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등서 개최
69개국 영화 269편 상영...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고 설리 마지막 인터뷰부터
레즈비언 딸과 엄마 이야기 등
다채로운 여성 영화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리볼버 릴리’(감독 유키사다 이사오) 주연배우 아야세 하루카,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감독 장건재) 주연배우 고아성, ‘진리에게’의 고(故) 설리.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리볼버 릴리’(감독 유키사다 이사오) 주연배우 아야세 하루카,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감독 장건재) 주연배우 고아성, ‘진리에게’의 고(故) 설리.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4일 개막했다. 69개국 영화 269편이 오는 13일까지 열흘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등에서 관객과 만난다. 최초로 공개되는 고(故) 설리(본명 최진리)의 유작부터 레즈비언 딸과 엄마의 이야기, 일본 여성 액션물, 가부장제의 폭력에 맞서는 여성들 등 다채로운 여성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고(故) 설리의 마지막 인터뷰가 담긴 ‘진리에게’(감독 정윤석) 스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고(故) 설리의 마지막 인터뷰가 담긴 ‘진리에게’(감독 정윤석) 스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최대 화제작 중 하나는 설리의 마지막 인터뷰가 담긴 ‘진리에게’다. 와이드 앵글 섹션의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월드 프리미어로 최초 공개된다. 배우이자 아티스트로서 설리, 스물다섯 최진리가 그 시절 느꼈던 다양한 일상의 고민과 생각을 인터뷰 형식으로 전한 101분 분량의 장편 다큐멘터리다. 본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옴니버스 시리즈로, 2019년 촬영에 돌입했으나 그해 10월 설리가 세상을 떠나면서 중단됐다. ‘논픽션 다이어리’(2014),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2017) 등을 만든 정윤석 감독이 연출했다.

‘셰이다’(감독 누라 니아사리) 스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셰이다’(감독 누라 니아사리) 스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셰이다’(감독 누라 니아사리)는 가정폭력 남편과 이혼하고 호주 정부가 마련해 준 여성 보호시설에서 6살 딸 모나와 함께 사는 이란 여성 셰이다의 이야기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딸을 빼앗기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현실적이면서도 통렬하게 그렸다. 2023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극영화 부문 관객상을 수상했다.

‘딸에 대하여’(감독 이미랑) 스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딸에 대하여’(감독 이미랑) 스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딸에 대하여’(감독 이미랑)는 레즈비언 딸 커플과 함께 사는 엄마의 이야기다. 노인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엄마의 집에 독립한 딸이 동성 파트너와 함께 들어와 살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다. 이성애 중심 ‘정상가족’에 대해 성찰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김혜진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불꽃 속으로’(감독 자랄 칸) 스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불꽃 속으로’(감독 자랄 칸) 스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불꽃 속으로’(감독 자랄 칸)는 운전하다가도, 자기 방 발코니에서 전화 통화를 하다가도,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만나도 예측 못 한 위험에 맞서야 하는 여성의 현실을 억압과 폭력을 대물림하는 과거의 유령과 흥미롭게 교차해 보이는 작품이다. 캐나다-파키스탄 합작으로, 2023 칸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상영됐다.

‘리볼버 릴리’(감독 유키사다 이사오) 스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리볼버 릴리’(감독 유키사다 이사오) 스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리볼버 릴리’(감독 유키사다 이사오)엔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일본군과 싸우는 여성 액션 영웅(아야세 하루카)이 등장한다. 1924년 일본 군대는 몰래 숨겨둔 엄청난 돈을 찾고자 일가족을 살해한다. 돈을 찾을 수 있는 암호를 지닌 채 홀로 살아남은 소년은 일본군에 맞서 자신을 지켜 줄 스파이 출신 여성을 찾아 나선다. 나가우라 교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그 모든 거짓말의 어머니’(감독 아스마에 엘 무디르) 스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그 모든 거짓말의 어머니’(감독 아스마에 엘 무디르) 스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모로코의 아픈 현대사와 연결된 가족의 기억과 역사를 더듬으며 진실을 찾고자 하는 감독의 시선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그 모든 거짓말의 어머니’(감독 아스마에 엘 무디르)도 만날 수 있다. 2023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감독상, 골든아이상 수상작이다.

‘한국이 싫어서’(감독 장건재) 스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이 싫어서’(감독 장건재) 스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개막작은 ‘한국이 싫어서’(감독 장건재)다. 한국 생활에 환멸을 느껴 모든 걸 뒤로 하고 뉴질랜드로 떠나는 20대 여성 계나(고아성)과 주변인들의 이야기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도 마련됐다. 영화 ‘미나리’ 정이삭 감독, OTT 드라마 ‘파친코’ 저스틴 전, 코고나다 감독, ‘서치’의 존 조 등이 함께한다. 인도네시아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현재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장편과 단편도 볼 수 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홍콩 영화 스타 주윤발에 돌아갔다. 주윤발은 신작 ‘원 모어 찬스’와 ‘영웅본색’, ‘와호장룡’까지 3편의 특별 기획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한국 팬들과 신작을 관람하는 등 특별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고(故) 배우 윤정희, 세계적인 작곡가 고(故) 류이치 사카모토 추모 특별 상영도 열린다.

이날 저녁 6시 열린 개막식에선 배우 박은빈이 단독 사회자로 나섰다. 배우 송강호가 영화제를 알리는 ‘올해의 호스트’로 자리를 빛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자 박은빈이 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다. ⓒ뉴시스·여성신문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자 박은빈이 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다. ⓒ뉴시스·여성신문
배우 송강호가 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다.  ⓒ뉴시스·여성신문
배우 송강호가 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홍콩 배우 주윤발(오른쪽)과 프로듀서 자스민 초우가 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홍콩 배우 주윤발(오른쪽)과 프로듀서 자스민 초우가 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봄부터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의 사임과 성폭력 의혹, 인사 잡음과 이용관 이사장 사임까지 잇따르면서 혼돈에 빠졌다.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가 집행위원 대행, 강승아 부집행위원장이 운영위원장 직무 대행을 맡아 영화제를 준비해 왔다. 스폰서 확보 어려움 등으로 전체 예산이 줄면서 예년보다 초청작 편수가 30여 편 감소했다. 강승아 부집행위원장은 지난 9월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국제 사태’라고 불릴 만큼 힘겨운 시간을 지나왔다. 섣부른 희망을 기대할 수 없지만 내실 있는 축제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믿고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 덕분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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