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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로 편입된 여성 노동력은 다시 사회로 환원된다. 일하는 한편으로 봉사활동에 열심인 여성들. 11월24일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한국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사랑의 김장 나누기 큰 잔치' 현장.

임진왜란 이후 한반도에 고춧가루가 들어온 이래 200여년간 우리나라 식문화에 있어서 대표적 저장식품인 김치는 겨울을 나는 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식품이다.

발효식품인 김치의 효능 또한 따라올 식품이 없다. 양념에 들어가는 고춧가루에는 사과의 25배에 이르는 비타민C와 지방 소화에 좋은 캡사이신이 함유돼 있고 배추는 대장암 예방효과가 있으며 마늘은 위암을 막아준다. 어찌 보면 우리의 식생활에서 김치는 겨울철 유일한 건강·보양식품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날씨가 추워지면 집집마다 마당에 배추를 수백 포기씩 쌓아놓고 김장을 담그던 것이 흔한 광경이었는데 이제는 보기 힘든 진풍경이 됐다.

김장문화의 변화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도 무관치 않다. 여성의 가사노동력이 사회로 이전되면서 김장과 같은 가정 내 큰 행사에 자신의 에너지를 쏟을 여력이 없는 젊은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결혼 전부터 로펌에서 비서로 직장생활을 해온 이윤경(30)씨는 포장김치로 겨울김장을 대신한다. 이씨는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도저히 김장할 시간이 없다. 포장김치는 조금씩 사서 바로바로 먹으니까 맛있어서 좋고 김장처럼 시간과 나의 에너지를 투자하지 않아서 일석이조”라고 말한다.

여성 사회진출 증가, 주거환경, 김치냉장고 보급 등이 변화 유도

어머니 손맛 벤치마킹 해 김치시장 규모 날로 커져

여성의 노동력이 사회화되면서 포장김치 시장과 김치냉장고 시장이 급성장한 것도 새로운 김장문화의 한 단면이다. 김치냉장고가 탄생한 지 10년째인 올해 김치냉장고 보급률은 57%로 추정돼 지난해 44.6%보다 13%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김장독을 땅에 묻을 수 없는 아파트와 빌라가 늘어나는 등 주거환경 변화가 김치냉장고라는 새로운 가전의 수요를 증대시켰다. 김치냉장고 보급과 젊은 층 여성들의 사회진출 증가와 맞물려 포장김치 시장도 급성장했다. 김치냉장고 보급초기였던 96년 2200억원에서 3년 만에 3600억원 시장규모를 형성했을 정도다.

한편에선 남자도 김장 담그기에 동참하게 하거나 김장을 가족행사로 만들기도 한다. 광명시에 사는 주부 조유경(30)씨는 결혼한 지 1년도 안된 새댁이다. 올 겨울 처음으로 시어머니와 함께 김장을 했는데 일부러 날짜를 일요일로 잡았다. 무채썰기나 뒷정리 등을 남편에게 시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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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시장 확대에 따라 제품도 날로 다양해지고 개성이 강해지고 있다. 사진은 '100% 국내산'을 자랑하는 농협의 아름찬 김치 제품들.

최근 인터파크에서 30대 이상 회원 23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65%가 김장김치를 직접 담가 먹겠다고 응답했으며 사서 먹겠다는 의견은 19%에 그쳤다. 설문에 응한 답변자들은 김치를 담가 먹겠다고 한 이유에 대해 '집에서 담근 김치가 맛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리서치 전문기관 리서치랩(www.relab.net)이 전국 성인 남녀 1074명에게 '김장을 직접 담가 드십니까'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김장을 담가 먹는다'는 대답이 64.4%, '안 담근다'는 대답이 35.6%로 나와 여전히 김장은 우리의 겨울철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화임을 입증했다. 이 중 김장을 한다는 사람이 30대에서는 58.8%인 것에 비해 40대 이상층에서는 77.5%가 김장을 담근다고 답해 역시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한 젊은 층보다 중장년층에서 김장을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노동력이 가정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 요즘에도 대다수 사람들은 여전히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설문조사 결과였다.

이러한 세태를 발빠르게 포착한 포장김치 업체들은 '어머니 손맛'을 벤치마킹한 '맞춤김치''친환경김치'등의 상품을 다수 내놓고 있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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