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민 아트제주스페이스 대표
10월10일까지 고 변시지 화백 개인전 열어
예술작품에 대한 ‘끝나지 않은 그리움’

강민 아트제주스페이스 대표 ⓒ이현숙 편집위원
강민 아트제주스페이스 대표 ⓒ이현숙 편집위원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아트 페어로 거듭나고 있는 키아프, 프리즈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아트페어가 핫트렌드가 되고 있지만 제주에서는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아트페어는 낯선 단어였다. 제주에서 호텔 아트페어를 열고 이슈를 만들었던 강민 아트제주스페이스 대표가 궁금했다. 제주에서도 세계적인 아트페어가 열리기를 바랐던 그는 관광객들이 찾는 호텔에서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아트페어를 기획해 몇년동안 꾸준히 해왔다.

지난 2017년 신진여성문화인상을 수상했던 그의 열정은 ‘아트제주’를 다녀갔던 이들이라면 느낄 수 있다. 예술가는 아니지만 예술작품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깊은 강 대표는 최근 그의 공간에서 특별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8월 15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故 변시지 화백(1926-2013)의 개인전 ‘끝나지 않은 그리움’ 2부 전시가 열리고 있다. 롯데호텔제주 내부에 있는 아트제주 스페이스는 호텔을 찾는 이들뿐 아니라 국내외 인사들이 찾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럽기행, 검은 바다 시리즈 원화와 도자기, 판화 10종이 선보여지고 있다. 그가 사랑하는 작가 고 변시지 화백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랑이 전시회를 기획한 이유이다. 유럽기행 시리즈는 1981년 로마에서 열린 변 화백의 초대 개인전을 방문하면서 유럽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완성한 풍경화 시리즈다. 이 여행은 자신의 색과 기법이 서양의 화가들을 모방한 것이 아닌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는 확신을 심어준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유럽 여행 이후에는 더욱 확신에 찬 작업이 이어졌다.

강 대표는 “검은 바다는 변시지 화백이 제주대학교 미술학과 교수직을 퇴직하던 해인 1991년에 제작된 시리즈로 황갈색이 아닌 블랙톤의 배경이 특징이다. 하얗게 몰아치는 파도가 더해져 화백의 시그니처인 폭풍치는 바다가 더욱 강한 대비로 표현되고 있다. 검은 바다 시리즈는 생전에 남긴 전체 작품 5400여점 중에서 60여점이 되지 않아 희소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대로 작품을 만들면서 고유한 세계관을 구축한 변시지 화백은 활동 당시 주목하지 않았던 섬사람들의 모습을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표현하여 제주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황갈색 단색조와 검은 선을 통해서 작가만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었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인 인간의 근원적 고독에 대해 질문하는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한 것이다.

강 대표는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와서 전시를 보고 예술작품을 소장하고 싶어지도록 만들지 늘 고민한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와인시음회 이벤트를 열었다. 이탈리아 와인을 소개하면서 중에는 특별히 변시지 화백의 유럽기행 작품으로 라벨이 디자인된 오타바 지오르노(Ottavo Giorno) 와인이 포함됐고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화가 김성오, 가나 장흥아뜰리에 입주 작가 장예린이 참여한 와인도 처음 선보였다.

2016년 ‘아트제주’ 열고 유명작가 작품 선보여

‘고 변시지 화백 특별전’을 열고 있다.
‘고 변시지 화백 특별전’이 오는 10월10일까지 아트제주 스페이스에서 열린다.

강 대표가 제주 미술계에 알려진 것은 2016년 ‘아트제주’를 개최하면서 부터였다. 당시 서울의 화랑들이 처음 제주 시장을 찾은 계기가 되었고 프랑스 파리 등 해외 갤러리도 '아트제주'에 참가하여 화제가 되었다. 쿠사마 야요이, 로버트 인디애나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제주에서 처음 선보였다. 제주의 고급 휴양 단지 내 호텔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러 수많은 이들이 국내외에서 찾았다.

그 이후에도 7년간 지속적으로 아트페어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올해는 여러가지 이유로 진행이 어렵다고 했다. 많은 논의가 진행중이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 새로운 운영 방식을 고민중이다.

그는 아트페어를 열면서 느낀 것이 많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미술작품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중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최근 젊은 세대가 컬렉터가 되고 있고 ‘디깅소비’도 이뤄지고 있다. 처음 작품을 구입한 신규 컬렉터와 기존의 컬렉터가 교차하면서 미술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어 미술계 트렌드도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어떻게 아트페어를 시작하게 됐을까. 그는 오랜 기간 디자인 편집숍으로 운영하다가 2020년 7월 갤러리로 전향했다. 아트페어에 작가들이 참가하는 이유는 자신의 작품의 가치를 평가받는 것도 중요하기에 강 대표는 작가들의 작품이 다시 돌아가지 않도록 컬렉터들에게 혼신의 힘을 기울여 작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제주는 물류운송에 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기상상황 등 고려해야할 것들이 적지 않다보니 늘 300% 준비를 해놓아야 한다.

‘고 변시지 화백 특별전’이 오는 10월 10일까지 아트제주 스페이스에서 열린다.
‘고 변시지 화백 특별전’이 오는 10월 10일까지 아트제주 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아트페어는 열리지 않지만 그는 2026년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나라 대표 근현대 작가 ‘고 변시지 화백 특별전’을 기획했다. 그가 롯데호텔에 공간을 연 것은 벌써 24년째이다. 그가 요즘 변시지 특별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크기 때문이다. 강 대표에게 변시지 화백도 ‘끝나지 않은 그리움’이다.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들에에게도 그리움은 끝나지 않았다.

강 대표는 컬렉터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미술품을 컬렉션하는 분들은 모두 작가의 후원자에요. 그 행위는 예술 자체를 응원하는 것이죠. 아트페어를 처음 시작하게 된 것도 제주에 예술작품을 즐길 수 있는 저변을 확대해보자는 마음이 컸어요. 예술은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니까요.”

그가 했던 갤러리 운영과 기획 업무를 얼마 전부터 동생과 딸도 함께 하고 있다. 작가의 열정이 깃든 작품의 가치를 더 높일수 있는 역할의 의미를 알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항상 글로벌 트렌드를 배우고 그것에 민감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AI 등장으로 인해 사회뿐만이 아니라 예술계의 트렌드도 굉장히 빨리 바뀌었다. 30대가 된 딸은 이 사회의 트렌드를 이끄는 세대가 되었고 가족 파트너십으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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