들으며 춤추던 유신시대 명동 클럽 등 역사의 장면들도 재현했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도, 잘 모르는 이들도 웃고 공감하면서 즐길 수 있다.

​쇼 뮤지컬 ‘시스터즈 (SheStars!)’에서 ‘저고리시스터즈’로 분한 정유지, 정연, 선민, 김려원, 홍서영 배우. ⓒ신시컴퍼니 제공
​쇼 뮤지컬 ‘시스터즈 (SheStars!)’에서 ‘저고리시스터즈’로 분한 정유지, 정연, 선민, 김려원, 홍서영 배우. ⓒ신시컴퍼니 제공
​쇼 뮤지컬 ‘시스터즈 (SheStars!)’에서 ‘이시스터즈’로 분한 유연, 이예은, 신의정 배우.  ⓒ신시컴퍼니 제공
​쇼 뮤지컬 ‘시스터즈 (SheStars!)’에서 ‘이시스터즈’로 분한 유연, 이예은, 신의정 배우. ⓒ신시컴퍼니 제공

배우이자 연출가로 활약해 온 박칼린의 작품이다. K팝 전성시대, 한국 대중가요사에 중요한 발자국을 남긴 여성들을 돌아보는 작품을 오랫동안 구상했다. 전수양 작가와 함께 국내외 자료를 샅샅이 뒤졌고 실제 주인공들도 만나면서 역사적 고증에 심혈을 기울였다. 포킥스엔터테인먼트와 신시컴퍼니가 제작했다.

“오늘날 전 세계를 휩쓰는 한국 아이돌 그룹들을 보며 그 선배들을 잊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역사에 이런 사람들이 있었지!”

지난 13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박 연출은 눈물을 보였다. 그만큼 어렵게 빛을 본 작품이다. “(외국 작품만 주목받던 시기를 지나) 십여 년을 참고 기다려서 같이 할 수 있는 스태프들, 배우들과 회사를 만났죠. 한국에서 한국의 히로인들을 다룬 작품을 한국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어요.”

공연은 실상 ‘차력쇼’에 가깝다. 유연, 신의정, 김려원, 선민, 하유진, 이예은, 정유지, 정연, 이서영, 홍서영, 황성현까지 여배우 10명, 남배우 1명이 발탁됐다. 매 회마다 배우 단 7명이 100분간 쉴 새 없이 의상과 가발, 역할을 바꿔가면서 주역 1~3인과 단역 3~4인을 소화한다. “녹음, 편집도 안 되고 되돌릴 수 없는, 단 한 번의 라이브 무대를 보여주고자 했고,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관객들에게 몸소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박 연출은 설명했다. 

쇼 뮤지컬 ‘시스터즈 (SheStars!)’ 출연진. ⓒ신시컴퍼니 제공
쇼 뮤지컬 ‘시스터즈 (SheStars!)’ 출연진. ⓒ신시컴퍼니 제공
쇼 뮤지컬 ‘시스터즈 (SheStars!)’에서 ‘김시스터즈’로 분한 김려원, 정연, 홍서영 배우. ⓒ신시컴퍼니 제공
쇼 뮤지컬 ‘시스터즈 (SheStars!)’에서 ‘김시스터즈’로 분한 김려원, 정연, 홍서영 배우. ⓒ신시컴퍼니 제공
​쇼 뮤지컬 ‘시스터즈 (SheStars!)’에서 ‘바니걸즈’로 분한 하유진, 이서영 배우.  ⓒ신시컴퍼니 제공
​쇼 뮤지컬 ‘시스터즈 (SheStars!)’에서 ‘바니걸즈’로 분한 하유진, 이서영 배우. ⓒ신시컴퍼니 제공

아쉬움도 남는다. 그토록 반짝이던 ‘아시아 디바’들은 과연 무대 아래에서도 자유와 해방감을 느꼈을까? 성·인종적 차별과 편견에 노출되면서도, 미국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미군을 위무해야 했던 어린 한국 여성들이 겪었을 고충과 갈등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뮤지컬이 다루지 않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시스터즈’는 주목할 만한 시도다. 남성들이 20세기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동안, 상대적으로 잊혀지고 지워진 여성들을 호명한다. 일제 강점기, 전쟁, 가난, 연예인에 대한 폄하, 여성 가수에 대한 멸시 등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기어코 살아남아 이름을 떨쳤던 여성들, 라디오가 막 가정에 보급되고 흑백 TV가 전부인 시절에도 입소문을 타고 스타가 됐던 그들의 화려하고 당당한 무대를 재현한다. 영어로 노래하면서 아리랑, 재즈와 팝송까지 소화하고, 클라리넷, 벤조, 마림바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고, 과감한 미니스커트를 택했던 여성들의 뛰어난 감각과 생존 전략도 조명한다.

지난 8일 오프닝 공연엔 ‘이시스터즈’ 김명자, ‘코리안 키튼즈’ 윤복희, ‘바니걸스’ 고재숙 3명이 무대에 함께 섰다. 선후배가 함께 피날레 넘버를 부르고 춤추며 감동을 전했다. 

지난 8일 ‘시스터즈’ 오프닝 공연엔 ‘바니걸스’ 고재숙, ‘이시스터즈’ 김희선(김명자), ‘코리안 키튼즈’ 윤복희가 무대에 함께 섰다. 선후배가 피날레 넘버를 함께 부르고 춤추며 감동을 전했다.  ⓒ신시컴퍼니 제공
지난 8일 ‘시스터즈’ 오프닝 공연엔 ‘바니걸스’ 고재숙, ‘이시스터즈’ 김희선(김명자), ‘코리안 키튼즈’ 윤복희가 무대에 함께 섰다. 선후배가 피날레 넘버를 함께 부르고 춤추며 감동을 전했다. ⓒ신시컴퍼니 제공
지난 8일 ‘시스터즈’ 오프닝 공연엔 ‘바니걸스’ 고재숙, ‘이시스터즈’ 김희선(김명자), ‘코리안 키튼즈’ 윤복희가 무대에 함께 섰다. 선후배가 피날레 넘버를 함께 부르고 춤추며 감동을 전했다. ⓒ신시컴퍼니 제공
지난 8일 ‘시스터즈’ 오프닝 공연엔 ‘바니걸스’ 고재숙, ‘이시스터즈’ 김희선(김명자), ‘코리안 키튼즈’ 윤복희가 무대에 함께 섰다. 선후배가 피날레 넘버를 함께 부르고 춤추며 감동을 전했다. ⓒ신시컴퍼니 제공

“역할을 바꾸는 공연은 처음입니다. 연습을 정말 많이 했고 배우들끼리는 자매처럼 정들었어요. 창작 공연이라서 두려움이 있었는데 커튼콜 때 관객들이 너무 좋아해 줘서 감격스러웠습니다.” (유연 배우)

“리허설 때부터 계속 울었어요. 선배님들 앞에서 그분들의 무대를 재현한다는 것 자체가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경험이죠. 그분들의 영광스러운 날들, 그 아름다움과 순수함에 감동했어요. 우리들도 나중에 누군가가 재현하는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기도 하고요.” (김려원 배우)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올 추석 연휴엔 한국의 멋진 여걸들, 히로인들의 이야기를 좋은 음악과 함께 듣고 가세요.” (박칼린 연출) 공연은 11월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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