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에 따른 신체 능력 차이 등 근거
“장기적으론 여성징병이나 모병제 전환 논의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통제됐던 군 장병 휴가가 재개된 2021년 2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군 장병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 ⓒ뉴시스·여성신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통제됐던 군 장병 휴가가 재개된 2021년 2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군 장병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 ⓒ뉴시스·여성신문

헌법재판소가 성별에 따른 신체 능력 차이 등을 이유로 남성의 의무 병역을 명시한 병역법 제3조 1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지난 9월26일 재판관 전원일치로 이같은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헌재는 “일반적으로 집단으로서의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신체적 능력을 보유하고 비교법적으로 보아도 징병제가 존재하는 70여 개 나라 중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나라는 극히 한정돼 있다”며 “병역의무 조항은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고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장기적으로는 출산율의 변화에 따른 병역자원 수급 등 사정을 고려해 양성 징병제의 도입 또는 모병제로의 전환에 관한 입법 논의가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진지하게 검토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재 시점에서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존 징병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자의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헌법소원은 병역 의무를 이행 중이거나 이행 예정, 또는 병역의무 불이행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남성 5명이 제기했다. 헌재가 남성 의무 병역 조항에 대해 정식으로 판단을 내린 것은 2010년(재판관 6대2 의견), 2014년(전원일치)에 이어 세 번째다.

헌재 결정의 찬반을 떠나, 성별에 따른 신체적 차이를 이유로 남녀를 달리 대우해야 한다는 논리 자체는 성차별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여성을 약자·피보호자·가사노동 종사자로 보는 가부장적 시각에 기초해 여성의 군대와 관련한 교육 훈련·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므로 여성 차별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남성이 대체로 여성보다 전투에 더 적합한 신체 능력을 갖췄다고 해도, 전투 외에도 다양한 군 업무가 존재하는 한 여성에게도 병역의무를 부과하거나 사회봉사 등 대체복무를 하게 하는 것이 형평에 맞는다는 의견, 군복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6월 여성신문 인터뷰에서 “소위 말하는 ‘젠더갈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남성들에게만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현행 법제는 고쳐져야 한다”며 “유럽사법재판소는 ‘군대는 전쟁만 준비하는 게 아니라 중요한 직업훈련 장소, 취업의 기회인데 여성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건 차별’이라고 2020년 판시하기도 했다. 군대에는 (전투 외에도) 복지·행정 등 다양한 업무가 있다. 여성도 다양한 형태의 병역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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