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개막
19일까지 서울 마포구 일대...24개국 93편 상영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개막작  ‘프렌치 수프’ 스틸.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개막작 ‘프렌치 수프’ 스틸.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맛있는 영화 축제가 시작됐다.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가 오는 19일까지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 KT&G 상상마당 홍대 시네마, 홍대 레드로드 야외상영관에서 열린다. 칸, 선댄스, 산세바스티안, 핫독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등 세계 유수 영화제 화제작 등 전 세계 24개국 93편을 만날 수 있다.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개막작은 올해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프렌치 수프’(The Pot-au-feu, 프랑스 원제 La Passion de Dodin Bouffant)다. 19세기 말 프랑스를 배경으로 훌륭한 요리사 유제니(쥘리에트 비노슈)와 ‘미식계의 나폴레옹’으로 불리는 미식가 도댕(브누아 마지멜)의 일상과 미묘한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수상,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빛나는 ‘그린 파파야 향기’(1993)로 데뷔해 베니스국제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씨클로’(1995), ‘여름의 수직선에서’(2000), ‘나는 비와 함께 간다’(2009), ‘상실의 시대’(2011), ‘이터너티’(2017) 등의 작품을 통해 영화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 트란 안 홍 감독의 신작이다. 특유의 세련된 연출과 영상미가 돋보인다.

음식 소재 애니메이션 특별전 ‘이상하고 매혹적인 푸드 판타지아’도 눈에 띈다.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감독 요시하라 마사유키)는 가업인 위스키 증류소에서 생산이 중단된 대표 위스키를 재현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올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화제작으로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지난해 안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심사위원상 수상작 ‘개와 이탈리아인 출입금지’(감독 알랭 우게토)도 볼 수 있다. 프랑스로 이주한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족의 역사와 삶을 재구성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다.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감독 요시하라 마사유키) 스틸.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감독 요시하라 마사유키) 스틸.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개와 이탈리아인 출입금지’(감독 알랭 우게토) 스틸.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개와 이탈리아인 출입금지’(감독 알랭 우게토) 스틸.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산속에서 홀로 직접 채소를 기르고 요리해 먹으며 자연의 흐름 속에 자신의 삶을 써 내려가는 작가의 삶을 시적으로 담은 ‘열두 달, 흙을 먹다’(감독 나카에 유지), 페루 고도 지역을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요리로 라틴 아메리카 최고의 셰프로 손꼽히는 비르힐리오 마르티네즈에 대한 다큐멘터리 ‘비르힐리오, 고도의 미식’(감독 알프레드 올리베리)도 이번 영화제에서 국내 처음으로 공개된다.

‘람빅: 시간과 열정의 맥주’(감독 다니엘 루이즈)는 수백 년 전부터 벨기에에서만 생산되는 전통 맥주 람빅의 역사와 생산자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감독이 내한해 관객과 만난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화학 첨가물 없이 지속 가능한 농업 방식으로 만드는 와인을 다룬 ‘내추럴 와인 이야기’, 섭식장애로 고통받는 딸과 딸의 곁을 지켜 온 엄마의 관계 및 삶을 조명한 ‘두 사람을 위한 식탁’(감독 김보람)도 만날 수 있다.

‘람빅: 시간과 열정의 맥주’(감독 다니엘 루이즈) 스틸.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람빅: 시간과 열정의 맥주’(감독 다니엘 루이즈) 스틸.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먹거리 위기, 공장식 축산, 산업형 농업 등 먹거리를 둘러싼 사회적, 구조적 문제와 지속 가능한 대안을 탐구하는 영화도 상영한다. 선댄스영화제와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신작 ‘먹거리와 국가’(감독 로라 개버트)는 뉴욕타임스 소속 저명한 음식평론가 루스 라이클의 시선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후폭풍 속 혁신적인 시도로 상황을 헤쳐 나가는 소규모 농가, 목장주, 어부, 요리사 등의 삶을 들려준다. 다국적 거대기업 몬산토의 제초제가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다큐멘터리 ‘잡초 속으로: 드웨인 “리” 존슨 vs 몬산토’(감독 제니퍼 베이치월)도 주목할 만하다.

자연 친화적으로 커피를 재배하는 농부, 로스터, 바리스타 등 지속 가능한 커피 생산과 소비를 성찰하는 ‘커피 전성시대’(감독 알렉산데르 키누넨), 수십 년간 자신의 씨앗을 받고 심어 온 농부들의 노동과 시간, 자연의 흐름을 따라가며 토종씨앗에 대한 관심 또한 환기하는 ‘씨앗의 시간’(감독 설수안) 등을 통해 현대 사회의 주요 먹거리 현안과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씨앗의 시간’(감독 설수안) 스틸.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씨앗의 시간’(감독 설수안) 스틸.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아만다 포비스와 웬디 틸비의 ‘아침이 밝아올 때’ 스틸.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아만다 포비스와 웬디 틸비의 ‘아침이 밝아올 때’ 스틸.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애니메이션 거장들의 단편도 선보인다.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 애니메이터인 폴 드리센 감독의 ‘달걀 죽이기’(1977), 점토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대가 닉 파크 감독의 초기작 ‘월레스와 그로밋의 화려한 외출’(1989), 미국 독립애니메이션 거장 빌 플림턴 감독의 ‘먹다’(2001), ‘햄버거가 되고 싶었던 소’(2010), 안시와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칸국제영화제 등 다수 영화제에서 수상한 아만다 포비스와 웬디 틸비의 ‘아침이 밝아올 때’(2010) 등이다.

정우정 집행위원장은 지난 11일 저녁 시네마테크KOFA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서울국제음식영화제는 내용적으로도 규모적으로도 성장해 왔다. ‘음식영화’를 정의하고 ‘음식영화’라는 장르를 만들어 온 즐거운 과정”이라며 성원해 준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편 영화제는 전라남도 장성군과 협력해 지역의 유무형 자원과 미식관광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사)서울국제음식영화제와 (재)장성먹거리통합지원센터는 이날 개막식에 앞서 업무협약을 맺고 △장성군 지역 먹거리(로컬푸드) 소비 촉진 △남도미식관광 홍보자원 발굴에 나서기로 했다. 개막식에는 김한종 장성군수와 도‧군의원, 농협관계자 등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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