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환 무기징역 확정, 남은 과제는?]
대법원, 12일 양형부당 상고 모두 기각
서울교통공사 책임묻는 민사소송 남아
“전자발찌보다 강력처벌·예방조치가 중요”

지난해 9월 21일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인 전주환이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고인 전주환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전주환이 지난해 9월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전 직장 동료를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받던 도중, 보복을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전주환(32)에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전씨는 지난 항소심의 판결이 너무 무겁다며 대법원의 판단을 구했지만, 재판부는 최종적으로 피해자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형사재판은 마무리됐지만, 피해자의 직장이었던 서울교통공사와 가해자 전씨의 법적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이 남아있다. 또, 최근까지도 반복되고 있는 유사한 여성살해 사건들을 막기 위해서는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가해자를 강력처벌함으로써 사회적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2일 오전 11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주환에 대한 상고심에서 모든 상고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전주환의 연령, 성행,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와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원심이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잔혹한 범죄 수법” 검찰은 사형 구형 

전씨는 지난해 9월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피해자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범행 전 피해자를 협박하고 수차례 메시지를 보내는 등 2년에 걸쳐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전씨는 스토킹 사건의 형사재판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피해자를 살해했다.

앞서 전씨는 스토킹 혐의에 관한 1심에서는 징역 9년을, 살해와 관련해서는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는 2개의 혐의가 병합 심리됐다. 재판부는 전씨의 잔혹한 범죄 수법과 사회와의 격리 필요성 등을 인정하며 이례적으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잠겼던 문이 개방되며 비로소 종료된 것에 비춰 수법이 대단히 잔악하고 포악하며 그 결과도 참혹하다”며 “범행 수법과 방법을 보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피해자의 신고에 대한 보복을 동기로 공권력이 개입하자 재판 진행 과정에서 극악한 추가범죄를 연달아 저질러 참작할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에게 보복하기 위해 살해한 전씨는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무기징역 선고를 통해 사회구성원의 안전을 지키고 유사 범행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기도 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형은 극히 예외적 상황에만 적용돼야 하는데, 전씨가 범행을 인정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무기징역형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20년 ‘모범수’로 복역하면 가석방 가능성도

19일 서울 중구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피해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어 있다. ⓒ홍수형 기자
19일 서울 중구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피해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어 있다. ⓒ홍수형 기자

무기징역이라고 해도 20년을 일명 ‘모범수’로 복역하면 가석방될 가능성이 생긴다. 이에 따르면 전씨는 50대에 사회에 복귀할 수도 있다.

피해자 유족 측은 이날 대법원 선고 후 대리인 민고은 변호사를 통해 “현행 법률상 무기징역형이 선고된 피고인에게도 가석방은 가능하다. 하지만 피고인에게 오늘 확정된 무기징역형에 가석방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더 이상 무고한 사람을 살해하는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고인의 거짓된 반성에 속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법원까지 거치며 형사재판은 마무리됐지만, 가해자 전주환과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이 남아 있다.

민 변호사는 “가해자 전주환에 대한 민사소송은 피해자분의 생전 뜻이었기에 유족분들이 고인이 되신 피해자분의 뜻을 이어 진행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에는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하지 않았다는 점, 사용자로서 안전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10월 이 사건이 업무상 재해임을 인정했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올해 5월 서울교통공사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유족 측은 “법원 판결을 통해 서울교통공사의 책임이 도의적 책임을 넘어선 법률상 책임임이 분명하게 인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토킹 대부분 ‘집유’… 강력처벌해야 

여성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당연한 결과”라며 반복되는 여성살해 사건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유연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은 “이 사건 이후에도 관련된 사건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정부도 경찰도 계속 대책 마련하겠다고만 하고 나아진 게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지원이나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스토킹은 집행유예 판결이 대부분이다. 제대로 처벌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줘야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부터 재범우려가 있는 스토킹 범죄자에 대해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최 소장은 “기존에 성범죄자들이 끊고서라도 재범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사건 발생 전 예방조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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