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정책 토론회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암 일으켜
OECD 38개국 중 26개국 남녀 동시접종
남성 접종 시 여성 접종률 증가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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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인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가 남성 질환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성별 구분 없는 HPV백신 국가예방접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freepik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인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는 그간 여성 건강에만 위협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여자만 조심하면 된다’는 오해가 계속됐다. 그러나 HPV가 남성 질환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성별 구분 없는 HPV백신 국가예방접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2명 중 1명 걸리는 HPV… 여성만 맞는 백신은 효과 떨어져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HPV 정책 토론회에 참가한 보건의료계 전문가들은 “만 12세 여아에게만 시행되던 예방접종을 남아에게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는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바이러스로 주로 성접촉을 통해 전염된다. 대부분의 감염은 자연스럽게 소멸되지만, 지속적으로 감염되는 경우 자궁경부암·음경암·두경부암·생식기 사마귀 등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성인 두 명 중 한 명은 일생 중 한 번 이상 HPV에 감염된다는 통계(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가 나올 정도로 보편적인 바이러스임에도, 사마귀 외 질환은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아 암으로 발전하는 동안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때문에 의료계는 성접촉이 활발해지기 전인 만 11~12세에 예방접종을 권장한다. 미국 연구결과에 따르면 백신을 맞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HPV 감염률이 89%가량 낮다.

정부는 HPV이 자궁경부암 등으로 인한 여성 건강 보호에 중점을 두고 국가예방접종(NIP)를 시행, 2016년부터 만12세 여아에게 HPV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HPV백신 국가예방접종은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접종에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유일한 사례다. 또한 지난해 3월부터는 만13~17세 여아와 만18~26세 저소득층 여성으로 지원대상을 확대했다.

반면, 한국 남성들은 개인이 따로 맞지 않으면 HPV로 인한 음경암·항문암·두경부암 등에 의한 위협에 노출된다. 아울러 HPV에 감염된 남성과 접촉한 여성까지 질환에 시달릴 수 있어 한국인 전체의 면역력을 낮추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 “국가예방접종으로 남성·여성·성소수자 모두 보호해야”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21일 서울 영등포 국회에서 열린 HPV 정책 토론회에 참가한 보건의료계 전문가들은 “만 12세 여아에게만 시행되던 예방접종을 남아에게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혁 기자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21일 서울 영등포 국회에서 열린 HPV 정책 토론회에 참가한 보건의료계 전문가들은 “만 12세 여아에게만 시행되던 예방접종을 남아에게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혁 기자

전문가들은 HPV가 유발하는 질병으로부터 모두가 안전해지기 위해 성별 구분 없는 국가예방접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재원 대한부인종양학회 회장은 “HPV가 유발하는 암 60%는 여성에서, 40%는 남성에서 발생한다"며 ”한국인 전체의 군중 면역력을 높여야 암 예방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아동기에 접종하는 HPV백신에 남녀를 구분하는 것 자체에 의문을 던지며 “해외 사례들을 보면 남성에 예방접종을 시행하면 여성 접종률도 함께 높아진다. 성소수자를 보호하는 측면에서도 성 구분 없는 접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HPV백신 보편화는 세계적 추세…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 

해외의 경우 성 구분 없는 HPV백신 국가예방접종이 확산되는 추세다. 유럽 일부 국가와 호주, 미국 등에서는 이미 모든 청소년에 HPV백신 국가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연합(EU)는 2030년까지 청소년 90%에 HPV백신 접종을 목표로 하고 미접종 성인 또한 백신을 접종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나라도 남아에 HPV백신 국가예방접종을 실시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가다실9' 백신 접종에 보험을 확대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또한 대선 정책공약집에 '남성도 12세부터 HPV 백신 국가무료 접종 실시'를 포함한 바 있다.

공약 이행을 위해 질병관리청은 남아를 대상으로 한 국가예방접종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에는 HPV백신 확대가 투자 대비 효율성이 낮다는 연구결과를 냈으나, 연구과정에 수정할 부분이 있다고 보고 다시 연구에 돌입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HPV백신 확대를 국정과제로 보고, 국가접종 전환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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