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스테이시 박 밀번 장애인 인권운동가
한국계 인물 최초 25센트 동전에 새겨져

한국계 여성 장애인 인권 운동가였던 스테이시 박 밀번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한국계 여성 장애인 인권 운동가였던 스테이시 박 밀번. ⓒ유튜브 화면 갈무리

2025년 미국에서 새로 발행되는 25센트(약 340원. Quarter) 동전에 한국계 여성 장애인 인권 운동가인 스테이시 박 밀번(1987~2020)의 얼굴이 새겨진다. 미국 화폐에 한국계 인물이 등장하는 첫 사례다.

미국 연방조폐국은 새롭게 발행되는 쿼터에 얼굴을 장식할 다섯 명을 최근 공개했다. 미국 근현대사에서 남다른 성취를 이뤄낸 여성 20명을 선정한 뒤, 새로 발행하는 쿼터 뒷면에 얼굴을 새기는 ‘아메리칸 위민 쿼터스 프로그램(American Women Quarters Program)’에 따른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수정헌법 제19조’ 발효 100주년을 기념해 2020년 시작된 사업이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쿼터 앞면에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얼굴이, 뒷면에는 이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여성 인물들의 얼굴이 각각 새겨진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1884~1962),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 비행사 샐리 라이드(1951~2012), 시인 겸 배우 마이아 앤절로(1928~2014), 흑인 여성 비행사 베시 콜먼(1892~1926) 등의 얼굴을 새긴 쿼터가 이미 발행됐거나 발행을 앞두고 있다. 

밀번도 쟁쟁한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올해는 미국 여성의 업적과 공헌을 기리는 프로그램의 네번째이자 마지막 해이다.

미국 조폐국은 “스테이시 파크 밀번(Stacey Park Milbern)은 선견지명이 있는 지도자이자 장애인을 위한 강력한 활동가였다. 선천성 근육위축증을 가지고 태어난 그는 10대 때 장애 권리 역사를 접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그는 공동체 의식과 행동주의에 대한 대단한 열정을 발견했다”라고 소개했다.

2025년 미국에서 새로 발행되는 25센트 동전에 한국계 여성 장애인 인권 운동가인 스테이시 박 밀번의 얼굴이 새겨진 모습. ⓒ미 조폐국 홈페이지
2025년 미국에서 새로 발행되는 25센트 동전에 한국계 여성 장애인 인권 운동가인 스테이시 박 밀번의 얼굴이 새겨진 모습. ⓒ미 조폐국 홈페이지

밀번은 1987년 서울에서 주한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근육 퇴행성 질환인 선천성 근이영양증을 앓는 중증 지체장애인이었다. 부모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로 이주한 그는 “너는 다른 아이와 다르지 않다”는 부모의 신신당부를 들으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초등학교 4학년 때 낙상 사고를 겪은 것을 계기로 자신의 몸이 다른 이들과 다르다는 점을 본격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런 그의 자의식은 그를 인권 운동가로 성장시키는 씨앗이 됐다. 그는 그런 문제의식을 글로 풀어갔다. 지체장애인으로 사회 곳곳에서 겪는 불편함과 부당함, 그리고 사회가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등 생각을 담은 진솔한 개인 블로그 글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청소년 장애인 인권 운동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무 살이던 2007년 공립 고교 교육과정에 장애인 역사를 포함시키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의 개편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메서디스트 대학을 졸업하고 스물네 살에 미국 진보·시민운동의 요람인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했다. 이후 자신보다 더 형편이 좋지 않은 유색 인종·저소득층·노숙자들을 위한 권리 증진 운동에 뛰어들었다.

2014년 오바마 대통령은 밀번을 지적 장애인 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했다.

조폐국은 “밀번은 보호소에서 고립된 장애인들에게 중요한 자원을 제공하기 위해 상호 원조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밀번의 업적은 코로나19 대유행과 기후 비상사태 동안 생명을 구하는 치료에 대한 접근을 위협하는 위험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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