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5년 내에 5회’만 치를 수 있는 변호사시험
임신 유예사유로 인정 않는 게 공평하고 합리적인가?

헌법재판소. ⓒ뉴시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 후 임신·출산·육아로 변호사시험법상 응시 기회를 모두 잃은 졸업생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뉴시스

근래 공정성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공정성(impartiality, fairness)은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어휘를 중심으로 보면 ‘편파적이지 않은 공평성과 합리성’으로 해석된다. 이런 공정성은 대개 누구든 동등하게 기회를 가지면 공평한 것이고, 그에 따른 결과는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정성 논리가 가장 효과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문이 시험이다. 그 대표적 사례는 대학입학 수능으로, 원하는 누구나 응시하고 점수에 따라 SKY-인(in)서울-지방 국립/사립대 대학으로 이어지는 서열을 당연시하는 기조를 만들고 있다.

시험을 통해 점수(합격/불합격)를 받아 지위를 획득하는 방식이 가장 공정하다는 인식 속에서, 젊은 세대는 대학, 취업, 승진을 위해 시험이라는 트랙에서 성과를 올리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성들이 여러 분야의 시험에서 약진하고 있다. 전문직에서 여성의 시험을 통한 합격은 남성과 거의 동등한 수준에 이르렀다. 2023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여성 입학율은 52.4%로 남성을 앞질렀으며, 변호사 시험 합격률도 44.5%로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런 수치로만 보면 시험을 통한 공정성에는 성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재 변호사 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 내 5회 응시 제한을 두고 있다. 소위 오탈제(誤脫制)는 군 복무를 제외하고는 어떤 이유로도 5년 기간에 다섯 번 이상은 시험을 치를 수 없다는 조항이다. 법무부는 출산, 중병, 재해 등 어떤 경우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으며, 수차례 법률 소송도 모두 예외에 대한 불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조항은 누구나 5년에 5번의 기회를 동등하게 가지는 것이니까 마치 공정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실상은 상당히 성차별적이고 불공정하다.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가 되는 여성의 경우를 상정해보면, 대략 24살에 졸업을 해서 3년간의 로스쿨 과정을 거치면 27살이 된다. 근래 많아진 대입 N수나 대학 중 휴학, 로스쿨 N수까지 고려해보면 대략 27살-30살 정도가 되었을 때 변호사 시험을 치르게 된다. 이 기간에 임신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낳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양육은 차지한다 하더라도 임신, 출산은 여성의 생물학적 조건에 의한 것으로 적극적 고려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법은 5년, 5번 응시제한은 남성과 여성에게 동일하게 기회를 준 것이기 때문에 예외를 두지 않는 것이 공평하고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같은 법률은 법조인이 되고자 한다면 전력질주(all-in)하는 삶만을 허용하겠다는 강제 규정과 다를 바 없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남성적 삶을 기준으로 살라는 사회적 명령으로 이해된다. 전 세계적으로는 일가족양립이 글로벌 기준이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법조계는 여전히 개발시대의 ‘회사형 인간’ 표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대다수가 경험하는 임신, 출산에 대한 한 치의 고려도 없이, 똑같이 5년에 5번 응시기회를 주는 것이 ‘편파적이지 않은 공평성과 합리성’이라는 기계적 공정성을 넘어서야 하겠다. 우리나라가 사법시험 방식 대신 로스쿨 체계로 전환한 이유는 법률 암기에 집중된 시험지상주의를 벗어나 실제 사람과 생활에 기반을 둔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지금 로스쿨의 근본 취지를 다시 확인해야 할 시점이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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