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아시아·태평양 여성단체연합 총회
일본 도쿄 올림픽기념유스센터서 열려

 

지난 9월 15일 일본 도쿄 올림픽기념유스센터에서 제24회 아시아·태평양 여성단체연합 총회(Federation of Asia-Pacific Women’s Association)가 열렸다.  ⓒ조양민 편집위원
지난 9월 15일 일본 도쿄 올림픽기념유스센터에서 제24회 아시아·태평양 여성단체연합 총회(Federation of Asia-Pacific Women’s Association)가 열렸다. ⓒ조양민 편집위원

아시아·태평양 여성단체 대표 300여명이 일본 도쿄에 모였다. 여성 지도자들은 “여성이 변화의 주역”이라며 기후변화에 적극적인 대응과 고령화에 발맞춘 의료디지털화 촉진을 촉구했다. 

지난 9월 15일 일본 도쿄 올림픽기념유스센터(National Olympic Memorial Youth Center)에서 제24회 아시아·태평양 여성단체연합 총회(Federation of Asia-Pacific Women’s Association: 이하 FAWA 컨벤션)가 개최됐다. 2년마다 열리던 FAWA Convention은 2018년 제23회 필리핀 회의 이후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5년 만에 열려 열기가 뜨거웠다. 2014년 서울에서도 21회 총회가 열린 바 있다.

4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FAWA 컨벤션에는 주최국인 일본을 비롯해 한국, 필리핀, 타이완, 괌, 싱가포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9개국, 300여명의 여성 지도자가 참석했다. ‘아·태지역 변화를 향한 주요 세력으로서의 여성(Women as the Key Force -For Change in the Asia Pacific Region-)’을 중심 주제로 기후변화, 여성의 건강과 기술, 코로나 이후 여성의 일과 삶의 균형, 여성 중심의 고령화 사회 등 4개 세션으로 나누어 열띤 토론을 벌이고 토론내용을 결의안으로 채택하는 등 아·태 지역 여성의 삶, 기술혁명과 고령화시대의 여성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연대와 협력의 장이 되었다. 국가별 대표들이 직접 준비한 문화공연을 비롯해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펼쳐져 참가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다도 및 전통의상 체험, 시티투어 등을 통해 주최국 문화를 이해하는 프로그램도 준비돼 회원 간의 상호교류와 자매애를 나누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지난 9월 15일 일본 도쿄 올림픽기념유스센터에서 제24회 아시아·태평양 여성단체연합 총회(Federation of Asia-Pacific Women’s Association)가 열렸다. ⓒ조양민 편집위원
지난 9월 15일 일본 도쿄 올림픽기념유스센터에서 제24회 아시아·태평양 여성단체연합 총회(Federation of Asia-Pacific Women’s Association)가 열렸다. ⓒ조양민 편집위원

한국은 21세기여성정치연합(상임대표 김정숙), 국제여성교류협회(공동대표 김정숙·이민지), 에너지와 여성(회장 최재현),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허명) 등 4개 단체의 임원 및 회원 62명이 참가해 참여국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14일 도착한 한국 참가자들은 국가별 문화공연을 준비하는 리허설에 참여하는 등 행사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행사 첫날, 참여국 국기가 입장하면서 개회식의 서막을 열었다. 나라별 국기를 든 각국 대표들이 입장하자 참가자들은 큰 박수와 환호로 맞이했다. 제24회 FAWA 조직위원회의 총책을 맡은 아키코 오츠키 국제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전쟁, 핵 위협, 기후변화, 경제위기, 빈곤과 불평등의 혼돈 속에서 인류는 길을 찾고 있다”면서 “코로나 팬데믹은 국가와 사회, 개인의 삶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는데 여성들은 이러한 변화를 가치로 바꿀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들이 평화와 화합의 길로 세상과 인류를 이끌어 갈 때”라면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더 단결하고 미래세대에게 자랑스러운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호소했다. 이어 FAWA 전 회장 김정숙 21세기여성정치연합 상임대표는 축사를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여성의 단합과 리더십으로 여성의 발전을 앞당기는 한편, 물론 기후변화, 노인문제 등 사회변화에 수반되는 인류 공통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풀어내는 뜻깊은 대회를 만들자”는 메시지로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또 일본 황족 도모히토 친왕의 부인인 도모히토 친왕비 노부코가 내빈으로 축사해 이목을 집중시켰고 후쿠시마 현의 소마시장도 참석해 참가자들을 환영했다. 그 밖에도 유리코 코이케 도쿄도지사, 마들린 보르달로 FAWA 전 회장 등이 지면을 통해 축하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왜 여성이 변화의 주역이 되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진행된 기조연설은 쇼와여자대학교 마리코 반도 총장이 맡았다. 마리코 반도 총장은 “팬데믹, 기후변화, 저출산·고령화, 인구감소, 사회경제적 격차 등 사회문제의 증가와 기술혁명에 따른 외부환경의 변화는 여성의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2023년 일본의 성격차지수(Gender Gap Index)는 146개국 중 125위로, 하위 상황의 가장 큰 원인은 성역할에 대한 무의식적인 편견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지도자의 수를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사람들과 공감하고 문제를 공유하고 서로 응원하면서 변화의 주역이 되자‘고 피력했다. 오후 첫 순서는 각 국가별 활동보고로 시작했다. 국가별로 그간의 활동을 소개하고 향후 활동계획을 공유하는 자리로 한국대표로 허명 회장과 국제여성교류협회 신정선 총무가 발표했다. 이어 초청연사로 등장한 히사코 마츠이는 여성의 삶을 조명한 자전적 영화를 제작한 영화감독이자 프로듀서로 알려진 인사로 사회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로 감동을 주었다. 도쿄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선샤인 시티 빌딩 59층에서 진행된 교류화 화합의 시간(Night View Dinner)에는 ’K-클래식(classic)‘의 위상을 알려 온 임청하 소프라노(백석대 교수), 일본의 촉망받는 바이올리니스트 미유 키츠와의 공연이 흥겨움을 더했다. 

지난 9월 15일 일본 도쿄 올림픽기념유스센터에서 제24회 아시아·태평양 여성단체연합 총회(Federation of Asia-Pacific Women’s Association)가 열렸다. ⓒ조양민 편집위원
지난 9월 15일 일본 도쿄 올림픽기념유스센터에서 제24회 아시아·태평양 여성단체연합 총회(Federation of Asia-Pacific Women’s Association)가 열렸다. ⓒ조양민 편집위원

둘째 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의제별로 연사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시나 츠유키는 기후변화를, 프란체스카 게리는 여성의 건강과 기술을, 코로나 이후의 여성과 워라밸을 주제로 룰리 미우라, 여성중심의 고령화 시대는 마사코 와카미야가 맡았다. 이 중 마사코 와카미야는 1997년 미쓰비시 은행을 은퇴한 이후 ‘Mellow Club’을 통해 인터넷 활용을 배웠던 경험을 노년층과 공유하면서 유명세를 얻으며 활동의 영역을 넓혀 온 사례를 발표했는데 88세의 고령에도 넘치는 에너지로 ‘챗(chat)GPT’를 활용할 미래를 기대해 박수를 받았다. 참가자들은 4가지 의제별로 나뉘어 오후 2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에너지와 여성’의 최재현 회장은 한국대표로 한국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소개하고 친환경에너지인 원자력발전의 확대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단체의 활동을 소개했다.

발제와 토론내용을 종합해 마지막 날 결의안(Convention Resolution)이 발표됐다. 첫째, 기후변화에 대응하도록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폐기물을 줄이며 환경보전과 관련된 활동(이산화탄소 배출저감, 나무심기, 7R)을 실천한다. 둘째, 건강관리를 위해 농촌지역의 EHRs(electronic health records systems)의 개발과 의료디지털화를 촉진하고 특히 고령여성들이 자신의 건강을 살피고 예방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교육한다. 셋째, 한부모, 이주노동자, 난민, 가사노동자, 빈곤가정 등 여성과 아동을 위한 예방과 개입에 대한 인식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국내·외 여성단체 등과 네트워크를 확대해 일하는 여성들이 경제적·사회적·정신적 정보와 지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넷째, NGO와 협력해 세대 간의 교류를 활성화함으로써 선배세대의 지혜와 경험, 지식을 다음 세대에 전수하도록 기회를 부여한다. 다섯째, 여성의 직업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IT 교육을 실시하고 노인들이 사회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장려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한편, FAWA 집행부는 2023-2025년 활동할 새로운 이사진과 국제회장을 선출했다. 김정숙 21세기여성정치연합 상임대표가 이사진 중 가장 많은 득표로 이사로 재당선되었고 신정선 총무 이사진에 재합류했다. 2018-2023년 수석부회장으로 활동해왔던 린다 리우(Linda Liu) 타이완 대표가 새로운 국제회장에 선출됐다. 그는 2025년 타이완에서 열릴 FAWA Convention의 준비를 맡게 된다. 새로운 FAWA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를 묻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린다 리우 회장은 “FAWA는 더 성장할 것이고 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여성이슈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사에 재당선된 김정숙 상임대표는 “이번에 한국에서 제일 많은 분들이 참여했다. FAWA의 목표와 취지에 걸맞게 더 많이 공부하고 연구해서 한국여성들이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성가족부의 예산지원을 받아 참석한 허명 회장은 다른 초대를 이유로 15일 공식만찬에 참석하지 않았다. 17일 마지막 날 일정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행사의 피날레는 각국 회원들의 문화공연으로 꾸며졌다. 준비한 곡들과 어우러지는 전통의상이나 코스튬을 착장하고 노래와 율동, 전통 악기와 소품들로 풍성한 대미를 장식했다. 한국참가자들은 아리랑과 맞추어 준비한 노래와 율동을 선보였다. 아쉬움 속에 2025년 타이완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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