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교향곡 전곡 녹음·해외 투어 추진

손은경 서울시향 대표이사와 얍 판 츠베덴 신임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2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년 프로그램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손은경 서울시향 대표이사와 얍 판 츠베덴 신임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2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년 프로그램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대표이사 손은경)이 얍 판 츠베덴(63) 신임 음악감독과 함께 5년간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2024년 1월 세계적 피아니스트 임윤찬(19)과의 협연을 시작으로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정상급 지휘자·연주자들과 무대를 선보인다. ‘오징어 게임’, ‘기생충’ 음악감독 정재일(41)과도 협업할 계획이다.

‘협업’과 ‘확장’. 츠베덴 음악감독이 내세운 키워드다. 네덜란드 출신 츠베덴은 미국 댈러스심포니와 홍콩필하모닉 음악감독을 거쳐 미국 뉴욕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명장이다.

20일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카멜레온 같은 교향악단이 돼야 한다”며 고전과 컨템포러리, 말러부터 쇼스타코비치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아우르는 실력 있는 교향악단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또 오페라, 발레, 합창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단체들과 협업하며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갈 구상도 밝혔다.

2024년 1월 서울시향과 첫 협연 무대를 선보이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Lisa-Marie Mazzucco
2024년 1월 서울시향과 첫 협연 무대를 선보이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Lisa-Marie Mazzucco

서울시향이 공개한 내년 시즌 프로그램은 클래식 애호가들도, 클래식과 친해지고 싶은 이들도 모두 주목할 만하다. 피아니스트 임윤찬과의 첫 협연이 단연 눈길을 끈다. 2024년 1월 취임 연주회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를 선보인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임윤찬은 앞으로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 될 것”이라며 극찬했다.

후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말러 교향곡 1번 ‘거인’도 선보인다. 츠베덴 음악감독의 장기이자 “말러의 교향곡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곡”,  “오케스트라의 비르투오시티(virtuosity)를 보여줄 수 있는 곡”이다. 임기 내 말러 교향곡 1~10번 전곡 녹음도 추진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SFO) 음악감독이자 내년 4월 동양인 여성 지휘자 최초로 베를린 필하모닉의 지휘봉을 잡는 김은선. ⓒ김태환/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SFO) 음악감독이자 내년 4월 동양인 여성 지휘자 최초로 베를린 필하모닉의 지휘봉을 잡는 김은선. ⓒ김태환/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준우승, 모차르트 협주곡 ‘최고 연주상’ 수상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피아니스트 손열음. ⓒMarco Borggreve/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준우승, 모차르트 협주곡 ‘최고 연주상’ 수상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피아니스트 손열음. ⓒMarco Borggreve/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정상급 지휘자들의 무대도 기대를 모은다. 2022년 2월 서울시향과 브루크너 교향곡 2번으로 청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바실리 페트렌코, 2011년부터 서울시향 객원 지휘자로 호흡을 맞춰온 헬싱키 필하모닉 수석지휘자 유카페카 사라스테,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SFO) 음악감독이자 내년 4월 동양인 여성 지휘자 최초로 베를린 필하모닉의 지휘봉을 잡는 김은선, 고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음악 세계를 구축한 영국 고음악의 거장 리처드 이가 등이다. 올해 빈 필하모닉 내한 공연을 이끈 투간 소키예프, 7년 만에 서울시향과 만나는 핀란드 지휘자 한누 린투와 니콜라스 카터, 마르코 레토냐도 있다.

협연자 라인업도 화려하다. 2019년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2022년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 아우구스틴 하델리히가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서울시향과 재회한다. 영국 출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스티븐 허프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4번을 연주한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은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이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과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2023/24 시즌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포커스 아티스트’인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는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한다. 내년부터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플루트 수석으로 활동할 라이징 스타 김유빈은 모차르트 플루트 협주곡 2번을 들려준다. 독일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쇼트, 마케도니아 피아니스트 시몬 트릅체스키도 함께한다. 소프라노 앨리슨 오크스, 테너 스튜어트 스켈턴, 베이스바리톤 포크 스트럭맨,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 소프라노 헬레나 윤투넨 등 세계적 성악가들도 서울시향 무대에 오른다. 티켓은 12월6일부터 구매할 수 있다. 더 자세한 정보는 서울시향 누리집(www.seoulphil.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얍 판 츠베덴 신임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2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년 프로그램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얍 판 츠베덴 신임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2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년 프로그램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은 해외 투어, 공개 오디션을 통한 지휘자 양성도 추진한다. 2024년 아시아, 2025년 미국, 2026년 유럽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 로열콘세르트헤바우(RCO) 전용홀 공연도 논의 중이다.

정재일 음악감독과의 협업도 추진한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그가 자신은 전문 클래식 작곡가가 아니라며 주저하길래 ‘당신의 음악이 너무 좋다, 작곡만 해주면 연주하겠다’고 설득했다”며 “재능 있는 젊은 한국 작곡가들과의 협업을 고대한다”고 했다. 

“이제 서울시향과 함께 음악적 원정(musical safari)을 떠나는 느낌입니다. 저는 여러 뛰어난 한국 음악가들과 일해 왔고, 마침내 한국 오케스트라와 일하게 돼 기쁩니다. 서울시향은 어느 오케스트라와도 견줄 만한 자격을 갖췄습니다. 물론 우리는 매 순간 우리가 훌륭한 오케스트라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를 택했을 겁니다. 앞으로 5년간 우리가 함께 어떤 여정을 만들어 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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