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영상 뽀개기]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Mnet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Mnet

옛부터 가장 재미진 구경으로 꼽혀온 것이 싸움 구경이다. 실제로 출연진 간의 싸움을 대놓고 붙이는 프로그램들이 틀면 나오는 수도꼭지처럼 대세 장르가 되고, 프로그램명에 싸움꾼(fighter)을 내세운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이하 스우파2)가 화제성과 흥행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센 언니들의 기 싸움’을 부각한 스우파2의 성공이 과연 기 센 언니들의 날선 대결로만 설명될 수 있을까? 오히려 스우파2의 대결/갈등 프레임 너머를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매주 화요일 밤 방영되는 ‘스우파2’는 ‘스우파1’의 포맷을 대부분 따른다. 참여한 여성 댄스 크루들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고, 그 평가결과에 따라 차례로 탈락되는 과정을 반복하여 결국에 최고의 댄스 크루를 가려내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이번 시즌에는 이전 시즌의 명성과 인기를 뛰어넘기 위한 몇몇 장치들이 덧붙여지면서 싸움판을 키우고 대결 구도를 다양화하고 격렬함을 더해 보다 강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판 키운 스우파2, 갈등도 부각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Mnet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Mnet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대결 판 자체가 국내 한정이 아닌 글로벌로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스우파1이 국내 댄스 크루들만 출전했던 것과 달리, ‘스우파2’는 일본 크루 츠바킬과 글로벌 어벤저스 잼리퍼블릭을 참여시키면서 글로벌로 판을 키우는 변화를 주었다. 이처럼 글로벌팀의 참여로 몸집만 커진 것만이 아니라, ‘K-댄스 vs. 글로벌 댄스’, ‘한일전’이라는 마치 국가대항전과 유사한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스우파1에 비해 출연진 간의 다양한 갈등 관계를 부각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첫 회부터 스우파2는 복잡하게 얽힌 크루들 간의 갈등관계를 조명한다. 원밀리언의 리더 리아킴과 딥앤댑의 리더 미나명의 불화, 원밀리언의 레디와 베베 리더 바다의 소원해진 관계, 원밀리언 하리무와 마네퀸 레드릭의 갈등을 쏟아내며, 이들 간 어색함, 분노, 눈물, 해명 등을 비중 있게 담아낸다. 이외에도 스우파1부터 이어졌던 방식대로 ‘노 리스펙 약자 지목 배틀’과 ‘워스트 디렉터’ 선정으로 상대 크루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유도하고, 이러한 상대 크루에 대한 평가를 전달함으로써 갈등을 조장하는 연출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더불어 미션 연습 과정에서 불거지는 리더와 크루의 갈등을 부각하는 편집 또한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다양한 차원에서 갈등이 불거지는 스우파2는 시청자에게 안전한 거리에서 지켜보는 싸움 구경이 된다. 이는 시청자들의 재미는 갈등의 강도가 강하고, 복잡할수록 커질 것이라는 제작진들의 포석이 담긴 연출이라 볼 수 있다.

여자들 기 싸움 아닌 자매애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Mnet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 ⓒMnet

그렇지만 여성들의 기 싸움으로 그려지는 단선적인 대결 구도는 초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센 언니’ 로 그려지는 일관된 구도는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피로감을 준다. ‘성공’한 여성에 미디어가 부여하는 ‘강한’ 여성이라는 고정관념에 대한 거부감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오히려 치열한 경쟁과 배려가 함께하고, 그 속에서 개인과 팀의 성장을 이뤄내는 출연진의 모습에 환호하는 것이 스우파2를 포함해 여성들의 경쟁을 담아내는 콘텐츠에서 기대하는 모습일 것이다.

먼저 저지(심판)로 참여하는 모니카의 심사평과 심사 태도에 감동 받는 시청자들의 호응에서 읽을 수 있다. 날선 평가로 심사받는 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자리인 저지라는 위치에서 모니카는 날카로운 심사평으로 짚을 건 짚고 넘어가지만, 댄스 신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진정성 있는 평가와 위로로 마음을 울리는 멋진 평가로 호평 받는다. 이는 단순히 우열을 가려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것이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또한 한정된 시간 내 미션 수행을 해야 하는 압박감에 짓눌린 극한의 상황에서 잦은 갈등이 생기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계급별 미션에서 리더들 간 보인 서로에 대한 리스펙(존중)과 메가 크루 미션에서 불거진 리더와 팀원이 대화로 오해를 풀고 멋진 결과물을 내놓는 과정은 그야말로 한 편의 성장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은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워스트 디렉터’로 지목된 리더 베베가 토로하는 팀원들에 대한 미안함과, 반대로 팀원들이 리더에 대한 보이는 굳건한 신뢰와 지지, 그리고 메가 크루 미션에서 잼리퍼블릭의 리더인 커스틴이 오랫동안 함께한 엠마의 디렉팅을 보며 느낀 자매애는 기 싸움으로만 그려지는 여성들의 경쟁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스우파2의 성공적인 행보가 기 센 언니들의 대결로 압축되는 현실은 여전히 여성 출연진의 간절함과 치열함이 기가 센 것으로 읽히는, 그리고 강한 여성만이 성공한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이 깊게 뿌리박혀 있음을 보여준다. 문득 스우파1 6회에서 “지금부터 불꽃 튀는 여러분의 기 싸움을 기대하겠다”는 싸이의 말에, “기 싸움 어떻게 해야하는데?”라고 묻던 립제이의 말이 떠오른다. 시청자들이 보고픈 것은 여성들의 경쟁을 치열함으로, 갈등을 개인과 공동체의 성장 계기로 읽어내어 그 속에 몰입과 공감 그리고 감동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리얼리티 장르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날 것의 생생함 속에 담긴 진정성이라는 점에서 스우파2라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은 이런 것들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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