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아다니아 쉬블리 리베라투르상 시상식 취소 파문

팔레스타인 소설가 아다니아 쉬블리(Adania Shibli). ⓒ한베평화재단 제공
팔레스타인 소설가 아다니아 쉬블리(Adania Shibli). ⓒ한베평화재단 제공

여성 작가에게 주는 세계적 문학상 독일 리베라투르상(LiBeraturpreis) 올해 시상식이 갑자기 취소됐다. 수상자는 팔레스타인 소설가 아다니아 쉬블리(Adania Shibli)다. 세계 각국의 문인들은 팔레스타인의 목소리를 막는 처사라며 항의하고 있다. 한국 작가들도 “가장 넓은 이해와 포용을 보여주어야 할 문학에 인종주의의 잣대를 들이밀지 말라”며 반발했다. 

소설가 김남일 등 175명은 지난 18일 쉬블리의 리베라투르상 시상식 취소에 항의하는 성명을 내고 “한 사람의 동료 작가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리베라투르상은 1987년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독일 독자에게 알린다는 취지로 만든 문학상으로 매년 해당 지역 여성 작가 1명에게 수여한다. 한국에서는 2003년 오정희(‘새’)가 수상했다. 세계 최대 도서전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시상한다. 

올해 수상자인 쉬블리는 독일과 이스라엘을 오가며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출신 작가다. 그의 소설 ‘사소한 일’(2017)은 과거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소녀를 집단 성폭행하고 살해, 암매장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팔레스타인 여성 기자를 통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과 폭력을 조명한다. 쉬블리는 이 작품으로 전미도서상(2020), 부커상 국제부문(2021) 후보에 올랐다.

시상식을 주최하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산하 아시아·아프리카·남아메리카 문학 진흥 단체 리트프롬은 “수상 자체는 유효”하며, “하마스가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수백만 명이 고통받고 있어서” 시상식을 연기하기로 작가와 공동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쉬블리의 에이전시는 영국 가디언지에 “시블리의 동의 없이 시상식이 취소됐다”며 “시상식이 열렸다면 이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시기에 문학의 역할을 성찰할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퓰리처상 수상자 히샴 마타르, 영국 역사학자 윌리엄 달림플 등 세계 각국 작가 350여 명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공개서한을 보내 “팔레스타인 작가들이 이 끔찍하고 잔인한 시대에 자신들의 생각과 감정, 문학에 대한 성찰을 나눌 공간을 만들 책임이 있다”고 항의했다. 

한편 쉬블리는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 기념으로 24일~26일까지 파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여는 ‘2023 DMZ 평화문학축전’에 초청받아 방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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